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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위대한 성취 (예수 부활 성야미사 강론)
   2015/04/09  9:32

예수부활 성야미사


2015. 04. 04. 계산주교좌성당


 부활 축하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충만하시길 빕니다. 

 특히 지난해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수많은 사상자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우리 주님께서 깊은 위로와 참된 희망의 빛을 비추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 끊임없는 전쟁과 폭력과 인신매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온갖 불의와 부조리에 희생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주님 부활의 빛이 큰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특히 북한 땅에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주님의 부활의 빛이 비쳐지기를 소망합니다. 

 

 부활절은 초대교회의 첫째가는 축일이며 유일한 축일이었습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유대인의 큰 명절인 과월절 전날 금요일에 돌아가셨고 안식일인 토요일에는 무덤에 계셨으며 돌아가신 지 사흘 째 되는 날인 일요일에 부활하셨기 때문에 일요일마다 초대교회 신자들이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주일미사’가 되었고 그래서 ‘주님의 날’이 토요일이었다가 일요일로 바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부활대축일은 모든 주일 중의 주일이고 모든 축일 중의 축일인 것입니다. 성탄절이 생기기 전에 초대교회에 있어서는 유일무이한 축일이 바로 부활절이었습니다. 

 부활절 중에서도 ‘부활 밤’, 즉 ‘부활 성야’를 가장 거룩한 전례로 지냅니다. 오늘 밤 전례가 일 년 중에서 가장 성대한 전례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미사는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이루어집니다만, 오늘 부활 성야의 전례는 말씀의 전례 앞에 ‘빛의 예식’이 있고 성찬의 전례 앞에 ‘세례 예식’이나 ‘세례 갱신식’이 있어서 총 4부로 이루어집니다. 말씀의 전례만 해도 구약의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복음서까지 총 9개의 성경 독서를 듣게 됩니다. 

 그만큼 하느님께서 인류를 창조하시고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어떻게 당신의 사랑과 은총을 베풀어주셨는지를 묵상하는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 그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 뿐만 아니라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셨듯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활을 노래하고 부활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오늘 밤을 ‘부활 성야’라고 합니다만, 원래 ‘성야’라고 번역한 ‘Vigil’ 이라는 말은 ‘깨어 있음’, ‘밤샘’, ‘철야’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부활 축일 전야에 함께 모여 불을 밝히고 부활하시는 주님을 기다리며 밤을 새우곤 했습니다. 그들은 한 자리에 모여 성경을 읽고 해설을 들으며 기도하고 노래했으며 새벽에 성체성사로 그 밤의 긴 예식을 마무리하였던 것입니다. 

 오늘날은 그처럼 밤을 새우지는 않지만 우리를 위해 베푸신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를 묵상하면서 부활의 새벽을 기다리는 전통이 바로 ‘부활 성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미사를 ‘빛의 예식’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하나의 불이 남아있었습니다. 그 불이 커다란 초에 옮겨 붙었고 그 불은 다시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었던 작은 초에 옮겨 붙었습니다. 

 빛이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우리들에게 생명의 빛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태어났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던 것입니다.

 요한복음 8,12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오늘 말씀의 전례가 끝나면 ‘세례 갱신 예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다시 촛불을 켜고 옛날 세례 받았던 때를 기억하며 그때 한 약속을 다시 갱신할 것입니다. 죄와 악의 유혹을 끊어 버리고 하느님을 굳게 믿겠다는 약속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때 바오로 사도는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가 다시 죄의 삶으로 되돌아간 몇 명의 신자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신자들에게 예전에 세례받은 것을 상기시키며 이래서는 안 된다는 말을 오늘 서간경인 로마서 6,3-11에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그분의 죽음과 하나가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고 그분과 함께 묻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이제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체험합니다. 그래서 죄에 대해서는 죽고 새로운 삶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활의 삶입니다. 오늘 세례 갱신식을 통하여 다시 한 번 부활의 삶을 살도록 다짐하고 하느님께서 그 은총을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영화 ‘국제시장’을 다들 보셨을 것입니다. 그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의 흥남철수작전으로 시작합니다. 압록강까지 진격하였던 국군과 유엔군이 인해전술을 펼치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하고 있었습니다. 상부에서 흥남철수작전이 떨어졌는데 부둣가에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모여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그 당시 미군 사단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 배의 선장이 그에 못지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배는 ‘메러디스 빅토리호’라는 화물선이고, 선장 이름은 ‘레너드 라루’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50여명 되는 승무원들에게 장비나 화물보다는 사람이면 무조건 승선하도록 하라고 명령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배에 14000여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포화와 기뢰를 뚫고 죽음을 각오한 항해를 했습니다. 드디어 그들은 무사히 거제도에 도착했고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항해 중에 다섯 명의 아기가 새로 태어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라루 선장이 전쟁이 끝난 후 얼마 있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후 한 50여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2001년 10월 14일 주일 아침에 미국 뉴저지에 있는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 살던 한 노 수사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분이 바로 한국전쟁에서 14000여명의 생명을 구했던 라루 선장이었던 것입니다. 수도원에 같이 살던 수사님이나 신부님들도 오랫동안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 공무원이 이 분에게 훈장을 주기 위해 수도원을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1956년 12월 25일에 ‘마리너스’ 라는 이름으로 수도서원을 하고 2001년 10월 14일 생을 마칠 때까지 47년간 그 뉴튼 수도원에서 베네딕도회 수도자로 여생을 살았습니다. 수도원 안에서 늘 조용하면서도 기쁘게 살았던 그분은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성취이다.”

 그분은 분명 한국전쟁 당시 무슨 깊은 체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깊이 체험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도 오늘 부활 성야 미사를 봉헌하면서, 그리고 이미 세례성사를 통하여 죄에 대해서 죽고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사람으로서 부활의 삶을 살도록 다짐하여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마르 16,1-7)을 보면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한 세 여인이 주간 첫날 이른 아침에 무덤에 달려가 보니 웬 젊은이가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부활하셨다.”(6)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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