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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희생자와 가족을 위한 미사 강론)
   2015/04/16  9:47

세월호 참사 1주기, 희생자와 가족을 위한 미사


2015. 04. 15. 19:30 성모당


 지난해 성주간 수요일 아침에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가 전해졌습니다. 세월호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4명을 비롯하여 476명이 타고 있던 대형 여객선이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후 구조 헬기가 뜨고 구조선이 도착하여 구조작업이 이루어지기에 이제 사람들이 구조되는가 보다 하였지만 좀처럼 생존자는 구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배는 완전히 기울어졌고 그리고 또 얼마 후 배는 수면 밑으로 완전히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탑승자 476명 중에서 295명이 사망하였고 9명이 실종되었습니다. 실종자 9명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배 안에 있는지, 아니면 물결에 휩쓸려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여튼 온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304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자를 낸 이런 일이 유사 이래 일찍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그래서 희생자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이 이 어처구니없는 참사 앞에서 함께 절망하고 함께 울며 함께 분노하였던 것입니다. 그런지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 4월 17일 오전에 계산성당에서 있었던 성유축성미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전하면서 하루가 지났지만 하느님께서 기적이라도 일으켜 주시기를 기도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틀 후 부활대축일 밤미사에서 부활의 축하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수많은 영혼들을 당신의 영원한 품 안에 받아주시기를 기도드렸습니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하는 절망과 슬픔에 빠져있는 유가족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위로와 힘을 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한 달 여 지난 작년 5월 11일에는 이 성모당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교구 정평위 주최로 봉헌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1주기를 맞아 ‘희생자와 가족을 위한 미사’를 봉헌합니다. 저는 오늘도 1년 전과 같은 마음, 같은 심정으로 같은 기도를 드립니다. 왜냐하면 실종자 9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슬픈 사순시기를 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약’이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월호 참사는 세월이 지난다 하더라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아니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일인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말아야 하겠기에 더 그렇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아직 꽃을 피우지도 못한 학생 250명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승무원의 말을 너무 잘 들은 죄 때문인가요? 

 사랑하는 아이를 졸지에 잃은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할까 하는 것은 좀처럼 상상이 잘 가질 않습니다. 이 세상에 가장 큰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자식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님의 고통일 것입니다. 이런 고통 앞에 우리가 무어라고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미사 시작 전 김현정 아나운서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김건우 군의 어머니가 죽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대신 읽었습니다만, 통상 아들이 부모의 연미사를 넣는 것이 도리인데 거꾸로 부모가 아들의 연미사를 넣어야 하는 이런 기막힌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건 당일 세월호 배 5층에 있다가 배가 기울자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가서 학생들을 돌보다가 그들과 함께 배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이지혜 가브리엘라 선생님의 부모님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젠 꽃피는 봄이 오는 게 싫어요. 기나긴 겨울을 지내다보면 온화한 봄을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데 아이가 떠난 뒤로는 그 봄날이 정말 싫네요.”

 그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성모님도 아들의 고통을 십자가 밑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세월호 참사로 참으로 많이 아파하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1년 전 우리 곁을 떠난 희생자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 남아있는 유가족 여러분들에게는 그 고통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는 은총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년이 지난 오늘날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 발생 후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이라는 사람 한 사람을 잡지 못하였고 그는 결국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의 인원인 399명이 입건되었고 154명이 구속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어 정말 누가 잘못했는지가 가려지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졌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세월호 사고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되었고 얼마나 부패하였는지,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그 잘못된 ‘적폐(積弊)’를 도려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하셨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들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세월호 사건 후 국가안전처를 만들고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등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하였는데 우리나라가 안전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얼마 전에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 조사위원회’가 출범하였습니다. 그런데 특별법 시행령안이 문제가 많다고들 합니다. 

 하여튼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앞으로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이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어 유가족들의 아픔이 치유되고 온 국민이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가 천재지변도 아닌,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생명이 존중받고 우선시되는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도록 하느님께 청해야 하겠습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나라를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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