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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경제인으로서 (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미사 강론)
   2015/04/27  15:52

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미사


2015. 04. 24. 꾸르실료 교육관


 오늘부터 내일까지 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정기총회를 이곳 대구에서 갖게 된 것을 축하드리며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전국 각 교구의 가톨릭경제인들의 임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무슨 강론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다가 근본적으로 ‘경제가 무엇인가?’ 그리고 ‘경제인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부터 먼저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제’가 무엇인지 사전을 찾아보니까 세 가지로 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경제(經濟)는 첫째,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이다. 둘째, 인간이 재화(財貨)를 획득하여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셋째,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수확을 얻음을 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 맞는 말이고 의미가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이란 말은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경제인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올바른 경제인은 재화를 획득하여 자기 욕망을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재화로 백성을 구제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런 바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가톨릭경제인으로서 가톨릭정신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가톨릭정신’이란 성경말씀과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가르침을 성실히 따르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년 전 ‘신앙의 해’를 폐막하면서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을 발표하셨습니다. 당신께서 평소에 가지고 계시던 생각들을 정리하신 것 같은데 예전에 다른 교황님들이 발표하신 문헌보다도 훨씬 적나라하고 강력한 말씀을 드러냄으로써 교회 안팎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체 내용은 오늘날 이 시대에 교회가 복음 선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말하는 것이지만, 특히 오늘날 경제의 불균형과 여러 세상 문제들에 대해서 지적하시며 국가나 기업인의 경제활동이 복음화의 사회적 측면에서 올바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는 것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한 기업인이 죽으면서 남긴 ‘리스트’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아직 수사 중입니다만 정경유착(政經癒着)의 본보기를 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는 신자든 비신자든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사건들이 불거질 때마다 그 가운데는 신자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신자가 세상 사람들과 똑 같이 살아도 되는가?’ ‘좀 달라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 9,1-20 말씀은 사도 바오로의 개종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바오로는 개종하기 전에 그 이름이 사울이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 신자들을 잡아 가두는 권한을 받아 가지고 다마스쿠스로 말을 타고 달려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그는 땅에 엎어졌습니다. 그때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사울이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 그분께서는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하고 대답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사울은 그리스도 신자들을 잡아 가두기 위하여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중에 극적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회개를 하게 됩니다. 그는 다마스쿠스의 하나니아스라는 예수님의 제자를 만나서 세례를 받고 주님의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사울’로 살지 않고 주님께서 내려주신 이름, 즉 ‘바오로’로 살게 되는 것입니다. 남은 일생을 오직 주님만을 위해서 삽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 3,8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세례를 받은 바오로는 자기 인생관과 가치관이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가 죄와 세상에 대해서 죽고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알고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가치관과 우리의 삶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오늘 복음(요한 6,52-59)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54-56)

 우리가 미사 때마다 성체를 받아먹는 것은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자가 아닐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성체를 영함으로써 주님과 하나가 되고 우리가 그분 안에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그 사람 안에 나도 머무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성체를 영함으로써 주님과 하나가 된 사람으로서 그분처럼 생각을 하고 그분처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고 제자 된 삶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 미사 때마다 영성체를 한다는, 그런 신자로서의 모양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경제인으로서, 더 나아가 가톨릭경제인으로서 바른 삶을 살았는가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하며 주님의 은총을 구하도록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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