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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착한 목자 (성소주일 미사 강론)
   2015/04/29  10:10

성소주일(부활 제4주일)


2015. 04. 26. 성 김대건 기념관


 찬미예수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인데 ‘착한 목자 주일’이라고도 하고 ‘성소주일’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착한 목자’라고 하면 우선 누구를 두고 하는 말입니까? 예수님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입니까? 양이지요. 오늘 복음인 요한복음 10장 말씀은 목자와 양의 관계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땅에는 비가 잘 오지 않아 땅이 거칠고 바위돌이 많았기에 목축업이 주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자 노릇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목자들은 먹을 풀이 있는 곳을 찾아 양들을 몰고 다녀야 하는데, 한시도 양들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는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깊은 낭떠러지가 있고, 늑대가 노리고 있으며, 그리고 양 도둑이 길 잃은 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자의 첫째 의무는 양떼를 좋은 풀밭으로 인도할 뿐만 아니라 그런 침략자들부터 양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자는 양들을 위해서 어떤 경우에는 목숨을 바쳐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성 김대건 기념관 밖의 화단에 큰 돌이 있는데 그 돌에 어떤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들었던 복음말씀의 첫 구절입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

 착한 목자의 반대말은 무엇입니까? ‘나쁜 목자’이겠지요. 오늘 복음에는 ‘삯꾼’으로 나옵니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고 양도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 그러면 이리는 양들을 물어가고 양떼를 흩어버린다.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12-13)

 삯꾼은 양들에게 관심이 없고 어디에 관심이 있습니까? 돈에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나쁜 사람인 것입니다. 

 여러분, ‘양치기 소년’ 이야기 알지요? 들판에서 소년 혼자서 양을 치는데, 하도 심심하니까 무엇을 했지요? 거짓말했지요. ‘늑대가 나타났다’고 말이지요. 늑대가 안 나타났는데 나타났다고 “늑대다!” 하고 소리쳤던 것입니다. 그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일하다가 말고 달려가 보았지만 속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몇 번 속은 동네 사람들이 소년한테 “너, 한 번만 더 거짓말 하면 죽어!” 했대요. 

 그런데 그 다음날도 양치기 소년이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는데 하늘에 비행기 네 대가 날아가는 거예요. 소년이 그것을 보고 뭐라고 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와서는 또 속은 것을 알고 그 소년을 죽도록 팼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양치기 소년이 뭐라고 소리쳤는지 아십니까? “넉 대다!”

 왜 이런 우스개 얘기를 하느냐 하면 목자노릇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당시 목자들은 자기 양들에 대한 절대적인 책임을 졌습니다. 양에게 무슨 불행이 생기면 그것이 자기 탓이 아니었다는 무슨 증거가 있어야 했습니다. 양이 만일 죽었으면 목자가 최선을 다했으나 구하지 못했다는 표적을 가져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목자들은 짐승이나 도둑들로부터 양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 착한 목자가 필요합니다. 우리 구원을 위하여 당신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을 닮은 착한 목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착한 목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성소주일’이라고도 하는데, 성소(聖召)가 뭡니까? 글자 그대로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하느님의 일꾼이 되라는, 양들을 이끄는 착한 목자가 되라는, 양들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착한 목자가 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인 것입니다. 

 그런 부르심을 여러분의 마음에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부르심임을 아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그 성소의 씨앗을 잘 간직하고 키우도록 하십시오. 그것을 누가 키워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자, 모두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은 채 속으로 저를 따라서 기도합니다.

“좋으신 주님,

저를 일찍이 당신의 자녀가 되게 하시고 

이제 당신의 제자가 되라는 부르심을 느낍니다. 

그 부르심이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지를 

저로 하여금 알게 하시고 

당신의 부르심에 자신 있게 응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저에게 심어진 이 성소의 씨앗이 

싹이 트고 잎이 나오고 

장차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당신 은총으로 도와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