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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베들레헴의 기도 (베들레헴공동체 10주년 감사미사 강론)
   2015/06/01  12:4

베들레헴공동체 10주년 감사미사


2015. 05. 30. 삼위일체대축일

 

 오늘 ‘베들레헴공동체 10주년 감사미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10주년을 맞이한 베들레헴 공동체와 오늘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강복하시길 기도합니다. 

 

 2004년 여름부터 로마노와 아가다 부부는 하느님께서 점지해주신 것 같은 포항 송라 대전리 이 땅에 집 두 채를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05년 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에 식구들이 입주를 하고 생활하기 시작하였으니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우여곡절도 많았고 기쁜 일, 슬픈 일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요 섭리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2011년 4월 11일 저녁 늦게 산불이 크게 났던 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동체의 형제들이 한밤중에 산불을 피해 포항 청하에 있는 민들레공동체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하느님께서 돌보셨는지 베들레헴공동체는 주위의 수만 평 소나무 숲만 탔을 뿐, 별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산불이 난 후 저희들이 하고자 계획했던 일들이 빨리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해 말에 휴게실이 완공되었으며, 그 다음 해 말에는 경당과 또 하나의 생활동이 완공되었던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도움 주신 하느님과 많은 교우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베들레헴 공동체에 새로운 생활동이 생기고 경당이 세워진 후 가족이 더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숫자만큼 12형제가 되었습니다. 식구가 많이 늘어났지만 10년 전 시작할 때의 소망대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가족처럼 같이 생활하며 기도하고 사랑하는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형제들 중에는 몸이 불편하여 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형제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몸이 불편하다고 그냥 누워있게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을 매일 아침 휠체어에 태워서 세수를 씻기고 머리를 감기고 난 뒤 모든 식구들이 거실에 모여서 그날의 복음 나누기를 합니다. 복음 나누기를 통하여 이 형제들의 마음속에는 믿음이 생기고 사랑이 생기고 소망이 영그는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하니까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TV를 보고 컴퓨터도 하긴 하지만 자기 개발을 위해, 자신의 영적 정신적 성장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합니다. 어떤 이는 시나 산문을 쓰고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리고 어떤 이는 서예를 하고 어떤 이는 피아노를 칩니다. 이 사람들이 그런 것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형제들이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로마노 아가다 부부의, 이 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서정택 시몬 형제는 태생 농아이기 때문에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채 50평생을 살아온 사람인데 이 집에 와서 난생 처음 그림을 그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참으로 놀랐습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흉내도 내기 어려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10주년을 맞이해서 출간하게 된 책 ‘베들레헴의 기도’는 많은 이가 참여하는 의미에서 형제들의 글만이 아니라 그림과 붓글씨까지 싣게 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베들레헴공동체의 형제들이 몸이 불편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만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자기 나름의 어떤 모양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다른 사람에게 하느님을 알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형제들한테서 감동을 받고 이들을 통하여 하느님을 만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저는 로마노 아가다 부부에게 이곳을 너무 천국처럼 꾸미지 말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곳이 천국인 줄 알고 진짜 천국을 그리워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이 부부는 지상에서 천국을 경험한 사람이 천국에 간다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상에서 사랑을 한 사람이 사랑의 나라인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땅에서 하느님의 참됨과 선하심과 아름다움을 체험한 사람이 천국에서 하느님의 진선미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삼위일체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 한 분이시지만 성부 성자 성령 3위로 계시고, 성부 성자 성령 3위로 계시지만 한 분이신 하느님이라는 신비를 묵상하는 날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계시된 진리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지상에 계시면서 하신 마지막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오늘 제1독서인 로마서 8,14-17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는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며, 그리고 자녀이면 상속자이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하느님의 상속자, 그리스도와 함께 공동 상속자라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어떤 사람의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면 그 사람의 프라이드가 대단할 것입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의 아들들이 사고를 잘 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사람의 자부심은 대단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아버지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그분의 자녀요 아들, 딸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의 상속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앞으로 오실 하느님, 성부 성자 성령은 영광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