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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을 잃는다면 (월막 피정의 집 성당 봉헌미사 강론)
   2015/07/20  13:4

월막 피정의 집 성당 봉헌미사


2015. 07. 19.

 

 찬미예수님! 

 월막 피정의 집 성당 봉헌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이 집과 이 집에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특히 이 성당이 있기까지 수고하신 손종현 신부님과 대구성령쇄신봉사회 여러분, 그리고 이곳 피정의 집과 성당을 위해 많은 희사와 봉사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이분들의 노고를 하느님께서 당신 은총으로 갚아주시기를 빕니다.


 오늘 월막 피정의 집의 새 성당을 봉헌하면서 김영옥 요한 신부님과 허연구 모이세 신부님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 마디로 김영옥 신부님께서 월막 피정의 집의 기초를 놓으셨고, 허연구 신부님께서는 오늘날의 모습의 피정의 집으로 가꾸어 놓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영옥 신부님께서 34년 전에 삼덕성당에 계실 때 여러 교우들의 도움을 받아서 부지들을 매입하고 기본 틀을 갖추었다고 하겠습니다. 김신부님께서는 고인이 되신 지 벌써 19년이 되어 하늘나라에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이 미사 중에 신부님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허연구 모이세 신부님께서는 은퇴하시기 전에 이 월막으로 자원하여 오셨습니다. 통상 신부님들이 은퇴하시기 전에 시내 본당에서 사목하시다가 많은 신자들의 기도와 축하를 받으며 퇴임을 하시는 것이 보통인데 허신부님께서는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되어있었던 월막 피정의 집에 오셔서 여러 건물들을 지으면서 당신의 마지막 열과 성을 다 쏟아 부으셨던 것입니다. 허신부님께 특별히 감사를 드리며 늘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이제 성령쇄신봉사회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대구성령쇄신봉사회가 1980년 1월에 내당성당에서 결성되었으니까 올해로 35년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최봉도 신부님께서 내당성당에 계실 때였던 것 같은데 초대회장님으로 이상한 회장님께서 대표를 맡았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문제는 봉사회 사무실을 어디에 두느냐, 그리고 기도회나 2박3일 세미나 같은 교육을 어디서 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과 기도회 장소를 여러 곳으로 옮겨 다녔던 것으로 압니다. 드디어 1988년에 평리성당 옆에 봉사회 회관을 지어서 한 20년 동안 잘 사용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그 집도 세월이 지나면서 주위의 민원(주차와 소음 등)도 발생하고 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박수태 비오 신부님을 성령쇄신봉사회의 전담사제로 임명을 하였고 월막 피정의 집에 거주하면서 성령운동을 하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봉사회 본부 사무실이 이곳으로 이전하게 된 것입니다. 

 박수태 신부님에 이어 두 번째 전담사제로 손종현 요한 신부님이 2년 전에 부임하였습니다. 박수태 신부님 때부터 월막피정의 집을 성령쇄신봉사회에서 사용하도록 허락을 하였지만 특히 성당이 협소하여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박신부님 때부터 계획하고 있던 새 성전을 지난해 7월에 착공을 하여 오늘 봉헌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성당을 짓기 위해 봉사회에서 그동안 모아뒀던 돈을 몽땅 털어 넣었고 손신부님과 봉사자들은 여러 성당들을 다니며 모금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뜻있는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좋으신 하느님의 은총이 있었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성전이 세워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입니다. 하느님께서 거처하는 집이며 하느님께 우리가 기도하는 집이며 또한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양식인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시는 집입니다. 우리는 이 성전을 자주 이용함으로써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고 하느님을 모시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은 그 자신이 바로 성령의 궁전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연중 제16주일입니다. 오늘 복음(마르 6,30-34)을 보면 사도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고 합니다. 사도들이 한 일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복음을 선포하고 병자들을 치유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수고했다. 어디 한적한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배를 타고 한적한 곳으로 갔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육로로 달려가서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과 제자들은 쉬지도 못하여 짜증도 날만도 한데 예수님은 짜증 한 번 내지 않으시고 그들에게 또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이 모습이 바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착한 목자의 모습이요 열심한 제자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한 번도 사람들의 청을 거절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예수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저를 고쳐 주십시오.’하면 ‘오냐, 그래! 내가 고쳐줄게.’하며 다가가십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어떤 자세로 봉사해야 할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농민주일이기도 합니다. 한국천주교회는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생명의 밥상을 제공하는 농민들의 수고를 기억하면서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맞갖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구에서 3대리구가 도농간 협력이 가장 잘 되는 대리구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농민주일이라서 그런지 대구주보 표지사진으로 밀레의 ‘삼종기도’가 실렸습니다. 우리가 통상 알기로는 ‘만종’으로 알고 있었던 그림입니다. 만종은 저녁종이라는 말인데, 다시 말해서 저녁 삼종기도를 알리는 종이라는 말입니다. 그림을 보면 해 질 무렵에 일을 마친 부부가 저 멀리 마을 성당에서 들려오는 저녁 삼종 종소리를 듣고 삼종기도를 바치는 모습입니다.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옛날 이발소에 모조품으로 가장 많이 걸려있었던 그림 중의 하나였다고 생각됩니다. 

 밀레가 청년 시절 파리로 그림 공부하러 떠날 때 할머니께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네가 파리에 가서 신앙을 잃어버린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밀레는 할머니의 이런 철저한 신앙 때문에 신앙을 잃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밀레는 파리에서 화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그는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 고향으로 돌아와서 주로 시골 풍경과 소박한 농민들의 삶을 그렸습니다. 이렇게 나중에 시골에 돌아와서 그렸던 작품들이 오늘날 그야말로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떠날 수 없듯이 신앙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앙을 떠나면 바로 죽음인 것입니다.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은 지금은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도 얼마 있지 않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바로 생명과 같은 이 귀한 신앙을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이 신앙을 우리는 성전에서 받고 키워갑니다. 이 성전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주님의 천상의 양식이 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늘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이 성전을 가까이 함으로써 이 성전에서 하느님의 많은 은혜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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