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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기애인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2015/08/18  14:37

성모승천대축일


2015. 08. 15. 계산주교좌성당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우리 민족이 일제 36년간의 압박에서 해방된 ‘광복절’이며, 성모님께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승천대축일’입니다. 이 기쁘고 복된 날에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 곳곳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지 이제 꼭 1년이 되었습니다. 4박5일 동안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교황님께서는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셨고 많은 미사와 모임과 기도 등을 통하여 참으로 큰 가르침을 주시고 가셨습니다. 교황님께서 다녀가신 지 1년이 되는 오늘 우리는 그분의 가르침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반성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모승천에 관한 전승은 오랜 세기 동안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믿을 교의’로 선포된 것은 1950년 비오 12세 교황께서 발표하신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이라는 회칙에 의해서였습니다.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는 지상 생애의 여정이 끝난 다음 그 영혼과 육신이 천상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셨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을 지상 생애가 끝나자마자 그 영혼과 육신을 하늘나라에 불러올리셨다는 것입니다. 한 인간이 하느님께 온전히 받아들여지셨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맡기신 성모 마리아께서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에 온전히 참여하셨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더 나아가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잉태되시는 순간부터 마지막에 이르시기까지 하느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으신 분이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성모승천 교의가 우리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우리에게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성모 승천은 모든 믿는 사람들의 구원과 그 충만함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 주일마다 ‘신경’을 통하여 고백하는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이라는 희망이 마리아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성모승천이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광복절 이상으로 기쁜 날인 것입니다.

  성모님은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라는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는 그 순간부터 승천하실 때까지 오로지 겸손과 순명으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삶으로써 성모님처럼 하느님 곁에 갈 수 있는 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다짐하고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성모승천대축일을 지내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특히 광복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36년간의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된 광복절은 참으로 기쁜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정부에서는 어제 하루 전국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로 하는 등 여러 가지 경축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광복 70년은 분단 70년이 되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우리나라는 해방되었지만 그것도 잠시뿐 이 한반도 땅덩어리는 남과 북으로 분단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불과 5년 후에는 한국동란이라는 엄청난 전쟁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남북 분단과 6.25전쟁으로 우리나라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이 죽었고 부상당했으며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겼던 것입니다. 이 아픔과 슬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북한의 최고 권력자였던 김정일이 죽고 그 아들이 정권을 잡은 후 남북관계는 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말았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듯한, 이렇게 경색되고 위험천만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참으로 고심이 아니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참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매일 기도하시고 계시지요? 매일 미사 때에도 기도를 바치시겠지만, 매일 묵주기도를 통하여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우리나라를 지켜주시고 하루빨리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가져올 수 있게 도와주시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지향을 가지고 매일 저녁 9시에 주모경을 바치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일본도 아베 신조라는 사람이 총리가 된 후부터 한일관계가 더 나빠졌습니다. 독도 영토문제와 위안부 문제는 더 퇴보하고 말았고 이제 일본 헌법까지 고쳐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겠다고 합니다. 

  지난 2009년 8월 9일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께서 총재로 계시는 ‘한국 여기회’가 일본 나가사키에서 있었던 원폭 64주년 평화기념제에 참석하여 평화선언문을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그 평화선언문 일부를 잠시 들려 드리겠습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의 참상을 체험한 일본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평화헌법을 제정하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비무장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부 정치가들이 일본국 재무장의 필요를 조심스럽게 언급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비무장을 규정한 헌법 제9조를 지키는 운동을 전개하여 무난히 국민의 다수가 비무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나가사키 종’으로 유명한 나가이 다카시(永井降) 박사는 이 세상 사람은 모두가 ‘남을 자기 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여기애인(如己愛人)’의 정신을 실천하였고, 이 세상에서 핵무기는 없어져야 하고 무기가 없어야 전쟁의 참상이 사라질 것이라 하며 전쟁을 겪은 나라가 먼저 무기를 버려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우리도 6·25전쟁을 겪었습니다. 남과 북이 이제 평화롭게 또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와 반대의 일이라 지금부터라도 참으로 여기애인하고 평화 가운데 살 결심을 새로이 해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런 이치를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화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일본에서 헌법 제9조를 지키는 운동과 같이 한국에서도 비핵화 운동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또한 이 운동이 극동에서 온 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여러분 모두가 이웃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기를 진심으로 청하는 바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헌법 9조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뜻있는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연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평화를 원하고 구원을 바란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서로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애인(如己愛人)의 정신을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입니다. 성모님도 승천하실 때까지 이 사랑의 계명을 성실히 지키셨던 것입니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모후여, 저희와 우리나라와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본당과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