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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인생의 최종 목표 (관덕정 순교자 현양미사 강론)
   2015/09/07  10:33

관덕정 순교자 현양미사 


2015. 09. 05.


 오늘 우리는 9월 순교자 성월 첫 토요일을 맞이하여 관덕정 순교자 현양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미사 중에 관덕정 순교자 현양후원회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가 순교자들을 본받아 순교자의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대구대교구를 비롯해서 한국천주교회는 오랫동안 순교자 시복시성운동을 펼쳐왔었습니다. 그 결과 작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집전하신 시복미사를 통하여 조선시대 순교자 124분이 복자로 선포되었습니다. 이는 많은 분들이 열심히 기도한 덕분이지만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과 한국교회에 내리신 크나큰 선물이었습니다. 이 선물에 우리는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며 그 순교복자들의 신앙을 본받아 우리도 그런 영광을 입을 수 있도록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124위 복자 중에는 대구의 순교자 20위가 계시는데 이분들은 원래 대구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신앙 때문에 경상도로 피난 와서 살다가 붙잡혀서 순교하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분들의 후손으로서 적어도 대구의 순교복자 20위의 성함은 기억하고 있어야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을해박해 순교 복자 11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윤덕 아가타 막달레나, 김시우 알렉시오, 최봉한 프란치스코, 서석봉 안드레아, 김희성 프란치스코, 구성열 바르바라, 이시임 안나, 고성대 베드로, 고성운 요셉, 김종한 안드레아, 김화춘 야고보.

 정해박해 순교 복자 6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경화 바오로, 김세박 암브로시오, 안군심 리카르도, 이재행 안드레아, 박사의 안드레아, 김사건 안드레아.

 마지막으로 병인박해 순교 복자 3분은 이양등 베드로, 김종륜 루가, 허인백 야고보입니다.

 

 올해는 마침 을해박해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을해박해 순교자 중에서 대표적인 분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종조부이신 김종한 안드레아입니다. 그러니까 김대건 신부님의 증조할아버지인 김진후 비오의 아들이 됩니다. 김진후 비오 순교자도 작년 같은 날에 복자가 되셨습니다. 

 이분들의 고향이 충남 당진의 솔뫼입니다. 대구의 순교자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김종한 안드레아도 박해를 피해 경북 북부지방으로 와서 살았던 것입니다. 김종한 안드레아는 경북 영양 일월산 기슭인 우련전이라는 산골짜기에서 몇몇 교우들과 함께 마을을 이루고 살았는데 1815년 봄 어느 날 갑자기 들어 닥친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안동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경상감영이 있는 대구로 압송되었습니다. 

 김종한 안드레아가 대구 감영 앞에 다다랐을 때 마침 김윤덕 아가타 막달레나가 잠시 마음이 약해져서 배교를 하고 석방되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종한 안드레아가 그것을 보고는 “자매님, 이거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치십니다. 지금 여기서 나가시면 몇 해나 더 살겠습니까?” 하면서 신앙을 지킬 것을 권면하였다고 합니다. 김종한 안드레아의 이 권면으로 김윤덕 아가타 막달레나는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관장 앞으로 나아가 배교한 것을 취소하고 하느님을 증거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화가 난 관장은 더 심한 매질을 하게 하여 김윤덕 아가타 막달레나는 얼마 후 숨을 거두었으니 을해박해 순교자 중에서 가장 먼저 순교한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김종한 안드레아는 감사한테 재판을 받고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임금의 윤허가 떨어지지 않아 1년 8개월 가량을 감옥에 갇혀 있어야만 했습니다. 드디어 1816년 12월 19일 음력 11월 1일에야 다른 신자 6명과 함께 관덕정 이 자리에서 참수되었던 것입니다. 

 순교자 김종한 안드레아가 감옥에 있으면서 고향의 형님한테 보낸 편지가 2통 남아있고 교우들한테 보낸 편지가 1통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 형한테 보낸 편지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저는 순교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며 감히 이 마지막 은혜를 바라기까지 합니다. 제가 만일 이 훌륭한 은혜를 받지 못한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삼구(三仇)에 대적해서 나가겠습니까? 만약에 제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그것을 영영 찾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천주님의 은총을 바라고 다음으로는 여러 교우들의 기도를 믿습니다.”

 여기서 삼구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육신, 세속, 마귀의 유혹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순교의 은혜를 얻지 못하고 살아서 다시 세상에 나간다면 그 세 가지의 유혹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가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자신이 순교의 은혜를 입을 수 있도록 기도하여 달라고 쓰고 있는 것입니다. 보통사람들 같으면 하루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할 텐데 말입니다.

 이런 걸 보면 순교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세상 살면서 각자 꿈과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부자가 되어 남은 삶을 좀 더 편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 꿈인 사람도 있고, 좀 더 건강해 지는 것이 희망인 사람도 있고, 직장에서 더 높이 승진하는 것이 희망인 사람도 있고, 학문을 연구하고 대단한 논문을 쓰고 좋은 책을 냄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명예를 더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의 공통되는 꿈과 희망은 무엇입니까? 우리 인생의 최종 목표는 하느님 곁으로 가는 것입니다. 하느님 곁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성인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늘 복음(루카 9, 23-26)에 나옵니다.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까?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시대는 주님을 찬미하는 사람보다는 주님을 진정 따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성인들은 자신들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존재하고 지상에 있는 우리 죄인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성인들을 따라서 그분들의 도우심을 빌며 진정 주님을 따르는 사람, 주님 뜻대로, 주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