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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 예수님을 보여 주는 것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종신서원 미사 강론)
   2017/02/03  9:54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종신서원 미사

 

2017. 02. 02.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오늘 종신서원 하시는 두 분의 수녀님들,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크신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미사에서 첫 서원을 하신 다섯 분의 수녀님들께도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그리고 주보성인이신 성 바오로 사도께서 이 수녀님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열심히 전구해 주시기를 빕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지 40일째 되는 날 성모님께서 정결례를 치르고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오늘 주님 봉헌축일을 ‘봉헌생활의 날’로 정하셨습니다. 
‘주님 봉헌축일’이며 ‘봉헌생활의 날’인 오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해마다 종신서원을 합니다. 그 이유와 의미가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거의 모든 성당에서는 1년 동안 전례에 사용할 초를 축복합니다. 초는 자신을 태워서 빛을 내는데 오늘 봉헌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도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봉헌한다.’는 말은 ‘자신을 바친다.’는 말입니다. 하느님께 자신을 바친 것입니다. 자신을 하느님께 바쳤기 때문에 이제 자신은 없고 하느님만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만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필리피서 3,8-14)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8절)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예수님이라는 지고한 가치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쓰레기처럼 여기고 버렸다는 것입니다. 우리 수녀님들도 예수님이라는 엄청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수녀님들 중에는 버렸다고 하면서 버린 것에 미련을 두거나 아쉬워하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바오로 사도와 같은 그런 결심, 결의가 필요합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예수님 외에 다른 것들을 쓰레기로 여기고 다 버린 대신에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움, 곧 믿음을 바탕으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을 얻으려’(9절)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미 그것을 얻은 것도 아니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차지하려고 달려갈 따름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이미 나를 당신 것으로 차지하셨기 때문입니다.”(12절)
이 말씀처럼 우리는 예수님 때문에 자신의 것을 다 버렸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이미 나를 당신 것으로 차지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만이 나의 주인이요 나의 주님이신 것입니다. 이 사실을 오늘 우리 수녀님들께서 분명히 인지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수녀님들이 오롯이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서 온전히 봉헌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인 요한복음 15,9-17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마지막 유언과 같은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예수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를 선택하셨고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친구라고 부르신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과 우리들의 관계가 얼마나 대단한 관계입니까! 
예수님 말씀의 핵심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2절)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11절)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난 연초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있었던 재유럽 대구교구 사제모임에 다녀왔습니다. 그 기간 중에 우리 교구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잘츠부르크 교구와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선교하는 신부님들의 체험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카자흐스탄에서 선교하고 있는 바오로 미끼 신부님이 말하기를, ‘선교는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요,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며, 바로 예수님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세상에 예수님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예수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우리가 서로 사랑함으로써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에서 오는 기쁨이 충만한 삶을 살 때 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수도생활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기쁨이 충만한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직자 수도자가 먼저 복음의 기쁨, 사랑의 기쁨을 가지고 살아야 사람들에게 그 기쁨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쁨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복음을 살고 사랑을 함으로써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기쁨입니다. 오늘 종신서원을 하시는 수녀님들이 사랑함으로써 오는 기쁨이 충만한 수도생활을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