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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에파타 (대안본당 50주년 및 견진성사 강론)
   2015/09/14  18:9

대안본당 50주년 및 견진성사 


2015. 09. 06.


 오늘 대안본당 설립 50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이 본당과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대안본당은 50년 전에 계산본당에서 분가하여 설립이 되었습니다. 사실 본당으로 설립되기 전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수리하여 예비신자 교리반(계산본당 보좌신부였던 허연구 신부님 지도)을 개설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박성곤 회장님, 백윤식 회장님, 김도일 회장님 등 많은 교우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 준비를 한 후에 초대본당신부로 허연구 모이세 신부님께서 부임하셨습니다. 대안본당으로서 초대본당신부이고 허신부님께서도 처음으로 본당을 맡으셨기 때문에 시설과 환경은 열악하였지만 6년 3개월이나 계시면서 열과 성을 다 하셔서 매우 활기찬 본당으로 만들어 놓으셨던 것입니다. 

 그 후 대안본당은 설립 30주년을 맞이하여 배임표 신부님 계실 때 성당과 교육관과 사제관을 새로 지어서 봉헌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본당 발전과 지역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본당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역대 회장님들과 교우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대안본당의 특별한 점은 근로자회관이 가까이 있어서 그러하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외국인 이주민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을 따뜻이 맞이해주고 이들이 한국 땅에서 하느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본당 공동체에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본당 50주년을 지내는 이 뜻 깊은 날에 베트남 교우들 한 25명과 함께 110여명의 교우들이 견진성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과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빕니다.

2000년 전 오순절 날에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렸던 그 성령께서 오늘 이분들에게 내리시어 하느님의 성숙한 자녀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확고하게 변화시켜주시고 그 믿음을 견고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견진성사는 주교의 안수기도와 크리스마 성유의 도유로 ‘성령 특은의 날인’을 받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께서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견진성사는 우리가 예전에 받았던 세례성사를 완성하게 하고, 성령의 은혜로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확고하게 해주는 성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견진성사를 영어로는 ‘Sacrament of Confirmation’이라고 합니다. ‘Confirm한다.’는 말은 ‘확실하게 한다.’ ‘확고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견진’이라고 할 때 ‘견’자가 ‘굳을 堅’자입니다. ‘굳게 한다,’ ‘단단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믿음을 단단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예전에 물과 성령으로 세례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아직 하느님께 대한 믿음도 약하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도 약하며 사랑 실천의 의지도 약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성령의 일곱 가지 은혜를 내리셔서 그 모든 것을 강하고 단단하게 하여 성숙한 신앙인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들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있고 담대하게 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대안본당은 우리 교구에서 또 다른 특별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본당을 설립할 때 옛날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 신사로 쓰던 건물을 매입하여 오랫동안 성당으로 사용하였으며, 지금도 성당 바로 옆에는 천리교 절과 개신교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안성당 건너편 두 불럭 너머에는 경상감영공원이 있습니다. 상주에 있던 경상감영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 1601년에 이곳 대구로 옮겨 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경상도에 살던 천주교 신자들이 체포되어 이곳 경상감영으로 압송되어 감사 앞에서 재판을 받고 옥에 갇히고 옥사를 하거나 관덕정에 끌려가서 순교를 하였던 것입니다. 경상감영의 옥이 이 근처에 있었다는 설명판이 성당 마당에 세워져 있습니다.

 올해가 을해박해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작년 8월 16일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집전하신 시복미사를 통하여 조선시대 순교자 124위가 복자가 되었습니다. 그 124위 복자 안에는 대구의 순교자 20분의 복자가 계십니다. 20위 중에서 11분이 1815년 을해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이 앞의 경상감영 옥에서 1년 8개월 동안 갇혀 계셨고 마침내 관덕정에 끌려가 참수를 당하였던 것입니다. 

 순교자들이 우리 신앙인들의 모범이십니다. 그분들은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하느님을 증거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특별히 견진성사를 받으시는 분들은 비록 목숨을 바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오늘 성령의 은혜를 가득히 받으시고 바르게 삶으로써 하느님을 증거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마르 7,31-37)을 보면,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어떤 사람을 고쳐주시면서 “에파타!”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은 “열려라!”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오늘 제2독서인 야고서 말씀(2,1-5)처럼 사람을 차별한다거나, 하느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거나, 그리고 듣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거나 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신앙의 귀머거리요 벙어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에파타’ 하여서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하느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을 뿐만 아니라 그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후손인 우리들이 하여야 할 일인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성령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시기를 기도합시다.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를 진정으로 회개시켜주시고 우리를 거룩하게 변화시켜주시도록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언제, 어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바르고 신실한 믿음을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