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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답게 산다는 것 (한티성지 도보순례 및 순교자현양미사 강론)
   2015/09/21  13:34

한티성지 도보순례 및 순교자현양미사


2015. 09. 19.

 

 오늘 우리는 예년과 같이 9월 순교자성월을 맞이하여 도보성지순례를 하였으며 지금은 순교자 현양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미사 중에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 선포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한국평협의 임원들과 광주대교구와 대전교구의 평협 회장님들께서도 도보순례에 함께 하셨고 이 미사에도 함께 하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에 한티성지도보순례는 37분의 순교자 무덤을 순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한티성지에 여러 번 오셨던 분들 중에도 순교자 무덤 37곳을 다 다녀 보지 못했던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모든 순교자들의 무덤으로 가는 길을 여영환 신부님과 한티성지 봉사자 분들이 수차례에 걸쳐서 정비를 하였기 때문에 오늘 우리는 37분의 순교자 무덤을 좀 더 쉽게 순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티에 묻혀계신 순교자들은 아직 복자도 아니고 성인도 아닙니다. 그리고 몇 분 말고는 대부분 그 이름조차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분들은 한티의 순교자들이고 오늘날 우리 교구를 있게 한 우리 신앙의 선조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선조들이 한티에서 사셨고 옛날 어릴 때 한티마을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 박상기(안드레아, 79세)씨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안드레아 씨의 조부님이 박만수 요셉이신데 1868년 한티에 대박해가 일어났을 때 박요셉 할아버지는 9살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교구가 1984년 경 한티성지를 개발할 때는 박요셉 할아버지의 증언을 들었던 당시 한티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순교자 무덤을 찾아내었던 것입니다. 박만수 요셉 할아버지는 1930년에 돌아가셨는데 3번 순교자 무덤과 4번 순교자 무덤 중간에 묻혀계십니다.(증언)


 경상도 지방의 최초의 박해가 무슨 박해입니까? 1815년 을해박해입니다. 올해가 을해박해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때 돌아가신 11분이 작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집전하신 시복미사를 통하여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와 함께 복자로 선포되셨습니다. 

그리고 1827년 정해박해 때 돌아가신 6분의 순교자들과, 1866년 병인박해 때 돌아가신 3분의 순교자들을 합쳐서 총 20분의 대구의 순교자들이 작년에 복자가 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대구의 복자 20위 분들은 원래 대구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거의가 충청도 같은 타지 사람으로서 박해를 피해 오로지 신앙 때문에 경상도 산골짜기로 피난 와서 살다가 붙잡혀서 순교하신 분들인 것입니다. 

 

 한티 성지는, 1815년 을해박해 때 경상도 북부지방에 흩어져 살던 신자들이 붙잡혀서 재판을 받기 위해 대구감영으로 압송되어 와서 수개월 동안, 어떤 사람은 수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잡혀온 사람들의 가족들이 대구 근교의 산골짜기에 머물면서 옥바라지를 위해 한 번씩 대구에 왔다 갔다 하며 형성되기 시작하여 만들어진 교우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볼 때 한티성지는 그 교우촌이 형성된 지가 올해로 200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1831년 기해박해 때 서울에서 박해를 피해 경상도로 온 김현상 요아킴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분이 먼저 신나무골에 왔었는데 신나무골보다 더 깊은 산골의 교우촌이 팔공산 골짜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티에 와서 살았는데 그 후손들이 나중에 다시 대구로 내려와서 살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한티는 오늘날 대구대교구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순교자들은 늘 우리 신앙인의 모범이십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본받아야 하는데 오늘날 그분들처럼 순교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과제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과제를 풀어줄 좋은 운동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운동이라고 하니까 맨손체조나 무슨 스포츠로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이 운동은 ‘답게 살겠습니다.’라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한국 평협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했고 4대종단 대표들도 했습니다. 우리 교구도 오늘 정식으로 이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내일 주일에는 각 본당에서 교중미사 중에 하실 것입니다. 

 그 내용이 무엇이냐 하면 ‘신앙인답게 살겠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부모면 부모답게 살아야 하고, 자녀이면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 학생은 학생답게,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살아야 합니다. 사제면 사제답게, 주교는 주교답게, 수도자는 수도자답게, 평신도는 평신도답게, 신앙인답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답게 사는 것’이 바로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후손답게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티의 순교자들과 대구의 순교복자들과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성녀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