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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아있는 돌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성전 봉헌식 강론)
   2015/10/20  10:20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 성전 봉헌식 


2015. 10. 17. 10:30


 오늘 드디어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의 성전과 수녀원을 새로 지어서 하느님께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수녀님들께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이곳에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는 고 서정길 요한 대주교님께서 1970년에 설립하셨으니까 올해로 45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서정길 대주교님께서 1961년에 동명에 성가양로원을 만드셨는데 양로원의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할 단체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순교여자사도회라는 평복수도회를 설립하셨던 것입니다. 

 이 사도회가 2002년 2월에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에 의해서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라는 이름으로 정식 수도회로 인준을 받아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녀회는 주로 요양원과 양로원에서 노인들을 위해 기도와 사랑으로 봉사를 열심히 해 왔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러 지난 수십 년 동안 교구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 봉사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수녀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수도자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로만 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수녀님들만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공동체가 모여서 기도를 하고 교육을 받고 양성을 하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수녀원과 성당을 새로 지어서 하느님께 봉헌하게 되었는데 제대로 된 수녀원과 성당을 처음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제1독서인 느헤미야서 8장 말씀을 보면 유배생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짓고 성전을 봉헌하는데 너무나 감격스러워 온 백성이 울음바다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주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 

 수녀님들은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감격스럽고 고마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왜 수도원이 있고 왜 수도자가 있어야 합니까? 그것은 첫째, 하느님을 더욱 잘 섬기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둘째는 사람들에게 더욱 잘 봉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과 똑 같이 살려면 굳이 수도자가 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더욱 깊이 사랑하고 사람들을, 특히 어렵고 가난하고 늙고 병든 사람들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더욱 잘 봉사하기 위해서 수도자가 있는 것입니다. 

 이 수녀원과 성당은 수녀님들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집이요 기도의 공간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16, 13-19)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하는 질문과, 뒤이어서 “그러면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예수님의 이 질문에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수녀님들은 참된 수도자의 삶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느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베드로 사도에 이어 안티오키아의 제2대 주교가 된 이냐시오 성인은 서기 107년에 맹수에게 던져지는 형의 선고를 받고 로마로 압송되어 가는 중에 여러 교회에 편지를 썼습니다. 그 중에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간청합니다. 불필요한 호의를 나에게 베풀지 마십시오. 나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버려두십시오. 나는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께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밀알입니다. 나는 맹수의 이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 이 맹수라는 도구를 통해서 내가 하느님께 봉헌된 희생 제물이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께 기도하여 주십시오.”

 저는 이 편지를 읽을 때마다 큰 감동이 몰려오는 것을 느낍니다. 봉헌생활의 해를 살고 있는 모든 수도자들이 이냐시오 성인 같은 이런 자세로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제 2독서인 베드로 1서 2장(4-5절)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님께로 나아가십시오. 그분은 살아있는 돌이십니다.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는 선택된 값진 돌이십니다. 여러분도 살아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예수님처럼 살아 있는 돌이 되어서 이제는 보이는 건물이 아니라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라고 하십니다. 이 수녀원 건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영적 집을 짓는 일입니다. 그래서 한국성모의 자애 수녀회의 모든 수녀님들이 이제 더욱 튼튼한 수도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요긴하게 쓰이는 살아 있는 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한국 성모의 자애 수녀회의 수녀원과 성당을 새로 지어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그동안 우리들을 이끌어 주시고 지켜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특별히 ‘봉헌생활의 해’를 살면서 더욱 충실히 수도자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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