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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은 계란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피정 파견미사 강론)
   2015/11/02  11:48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피정 파견미사


2015. 10. 26.


 지금 우리는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하루 피정을 마치고 파견하는 성체신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피정과 이 미사에 참여하신 모든 교우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들이 하루 피정 동안 들었던 말씀과 기도와 찬양이 여러분들에게 살과 피가 되어서 하느님의 사람으로 더욱 거듭나시기를 바랍니다.


 교회 안에 많은 신심 형태들이 있지만 성체신심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성체신심은 예수님께서 세우신 7성사 중에서 가장 으뜸 성사인 성체성사의 신비를 묵상하고 그 신비를 사는 신심이기 때문입니다. 7성사가 가톨릭교회의 보물인데 성체성사는 보물 중에서 으뜸 보물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미사에서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날인 성목요일 저녁에 열두 제자들과 함께 최후만찬을 하시면서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드시고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잔을 드시고는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셨습니다. 이것은 그냥 하는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이튼 날 당신의 몸을 우리를 위하여 다 바치셨고 당신의 피를 다 흘리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분께서 사람으로 오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필립보가 예수님께 ‘선생님, 하느님 아버지를 보게 해주십시오.’라고 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필립보야, 아직도 모르겠느냐? 나를 본 것이 아버지를 본 것이다.”

 그런데 그 예수님께서도 돌아가셨고 육신이 더 이상 지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대신에 성체 안에 계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51-58)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이처럼 성체의 의미는 참으로 대단한 것입니다. 성체는 예수님 자신이고 하느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신명 8,2-3.14-16)에서 모세가 백성들에게 말하기를, ‘하느님께서 광야에서 만나를 먹게 해 주신 것은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알게 하시려는 것이었다고 말하면서, 절대로 너희 주 하느님을 잊지 않도록 하라’ 고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미사 때마다 성체를 모실 수 있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언제나 성체조배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만족에만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성체의 삶을 사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전에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살아 계실 때 당신 스스로를 ‘바보’라고 하셨습니다. 왜 바보라고 하셨느냐 하면, 하느님의 사랑이 이토록 크신데 그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그리고 깨달은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바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바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추기경님께서 당신 자신을 바보라고 하시는데, 여기에 자기는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습니까? 

 그래서 추기경님께서는 ‘나는 밥이 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남에게 먹히는 밥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성체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에 김 추기경님께서 가끔 쓰시던 유머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인생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여행이나 떠나보자고 기차를 탔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기차가 대전역에서 잠시 섰다가 다시 출발하는데, 어떤 사람이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이요! 삶은 계란이요!” 하더랍니다. 그래서 삶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던 그 사람이 그제야 무릎을 탁 치면서 삶이 계란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깁니다. 

 삶이 무어라고요? 삶이 계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계란은 생명입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은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 없이는 생명이 존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랑이 무엇입니까? 사랑에 색깔이 있다면 무슨 색일까요? 어떤 사람은 사랑을 핑크색이라 생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빨간색이라 생각할 것이며 어떤 사람은 푸른색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랑을 빨간색이라 생각합니다. 빨간색은 정열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빨간색은 피의 색입니다. 피는 순교를 나타내고 헌신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사랑은 자신을 내어 주는 것이요 헌신하고 희생하고 참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의 의미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사랑을 성체 안에 다 담아서 우리들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체 안에 계시는 주님을 경배할 뿐만 아니라 늘 성체의 신비를 묵상하고 성체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