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고귀한 평화의 선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2016/01/04  16:17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2016. 01. 01. 주교좌계산성당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5년 을미년 양의 해가 지나고 2016년 병신년 원숭이의 해가 밝았습니다. 병신년 새해에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오늘은 새해 첫날이지만 예수성탄 8부 축일의 마지막 날이며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을 가리켜 ‘우리가 생명의 근원이신 성자를 맞아들이게 해주신 거룩한 어머니께 드리는 특별한 존엄성을 찬미하는 날’이라고 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성령의 능력으로 잉태하시고 낳으셨기 때문에 교회가 특별히 성모님께 ‘천주의 모친’이라는 칭호를 드린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2,16-21)에 보면 밤새 들판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이 천사의 말을 듣고 베들레헴에 찾아와서 새로 태어난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고 경배를 드린 다음 자기들이 들은 것을 아기의 부모에게 전해줍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는 그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합니다. 이처럼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묵묵히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구원의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셨던 것입니다.
  
오늘은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께서 정하신 ‘제49차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이 날은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준 기쁜 소식을 다시 한 번 들으며 평화의 모후를 통해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한 것이 평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땅에 하루빨리 진정한 평화를 주시도록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을 통하여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 바쳐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오늘 세계 평화의 날을 맞이하여 ‘무관심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룩하십시오.’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2015년 시작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테러가 수많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하시면서 우리 모두가 평화를 이룩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임을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자비의 희년을 지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겸손하고 연민이 넘치는 마음을 가지고 자비를 선포하고 증언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새해를 맞이하여 세계 곳곳에서 고통 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과 피조물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룩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흔히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 합니다. 무관심은 상대를 무시하거나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사람들의 이런 무관심에 대하여 여러 번 경각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복음의 기쁨’ 54항에서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생활양식을 유지하고자, 또는 이기적인 이 이상을 열광적으로 좇고자, 사람들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펼쳐 왔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다른 이들의 고통스러운 절규 앞에서 함께 아파할 줄 모르고, 다른 이들의 고통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며, 그들을 도울 필요마저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다른 누군가의 책임이지 우리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문화가 우리를 마비시키고, 시장에 새 상품이 나오면 사고 싶어서 안달을 합니다. 반면에 기회의 박탈로 좌절된 이들의 삶은 우리의 마음에 전혀 와 닿지 못하고 단순한 구경거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인간 사회 안의 무관심의 첫째 형태는 하느님에 대한 무관심이라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이웃과 다른 피조물에 대한 무관심도 파생된다고 합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부인하게 되면 자기 자신 이외의 그 어떤 기준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그에 따라 엄청난 폭력과 잔학한 행동들이 나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자비로운 것처럼 우리들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다.(루카 6,36 참조) 따라서 우리는 사랑과 연민과 자비와 연대로 참다운 삶의 계획과 상호 관계의 행동양식을 수립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심, 회개가 필요합니다. 돌 같은 우리 마음을 살 같은 마음으로 바꾸어주시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가정은 사랑과 형제애, 공동생활과 나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가치를 배우고 전달하는 첫째 자리라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정에서부터 자녀들로 하여금 형제애를 나누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가치를 배우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는 가정은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소박한 신심의 몸짓에서 시작하는 신앙의 전수에도 탁월한 환경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해 주는 데 있어서 가정이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그런 가정을 만들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자비의 희년의 정신으로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 안에서 무관심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깨닫고 우리의 가정, 이웃, 일터를 시작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라고 역설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교황님의 말씀에 따라, 그리고 예수님께서 산상설교에서 하셨던 말씀대로 자비를 베푸는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님, 우리와 교구와 우리나라를 위하여 빌으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