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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섬기는 삶 (프란치스칸 합동 서품미사 강론)
   2016/01/12  14:35

프란치스칸 합동 서품미사 


2016. 01. 11. 주교좌계산성당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 대구 주교좌계산성당에서 두 분의 수사님(양우석 마태오, 이형근 베드로)이 사제품을 받고, 여섯 분의 수사님(이호석 안셀모, 권웅용 라자로, 황정민 루카, 홍창수 라파엘, 송대건 대건안드레아, 권정대 베드로)이 부제품을 받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사람들에게 크신 은총과 축복을 내리시어 참으로 당신 마음에 드는 성직자로 태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사부이신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께서 오늘 사제품을 받고 또 부제품을 받는 이 수사님들을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빕니다. 
이번에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와 작은 형제회의 합동 서품식을 우리 교구의 첫 본당이며 주교좌성당인 이곳 계산성당에서 갖게 되어서 저는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맞춘 것 같이 두 수도회가 사제는 한 분씩, 부제는 세 분씩, 같은 동수로 서품을 받게 되어 보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수사님들은 오래 전에 수도원에 들어와서 수련을 하였고 또 대신학교에 입학하여 수년 동안 학업과 수련을 동시에 다져오다가 오늘 드디어 부제, 혹은 사제로서 성품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서품식이 끝나면 이 사람들은 신분이 달라집니다. 수도자이면서 성직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계급이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똑 같은 주님의 자녀요, 똑 같은 주님의 종이며, 똑 같은 주님의 일꾼일 뿐입니다. 
부제가 되고 사제가 되면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조금 달라지긴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일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 근본적인 일이 무엇입니까?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을 섬기는 일입니다. 이것은 일반 신자들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지만 성직자 수도자들은 더욱 모범적으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20, 25-28)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세상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들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는 백성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백성들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하느님께서 이 사람들을 부르셔서 부제로 세우고 또 사제로 세우는 목적은 한 마디로 섬기는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을 섬기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섬기는 삶의 모범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목숨을 우리 죄의 대속물로 바치셨습니다. 이보다 더 확실한 모범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성직자로 살다보면 하느님을 섬기는 것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으며, 또한 백성을 섬기는 데 있어서도 섬기기보다는 섬김을 받을 때가 더 많은 것이 아닌가, 심지어 어떤 때는 세상의 통치자나 고관들처럼 백성 위에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세상 사람들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세상 사람들보다 잘 사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하는 생각마저 가끔 들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러므로 하늘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6-48) 
이 말씀은 더 나아가 “아버지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하는 말씀입니다. 수도자나 성직자나 그분들의 근본 소명은 철저히 섬기는 삶을 통하여 성성에로, 즉 거룩함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많은 말씀들은 제자들을 양성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이미 예수님께서 말씀하셨고 또 모범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천하는 것입니다. 삶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가장 철저하게 살았던 삶을 보여준 분이 바로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였습니다. 13세기에 혼탁해져 가던 교회를 새롭게 하고 오늘날까지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천상의 빛을 전해주고 계시는 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분이 그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교회 쇄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그분의 어떤 지위나 학식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과 복음의 정신을 온 몸으로 철저히 살아냈던, 지극히 가난하고 지극히 겸손했던 그분의 삶과 그분의 인격 자체였던 것입니다. 
오늘날 21세기에 또 한 분의 프란치스코가 우리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분께서 ‘봉헌생활의 해’를 선포하셨고, 이번에는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 ‘봉헌생활의 해’를 마무리하고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막 시작하는 이 시점에 우리가 수도자로서, 그리고 성직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그분께서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인도하심에 잘 따르는 것이 우리가 또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거룩한 복음적인 삶의 양식에 따라 살기로 작정하신 여러 프란치스칸들과, 특히 오늘 부제품과 사제품을 받게 되는 수사님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