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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알의 밀알처럼 (부제서품 미사 강론)
   2016/01/20  17:19

부제서품 미사


2016. 01. 19. 성 김대건 기념관

 

오늘 이 미사 중에 부제품을 받게 될 열네 명의 신학생들에게 하느님께서 큰 은총을 내리시어 부제품을 받고 장차 훌륭한 성직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정성을 다하여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 6장 1-7절을 보면, 사도들은 기도와 복음 전파에 전념하기 위해서 자신들을 도와줄 봉사자들을 뽑는데, 평판이 좋고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일곱 사람을 뽑아서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 일곱 사람이 최초의 부제들입니다. 이 일곱 부제 중에 초대교회의 최초의 순교자 스테파노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면 부제는 어떤 사람입니까? 부제서품예식서에 나오는 주교 훈시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성령의 은사로 힘을 얻어 주교와 사제를 도와주며, 말씀과 제단과 애덕에 봉사함으로써 모든 이의 종임을 드러낼 것입니다.”
예식서에 나와 있듯이 부제의 직무는 한마디로 봉사하는 일입니다. 부제를 라틴말로 ‘Diaconus’ 라고 하는데 이 말의 원 뜻도 ‘봉사’를 뜻하는 것입니다. 어디에 봉사하느냐 하면, 말씀과 제단과 애덕에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부제품을 받으면 그 사람은 성직자가 됩니다. 성직자란 그 말 그대로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직자란 모름지기 매일 기도에 충실하고 말씀을 선포하며 하느님과 백성에게 봉사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 부제품을 받을 사람들은 지난 수년 동안 신학교에서 학식과 성덕을 닦으며 그렇게 살기위해 준비해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자기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도우심을 간청하며 준비해 왔던 것입니다.
봉사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하느님과 백성에게 봉사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치는 마지막 회의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공의회의 풍요로운 가르침은 인간에게 봉사하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 온갖 나약함을 지닌 인간, 갖가지 요구를 지닌 인간에게 봉사하려는 것입니다.”(1965. 12. 7)
 
부제가 될 사람은 이 봉사를 더욱 효과적이고 온전한 마음으로 하기 위해 특별히 독신과 순명을 서약합니다. 이제 앞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서약하고, 그리고 자기 주교에게 순명할 것을 서약하는 것입니다. 수도자들이 수도원에 입회한 지 일정기간이 되고 수련을 마치면 종신토록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살 것을 서원하는 종신서원을 하듯이 부제가 될 사람도 성직자가 되는 것이기에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들 앞에서 공적으로 독신과 순명을 서약하는 것입니다. 
독신과 순명을 서약하는 이유는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하느님과 교회와 백성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봉사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이것은 바오로 사도께서 코린토 1서 17장에서 말씀하셨듯이 ‘사람을 속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게 살며 딴 생각 없이 오직 주님만을 섬기게 하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직자는 세상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그리고 일편단심으로 하느님과 사람을 섬기는, 봉사의 삶을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지냈던 ‘봉헌생활의 해’가 오늘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로서 막을 내립니다. ‘봉헌생활’이라는 말은 하느님께 바쳐진 삶을 말합니다. 자신을 하느님께 바친 삶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청빈이요 정결이며 순명인 것입니다. 성직자도 수도자와 마찬가지로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청빈과 정결과 순명은 오늘날 세상 사람들이 쫓아서 사는 패턴과는 정반대의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청빈이 아니라 부와 물질을 얻으려고 애를 쓰며, 정결이 아니라 쾌락과 욕정을 쫓아서 살고, 순명이 아니라 자유분방한 삶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반대로 가난하게 살라 하고 정결을 지키라 하며 순명을 따르라 하니 그렇게 사는 그 자체가 봉헌이고 봉사인 것입니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는 것을 봉헌이나 봉사라 하지 않습니다. 아무나 하지 않기에 우리가 큰 뜻을 가지고 주님과 교회를 위해 그런 희생과 사랑을 바치겠다고 하니까 봉헌이고 봉사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주님의 첫 제자들이 배와 그물과 아버지를 버리고 주님을 따랐듯이 세상 것을 다 버리고 이제 깨끗한 부제복으로 갈아입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완전한 봉헌을 원하십니다. 세상과 주님과의 사이에 양다리 걸치는 그런 어정쩡한 봉헌을 바라시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12, 24-26)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26)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주님께서는 더 나아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24)
 
오늘 이 부제서품미사에 귀한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방기대교구장이신 디도네 자빠라잉가 대주교님과 사무처장 하비에르 아르놀 파바 신부입니다. (환영의 박수를!)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에 방문을 하셨습니다. 그것도 적도가 지나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말입니다. 추운 것이 어떤 것인지를 단단히 체험하시는 것 같습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가 방기입니다. 그 나라에 가톨릭교회 교구는 7개인데 방기교구가 대교구입니다.
방기대교구에는 우리 교구의 남종우 신부님과 김형오 신부님과 배재근 신부님, 이렇게 세 분의 신부님들이 파견되어 사목하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의 수녀님들도 신부님들보다 훨씬 먼저 그곳에 파견되어 선교를 하고 계십니다. 이번에 방기 대주교님을 모시고 배재근 신부님과 조율리엣다 수녀님이 함께 휴가를 내어서 오셨습니다. 
어제 아침에 교구청 회의실에서 방기 대주교님과의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가졌었는데 그 자리에서 대주교님께서는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을 파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특히 3년 전에 일어난 내전으로 인하여 나라 전체가 위험한 처지에 있게 되었지만 우리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은 옆의 나라로 피난가지 않으시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신자들을 돌보는 것을 보고는 큰 감동을 받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주님의 제자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부제품을 받을 이 사람들이 한 알의 밀알처럼 아름답게 살며 딴 생각 없이 오직 주님만을 섬기며 봉사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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