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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네 가지의 기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종신서원 미사 강론)
   2016/02/03  13:15

종신서원


2016. 02. 02.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오늘 이 미사에서 일곱 분의 수녀님들이 종신서원을 합니다. 이분들에게 먼저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미사에서 첫 서원을 하신 수녀님들에게도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는 해마다 2월 2일 ‘주님봉헌축일’에 종신서원식을 거행하는데 가장 좋은 날을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오늘이 늘 ‘봉헌생활의 날’이고, 특히 이번에는 지난 1년간 지냈던 ‘봉헌생활의 해’를 마감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봉헌생활의 해’를 잘 사셨습니까? 
수녀님들이 생활관에서 성당으로 오는 중간 복도 게시판에 ‘봉헌생활의 해’에 대한 홍보문구들을 부쳐 놓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봉헌생활의 해의 ‘세 가지의 목표’와 ‘네 가지의 기대’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세 가지의 목표’는 첫째는 ‘과거에 대하여 감사하기’, 둘째는 ‘현재를 열정으로 살기’, 세 번째는 ‘미래를 희망으로 끌어안기’였습니다. 샬트르 성 바오로 대구수녀원이 작년에 10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00년의 역사에 대한 하느님의 섭리에 감사드리는 미사를 봉헌했었습니다. 이제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며, 미래의 샬트르를 생각하고 모든 것을 희망으로 끌어안으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네 가지의 기대’는, 첫째는 ‘기쁨의 존재가 되기’, 두 번째는 ‘세상에 대하여 예언자적 소명으로 살기’, 세 번째는 ‘친교의 삶을 살기’, 네 번째는 ‘변방으로 나아가기’였습니다. 맞습니까? 
이 네 가지는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내용이라 할 수 있고,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의 주된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네 가지의 기대는 네 가지의 소명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기대와 그 소명대로 살아가는 여러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이 네 가지의 기대에 대하여 잠시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기쁨의 존재가 되기’입니다. 우리는 먼저 수도생활을 기쁘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삶을 통해서 기쁨이 밖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주는 기쁨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사는 기쁨이 흘러넘쳐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 1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는 ‘세상에 대하여 예언자적 소명으로 살기’입니다. 샬트르의 주보 성인이신 사도 바오로만큼 세상에 대하여 예언자적 소명으로 사신 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오늘 제2독서인 필리피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이는)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이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필리 3,8-9.13)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을 다 하기 위해 그토록 열정적으로 사셨던 사도 바오로를 닮는 우리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셋째는 ‘친교의 삶을 살기’입니다. 모든 교회 공동체는 친교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수도 공동체는 더욱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 마지막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7) 예수님의 이 명령을 잘 실천함으로써 친교의 삶을 살고 이로써 사랑의 하느님을 증거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변방으로 나아가기’입니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교황청립 국제 수도회이기 때문에 로마에 총원이 있고 회원들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100여 년 전에 프랑스 샬트르에서 서울과 대구로 진출하였으며, 대구는 다시 하느님의 복음이 필요한 세계 변방으로 나아가 복음을 살고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샬트르 수녀님 때문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는 3년 전부터 우리 교구 신부님 세 분이 파견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카자흐스탄에도 신부님 한 분이 파견될 예정입니다. 세상 어디서든 복음의 기쁨과 소명으로 사시는 수녀님들 때문에 우리 신부님들도 그렇게 살려고 하는 분들이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어떤 영향을 서로가 서로에게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여 더욱 변방으로 나아가려는 사제와 수도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봉헌생활의 해’를 살기 위한 이 네 가지의 기대는 단순히 기대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실제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현재 그렇게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헌생활의 해’는 오늘로써 마무리되지만 수녀님들의 봉헌생활은 계속되는 것입니다.

 

오늘 종신서원을 하시는 수녀님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를 드리며, 올해 특별히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이하여 예수님처럼, 그리고 성모님처럼 ‘자비의 얼굴’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께서 자비로운 눈길로 우리를 끊임없이 바라보시며 우리가 당신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자비의 얼굴을 바라보게 해 주시도록 기도합니다.’(자비의 얼굴 2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