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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 만드는 곳 (신학교 입학미사 강론)
   2016/03/02  16:18

신학교 입학미사


2016. 03. 01. 대신학원

 

오늘 대구관구 대신학교에 입학하신 분들,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잘 응답하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어떤 청년을 만나서 물었습니다. 
“여기, 신발 만드는 데가 어디요?” 
그러자 그 청년이 저쪽이라고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소크라테스가 그 청년에게 다시 “그럼, 사람 만드는 데는 어디요?”하고 물었습니다. 
그 청년이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더니 소크라테스가 “그러면 나를 따라 오시오.” 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소크라테스와 제자 크세논과의 만남 이야깁니다. 
세상 사람들은 신발 만드는 데는 잘 아는데 사람 만드는 데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4,18-22)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막 시작하시면서 당신의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19)
세상 사람들이 신발 만드는 데는 알면서 사람 만드는 데는 모르듯이, 오늘날 사람들은 고기는 낚을 줄 알아도 사람 낚을 줄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람 낚는 어부’는 어떤 사람입니까? 
올해가 병인박해 150주년입니다. 1866년 2월 23일 조선교구 4대 교구장이신 베르뇌 장 주교님을 체포하는 것으로 시작된 병인박해는 전국적으로 엄청난 숫자의 순교자들을 낳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난 주말에 충청도 갈메못성지와 신리성지 등을 순례하고 왔습니다. 갈메못성지는 1866년 3월 30일에 조선교구 5대 교구장이신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님과 두 분의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님들, 그리고 자기 집을 베론 신학교에 내어주고 자신은 신학교 소사 일을 했던 성 장주기 요셉 회장님, 그리고 다블뤼 주교님의 복사를 했던 성 황석두 루카 회장님이 순교하신 장소입니다. 그리고 신리성지는 다블뤼 주교님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사목하시고 ‘조선 순교사’ ‘다블뤼 비망기’ 등을 집필하였던 주교관이라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주교님의 이런 자료들 덕분에 훗날 달레 신부는 ‘한국천주교회사’를 쓸 수가 있었고,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순교자 79분이 1925년에 복자가 될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갈메못성지는 파리외방전교회의 세 사람의 선교사들이 한꺼번에 군문효수형에 처해진 장소인데, 그분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서 이 멀고 먼 조선 땅에, 그것도 박해가 심해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왔겠습니까? 
오늘 제1독서인 로마서 10장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14-15)
이 땅에 어느 누구도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이가 없었기에 그 선교사들은 이 멀고 먼 이국땅에 와서 복음을 선포하고 피를 뿌렸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사람 낚는 어부’로 사시다가 순교하신 것입니다.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도 주님의 부르심에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드디어 사제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의 이 첫걸음은 한 마디로 ‘떠나는’ 것입니다. 고향집을 떠나는 것이고 부모 형제를 떠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버리는’ 것입니다. 그물을 버리고 배를 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떠나야 하고 왜 버려야 합니까? 그것은 따르기 위한 것입니다. 누구를 따르기 위해서입니까? 우리를 부르신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특히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주님을 따르기로 해놓고 잘 따르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 해서 그런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다 버리고 왔습니까? 어떤 학생을 그물을 끌고 오고 또 어떤 학생을 배를 끌고 신학교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것 때문에 학업과 성덕에 정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버리는 일부터 이 신학교에서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고기를 낚을 필요가 없습니다. 더 이상 고기에 관심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제 오롯이 몸과 마음을 이 신학교에 두어야 하고 하느님과 하느님의 뜻에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갈메못성지의 경당에 들어가면 입구에 다블뤼 주교님의 좌우명이라는 이런 말씀이 적혀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 자다.” 
이제 여러분들은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가져야 합니다. 예수님을 자신의 주인으로 모시고 그분만을 따르기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신학교 입학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여러분을 이곳으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신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허락해 주신 분들, 특별히 여러분의 부모님들께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