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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본 차이나 (제3회 교구 세계 여성의 날 미사 강론)
   2016/03/09  14:6

세계 여성의 날 미사


2016. 03. 08. 교육원 다동 대강당

 

오늘 교구 여성위원회 주최로 ‘세계 여성의 날’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주제는 올해의 교구 사목지침에 맞추어서 ‘가정과 생명’을 택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오전부터 가정과 입양에 대한 강연과 체험담들을 들으면서 여성으로서 가정과 생명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하여 많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을 줄 압니다. 오늘 좋은 강의를 해주신 꽃동네의 야고보 수사님과, 또 체험담을 나누어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 행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여성위원회가 하는 일에 하느님께서 축복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구약성경 창세기를 보면 태초에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살도록 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남자를 무엇으로 만들었지요? 흙으로 만들었습니다. 흙으로 빚어 만든 그릇을 무엇이라 합니까? 옹기 혹은 토기라고 합니다. 옹기나 토기는 큰 그릇이라도 별로 비싸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자는 무엇으로 만들었지요?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뼈가 들어간 그릇을 무엇이라 합니까? ‘본차이나(bone china)’라고 합니다. ‘본차이나’라는 말은 18세기 영국에서 소뼈가루를 섞어서 도자기를 만든 데에서 나온 말인데, 일반 옹기나 도자기보다 훨씬 귀하고 비쌉니다. 
이렇게 볼 때 남자가 옹기라면 여자는 본차이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비싸지 않은가, 그리고 하느님께서 더 신경 써서 잘 빚어 만드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비싸니까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고 신경 써서 조심스럽게 살살 다루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명재처(人命在妻)’란 말 아십니까? ‘인명재천(人命在天)’ 말고요. ‘인명재처(人命在妻)’란 ‘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란 말 아세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란 말은 아는데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란 말은 처음 들어보셨다고요?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이란 ‘아내와 화목하면 만사가 순조롭다’는 말입니다. 
이런 말 풀이가 재미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나름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고 혼자 살 것이 아니라 가정을 이루고 살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가정에서 나고 가정에서 자라며 가정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정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가정을 떠나서는 행복할 수가 없는데 그 가정이 오늘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작년 9월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세계가정대회’가 있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마지막 이틀 동안을 함께 하시면서 소중한 메시지를 던져 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가정이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음에 대하여 깊은 공감과 연민을 표시하셨습니다. 가정제도 자체가 퇴색되어 가고 있고 젊은이들은 점점 혼인을 미루고 있으며 인간관계에 매이는 것을 기피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오늘날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러한 현상은 효용성이 없는 것은 버리고 마는 소비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대인들은 관계를 소비하고 우정을 소비하며 종교를 소비하고, 그 댓가나 결과가 어떠하든지 간에 그저 소비하고 또 소비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러한 풍조를 대형 슈퍼마켓들이 동네 상점들을 몰아내는 현상에 비유하셨습니다. 즉 관계와 신뢰로 물건을 사고팔던 시대가 지나고 인간적 관계가 배제된 채 오직 유용성만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시대에서 관계와 신뢰의 가치와 의미를 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는 이러한 슈퍼마켓 시대에도 가정은 희망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가정은 하느님께서 당신 최고의 피조물인 인간에게 주시는 은총의 선물이고 우리들 가정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고 끊임없는 사랑을 부어주시기 때문에 희망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목자들의 회심과 모든 가정들의 참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다른 가정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고 하시면서 ‘서로의 짐을 덜어주고 서로를 지지하며 서로가 다른 가정, 특히 어려운 가정들을 돕고 돌보는 가정이 되자’고 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이 말씀들을 실천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보편교회는 최근 들어 오늘날 심각해진 가정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교 시노드를 여는 등의 여러 가지의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도 올해 사목지침으로 가정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를 더 잘 실천하기 위해 생명사랑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뜻있는 여성들의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성경 말씀(에제키엘 47,1-9.12; 요한 5,1-16)의 주제는 ‘물’입니다. 성경에서 물은 상당히 중요한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은 생명을 뜻하고 구원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벳자타 연못가에서 어떤 병자를 고쳐주시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벳자타 연못은 예루살렘의 ‘양의 문’ 옆에 있는 못인데 그 못에서 물이 출렁거릴 때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든 사람이 은혜를 입는다는 못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서른여덟 해나 앓아 누워있는 한 병자에게 다가가시어 “건강해지고 싶으냐?”고 물으십니다. 그랬더니 그는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들어갑니다.” 하고 말합니다. 
이 사람은 병자이고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절대로 못에 먼저 들어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못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들 자신과 자기 가족들의 치유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정작 치유가 절실히 필요한 병자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안타까운 병자를 치유해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이 안식일이었습니다. 일을 하면 안 되는 안식일에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주셨다는 이유로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박해하기 시작하였다고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살리시고 유다인들은 율법조문을 들어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생명과 죽음, 구원과 멸망,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되겠습니까? 
집에서 살림을 하는 쪽이 주로 여성이지요? 요즘은 맞벌이 하는 부부가 많기 때문에 남성도 살림의 일부를 담당하기도 합니다만 살림이 매우 중요합니다. 살림이 집안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일인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역사적으로 여성이 살림의 주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살림의 반대는 무엇입니까? 죽임이지요. 남성은 싸움과 전쟁을 잘 하기 때문에 죽임의 주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살림을 하는 여성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이 인류 문화와 문명과 종족이 남아났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만 일하는 남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가 미국의 어느 신부님인데 자신의 자서전과 같은 책입니다. 이 신부님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합니다. 부모님은 참으로 좋으신 분이신데 자기를 낳으신 분이 아니라 입양해준 양부모이며, 형제들이 열 명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형제들 중에는 부모님이 낳으신 자식도 있었지만 자신과 같이 누가 입양되어 온 아이인지 누가 진짜 낳아서 기른 아이인지 지금까지도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부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입양되어 온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봐 전혀 표시가 안 나게 행동하고 모두에게 잘해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행동이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자비의 실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성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7)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여성의 인권신장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심각하게 도전을 받고 있는 가정과 생명을 살리는 일에 여성들이 살림의 주특기를 발휘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주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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