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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정을 통해 전해지는 부활의 기쁨 (예수부활대축일 메시지)
   2016/03/27  13:57

“이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모든 교우 여러분의 가정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내리시는 기쁨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고자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의 죽음은 우리에 대한 사랑의 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시키셨습니다.(제1독서) 예수님의 부활로 십자가를 통한 사랑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보증되었고, 우리도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대인들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아야 믿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라고 하시며 토마스의 믿음을 꾸짖으셨지만 사실 보고서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 어두울 때에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간 마리아 막달레나는 무덤을 막은 돌이 치워져 있고, 빈 무덤을 ‘보았지만’ 주님의 부활을 알지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주님을 다른 데 모셔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뒤이어 달려간 시몬 베드로도 그랬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요한 20,9)”입니다. 참된 믿음은 하느님의 말씀, 즉 성경 말씀을 전적으로 믿는 데에 있지, 빈 무덤이나 잘 개켜져 있는 수건 같이 어떤 단서를 찾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일깨워 주시지 않으시는 한, 눈으로 직접 보고서도 깨달을 수 없는 것이 부활의 신비입니다. 그러기에 주님의 이끄심이 없다면 우리가 부활의 신비를 온전히 믿고 깨달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다른 제자”(우리가 요한이라고 알고 있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는 아직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분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보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믿게 해 준 힘은 바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의 힘으로 요한은 빈 무덤과 개켜져 있던 수건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관심과 사랑은 새로운 삶을 깨닫게 해 줍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의 지구, 공동의 집이 생태적 위기에 처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테러로 사람들은 죽음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너무 쉽게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흉악한 범죄가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빈곤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학대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끔찍한 소식이 전해집니다. 죽음의 세력이 전 세계에서 판을 치고 있고 그 세력은 가정에까지 들어왔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주님의 부활 소식을 듣습니다. 부활 사건은 온 세상 사람이 알아들을 만큼 확실하고 거창하게 전해지지 않고, 주님께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만 조용히 알려집니다. 그래서 세상은 마치 죽음의 세력이 승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세상에 생명과 평화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할 사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저는 올해 사목교서 「가정, 가장 가까운 교회」에서 교회를 구성하는 기초는 가정이며, 복음화는 바로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부활의 삶을 사는 우리의 자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이 먼저 새로운 삶, 부활을 살아야 합니다. 부활을 사는 우리의 자세는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한 우리는 저 위에 있는 것, 천상의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돈과 권력과 명예욕 같은, 땅에 있는 것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 관심과 배려 같은, 하늘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합니다. 부활한 이들의 이러한 삶은 바로 지금 여기, 우리 가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눌 때, 가장 먼저 가정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뵈올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가장 작은 배려와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가정 안에서 부활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가정에 내려 주신 크신 은총에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가 부활의 기쁨을 삶으로 증언해 나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