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우리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봉헌미사 강론)
   2016/05/23  10:59
 2016beomeo.jpg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봉헌미사


2016. 05. 22. 오후 3시

 

대구본당의 초대주임이신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께서 1898년 계산동에 최초로 지으셨던 성당은 한옥으로 된 성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성당은 완공된 지 2년 2개월 만에 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그래서 1902년에 로베르 신부님은 불에 타지도 않고 오래가는 성당을 짓기로 마음먹고 그 당시 얼마 되지 않은 신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벽돌을 구워 지은 성당이 지금의 계산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영남지방 최초의 고딕양식 성당으로서 국가 사적 290호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조선교구가 세워진 지 80년 만인 1911년 4월 8일 성 비오 10세 교황께서는 우리나라에 두 번째 교구로 대구교구를 설정하시고 초대교구장으로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을 임명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대구의 유일한 성당인 계산성당은 주교좌성당이 되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계산성당은 대구교구의 주교좌성당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며 그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1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교좌 계산성당을 중심으로 수많은 성당들이 설립되었으며, 우리 교구는 하느님의 은총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로 많은 성장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5년 전 우리 교구는 교구 100주년이라는 행사를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기도로 은혜롭게 잘 거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을 빌어 다시 한 번 지난 100년 동안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리며, 지난 세월 동안 교구의 발전과 지역사회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교구장님들을 비롯한 모든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교구는 2011년 교구 100주년을 준비하고 기념하면서 ‘제2차 교구 시노드’와 ‘교구 100년사 편찬’, 그리고 ‘100주년 기념성당 건립’이라는 세 가지 기념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시노드와 100년사 편찬은 이미 몇 년 전에 마무리하였습니다만, 100주년 기념성당 건립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였습니다. 
사실 100주년 기념성당 건립은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님께서 수년 전부터 생각하시고 준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선포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장차 범어성당 자리에 100주년 기념성당을 지으시려는 준비를 드러나지 않게 하셨던 것입니다. 
범어성당은 1951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65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1959년부터 1996년까지 37년 가까이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맡아서 사목을 하였습니다. 관구장이신 윤종일 신부님도 오늘 이 미사에 참석하셨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드디어 오랜 준비 끝에 2013년 3월 31일 부활대축일 오후에 기공식을 갖게 되었으며, 공사 시작 3년 만인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에 대성당 봉헌식을 갖게 되어 100주년 3대 기념사업을 다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교구 100주년 기념으로 범어성당 부지에 세워진 이 성당은 얼마 전 주한 교황대사이신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님을 통하여 교황청으로부터 대구대교구의 공동주교좌성당으로 승인을 득하였습니다. 이로써 우리 교구는 주교좌 계산성당과 함께 공동 주교좌(Co-Cathedral)로서 범어대성당을 갖게 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주교좌성당은 그 시대, 그 지역의 대표적 건축물이었습니다. 건축과 예술의 발전과 함께 그 시대 문화를 잘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교구설정 100주년이라는 기념과 감사의 마음으로 온 교구민이 정성을 모아 짓는 대성당이기 때문에 화려하지 않으면서 단순하고도 튼튼하게, 그리고 품위 있게 지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114년 전 대구의 우리 선배들이 힘을 모아 지었던 계산성당이 오늘날까지 튼튼하게 우리 교구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새로 짓는 이 성당도 앞으로 몇 백 년이고 우리 후손들이 대대로 찾아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힘을 받아 세상에 나가 열심히 신앙생활 할 수 있는 그런 성당이 되도록 견고하면서도 주교좌성당으로서의 품위와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게 지으려고 노력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주교좌 계산성당과, 100주년 기념성당이며 공동 주교좌성당인 범어대성당을 중심으로 우리 교구가  하나가 되고 세상의 복음화를 위하여 더욱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은총 내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대성당의 완공은 우리 교구민 모두의 기도와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은퇴하신 신부님들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신부님들과 수많은 교우들이 기도와 모금에 참여하였습니다.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년 동안 우리 교구에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들을 바쳐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로 봉독한 구약성경 느헤미야서 8장 말씀은 예루살렘 성전 봉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백성들이 무너진 성전을 다시 짓고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율법서를 읽고 있는데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 사제가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주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9)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여러분의 힘이니 서러워하지들 마십시오.”(10)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우리들의 힘이라고 했습니다. 그 힘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힘으로 우리의 믿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 믿음의 표현이 때로는 이런 성당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3월에 교구 평협 임원 몇 분과 함께 일본 나가사키와 고토라는 섬을 순례하였습니다. 고토는 크고 작은 섬 다섯 개가 모여 있는 섬입니다. 
수백 년 동안 모진 박해를 견디며 숨어살았던 천주교 신자들이 드디어 1873년 종교자유가 선포되자 너무나 기뻐서 마을마다 성당을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섬에 무려 52개의 성당들이 지어진 것입니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정부에서는 100년 전에 지어진 이 성당들을 묶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토를 순례하면서 느낀 것은 신앙의 기쁨과 신앙의 소중함, 그리고 그 신앙의 표현이었습니다. 주교좌성당은 교구민의 신앙의 중심이요 반석이며 신앙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교 예식서 43항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교좌성당은 그 높이와 크기로 사람들의 마음 안에 건설될 성령의 궁전을 암시하고, 하느님의 은총의 광채를 비추어 준다. 이것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입니다.’(2코린 6,16) 또한 주교좌성당은 온 세상에서 노래하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의 볼 수 있는 교회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표상입니다.” 
오늘 복음말씀(마태오 16, 13-19)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교회는 베드로라는 신앙의 반석 위에 세워졌으며, 가톨릭교회는 베드로좌를 중심으로 하나의 교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교회는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볼 수 있는 표상인 것입니다.
성전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거룩한 집이요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고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며 신앙의 신비가 거행되고 성사들을 통하여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생명이 선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성전에 모여서 기도하고 말씀을 듣고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베드로 사도께서는 오늘 제 2독서인 베드로 1서 2장에서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예수님처럼 살아 있는 돌이 되어서 이제는 보이는 건물이 아니라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성당 건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영적 집을 짓는 일입니다. 
성당을 잘 지어놓았다고 해서 복음화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나아가는 우리 교구 공동체에,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땅에 정의와 평화를 심고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을 가져오는 데 있어서 참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살아 있는 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도행전 3장을 보면 베드로와 요한이 어느 날 성전에 들어가다가 아름다운 문이라는 성전 문 곁에 앉아있는 한 불구자를 만나게 됩니다. 베드로는 구걸하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금도 은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일어나 걸으시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벌떡 일어나 껑충껑충 뛰기도 하면서 성전으로 들어가 하느님을 찬양하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성전에서 선포되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사랑과 자비, 평화와 구원인 것입니다. 
오늘 이 성전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그동안 저희들을 지켜주시고 수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과 찬미를 드립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영원히, 아멘.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