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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부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2016년 사제성화의 날 미사 강론)
   2016/06/07  11:21

사제성화의 날 미사


2016. 06. 03.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오늘은 예수성심대축일이며 ‘사제성화의 날’입니다.
지난해까지 ‘사제성화의 날’을 우리 교구는 주로 신학교에서 지냈습니다.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신학교에 모여 오전에 강의를 듣고 미사를 봉헌하고 점심식사 후 오후에는 친교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사제성화의 날은 새로 지은 대성당에 편리한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기에 범어대성당에서 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신부님들은 오전 10시에 드망즈홀에 모여 몇몇 신부님들의 현장체험담과 정희완 신부님의 강의를 들었으며 지금은 이 대성전에서 예수성심대축일 미사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자 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에는 대성당에서 미사를 하니까 신자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하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성당과 소성당까지 모두 가득 찰 정도로 많이 오실 줄을 몰랐습니다. 하여튼 신자 여러분들의 사랑과 기도로 우리 신부님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에 감사드리며 우리 신부님들이 모두 예수성심을 닮은 사제로 살 수 있도록 변함없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신자분들이 많이 오신 것은 우리 교구에 새로 보좌주교님이 나셨기 때문에 새 주교님을 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5월 31일에 우리 교구의 보좌주교로 장신호 요한 보스코 주교님을 임명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교구에 많은 복을 내려주심에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몇 년 동안 보좌주교님을 간절히 기다리며 기도를 바쳤는데 그 결실을 이제 맺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기도해주신 교우 여러분들과 신부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장신호 주교님은 학식과 성덕을 겸비한 분으로서 저의 부족한 점들을 잘 보완해 주실 뿐만 아니라 교구 사목에도 큰 역할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장주교님의 도움을 받아서 저의 주교 직무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사제성화의 날’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하여 모든 신부님들이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닮은 사제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하여 성찰하고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들도 모두 사제성화를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교구도 비슷합니다만 우리 교구도 신부님들이 대체로 3년 내지 4년 만에 인사이동을 합니다. 
그런데 인사발령을 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참으로 사제인사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저만 힘이 드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보다 더 힘이 드는 신부님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3, 4년마다 보따리를 싸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또 뜻하지 않은 소임지로 발령이 났을 때 그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그리고 신자들도 참 많이 힘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4년마다 정들었던 신부님을 보내야 어려움도 있지만, 다시 새로운 신부님을 맞이하여 그 신부님의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더구나 신부님의 사목 태도나 사목 방식이 비복음적일 때 그 어려움은 더 클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잘 참아주시고 기다려주시고 기도해주시는 신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저께 6월 1일은 우리 대신학교 주보성인이신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날 올해 사제서품 은경축을 맞이하신 신부님들의 홈커밍데이 행사가 신학교에서 있었습니다. 대개 부모님이 살고 계시고 자신이 자랐던 곳이 집이고 고향이지만 신부님들에게는 사제의 꿈을 키웠고 그 꿈을 이루었던 신학교도 또 하나의 집이고 고향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제가 된 지 25주년 은경축을 맞이한 신부님들이 같이 신학교를 방문하여 옛날 신학교를 다닐 때 가졌던 그 순수하고 열렬했던 마음을 되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날 홈커밍데이 행사를 하는 신부님들과 함께 신학교에서 후배 신학생들이 부르는 성가를 들으면서 미사를 같이 봉헌하였는데 가슴 뭉클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신부님들이 사제가 되기 위해 수년 동안을 같은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수련을 하였는데 사제가 되어서는 왜 그리 다른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신부님들도 인간이기에 성격이 다르고 개성이 있기 때문에 사목 스타일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목자의 기본적인 태도, 그 정신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이신 예수님의 정신, 예수님의 태도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겸손함과 온유함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으로 노래한 마태오 복음 11, 29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 제10항에서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비는 교회생활의 토대입니다. 교회의 모든 사목 활동은 온유함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온유함을 신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 복음 선포이든 세상에 대한 증언이든 그 어떠한 것도 자비가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자비와 연민이 가득 찬 사랑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신부님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사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오전에 강의를 맡은 정희완 신부님께서 말씀하시길, 오늘날 사목의 올바른 방식은 공동체성과 협의성이라 했습니다. 오늘날 신부님들에 대한 신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신부님들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사목 태도이며 방식입니다. 늘 신자들과 함께 하고 신자들과 협의하며 사목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루카 15,3-7)은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온 들판을 헤매는 목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잃어버린 양 한 마리보다는 잃어버리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들을 보며 흐뭇해합니다. 바른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한 사람의 신자도 참으로 귀하게 여기고 귀하게 대하는 목자의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비의 마음이며 예수성심의 마음일 것입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 로고가 새겨진 그림을 보면 예수님께서 어느 노인을 업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노인은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 할아버지이기도 하고, 어느 노숙자일 수 있으며, 우리가 돌보아야 할 이웃일 수도 있습니다. 그 그림은 마치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서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오는 목자의 모습과 같습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모습이어야 할 것입니다.
 
경향잡지 이번 6월호에 우리 교구의 어느 본당 신자가 ‘아름다운 사제 이런 사목’이란 제목으로 쓰신 글이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이 신자분이 말하는 신부님이 우리 교구의 어떤 신부님이신지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만, 어떻든 그 글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글의 마지막 단락을 읽어드리며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양들을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다며, 양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겸손하신 신부님, 몸소 보여주신 신부님의 사랑으로 우리 본당 신자들은 이 험한 세상에 큰 위로를 받고 살아갑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신부님을 통하여 충만하게 느꼈습니다. 언제나 예수님을 닮으려는 신부님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웠습니다. 신부님, 언제나 건강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신부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