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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친정 어머니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2017/02/13  11:15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2017. 02. 11. 주교좌범어대성당

 
오늘은 우리 교구 주보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저희 교구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그리고 교구가 닥친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롭게 쇄신되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성모님께서 1858년 2월 11일부터 프랑스의 피레네 산맥 아래 조그만 시골 마을인 루르드에서 14세 소녀인 베르나데트에게 여러 차례 나타나셨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성모님께서 베르나데트에게 동굴 앞에 샘을 파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 물을 마시고 씻어라고 하여 그렇게 하였더니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성모님 발현 첫날을 ‘세계 병자의 날’로 정하여 이날 특별히 모든 병자들의 쾌유를 위하여 기도하고, 병자들을 간호하고 치료하는 의료인들을 위하여 기도하도록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주위의 모든 병자들의 치유를 위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 교구의 송양업 토마스 신부님께서 프랑스 벨포흐 교구로 선교를 위해 파견됩니다. 그곳에서 일정기간 동안 언어를 익히고 현지인 사목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미사 끝에 파견예식을 하게 될 터인데 떠나시는 송신부님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주교가 된 후부터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미사를 지금까지는 교구청 안에 있는 성모당에서 드렸었는데 오늘은 특별히 이곳 범어대성당에서 드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최종태 교수님께서 만드신 루르드 성모상을 성당 광장에 세우고 축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원래는 축복식과 함께 미사도 광장에서 드리려고 하였는데 날씨가 너무 춥기 때문에 축복예절만 밖에서 하고 미사는 성당 안에서 드리게 되었습니다.
범어대성당을 작년 5월에 우리 교구의 공동주교좌성당으로 봉헌하였습니다. 우리 교구의 주보는 루르드의 성모님이시기 때문에 범어대성당의 주교좌성당으로서의 주보는 당연히 루르드의 성모님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루르드의 성모상을 성당 어딘가에 세워야 하겠는데 어디에 세울까 하는 것은 성당을 완공하기 전에 결정하였습니다. 성당 현관 앞에서 100M 지점의 광장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의 작품으로 할까를 많이 고심을 하다가 몇몇 신부님들과 의논 끝에 서울대학교 최종태 명예교수님께 의뢰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최종태교수님은 우리나라 예술원 회원이시고 미술계의 거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세가 85세이시지만 아직도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하시고 계십니다. 서울 길상사에 가면 성모님 닮은 관음보살상이 있는데 그것은 돌아가신 법정 스님께서 길상사 주지로 계실 때 최교수님께 부탁하여 만들어진 관음상입니다. 열심한 천주교 신자인 최교수님이 관음상을 만드셨으니까 성모님 닮은 관음상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교수님의 작품들을 보면 주로 사람을 조각하거나 그리시는데 형태가 단순하면서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많은 성모상을 조각하시고 또 그림도 그립니다만, 그 성모상들을 바라보면 그 형태 역시 단순하지만 성모님의 겸손과 신앙과 사랑, 그리고 동양적인 여성스러움과 모성 등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교구 주보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최교수님의 루르드 성모상을 봉헌합니다. 이 성모상은 기존의 루르드의 성모상과는 조금 다른, 한국적인 이미지로 성모님의 자애로운 덕성을 잘 드러내리라 기대합니다. 
이 성모상을 봉헌하신 분은 변득일 안나 할머니이십니다. 이분은 35년 전에 송현성당을 봉헌하신 고 백학종 클레멘스 회장님의 미망인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로 봉독한 이사야 66,10-14 말씀은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하면서 메시아를 어머니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그 위로의 품에서 젖을 빨아 배부르리라. 너희가 그 영광스러운 가슴에서 젖을 먹어 흡족해지리라.”(11절)
“너희는 젖을 빨고 팔에 안겨 다니며 무릎 위에서 귀염을 받으리라. 어머니가 제 자식을 위로하듯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13)
저는 2008년 11월에 루르드 성모 발현 150주년과 우리 교구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기념하여 교구 순례단을 구성하여 루르드 성지순례를 갔다 왔었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하여 스페인의 몇 군데의 성지들을 거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드디어 루르드에 도착하였는데 마치 고향집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루르드까지 오는 동안 많은 성지를 방문하고 많은 성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루르드에 와서야 비로소 우리 집 같은 기분으로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모님이 거기에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설 명절 잘 지내셨습니까?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손자, 손녀 다 왔었습니까? 대개 다 오지요. 아들 며느리가 시댁에 먼저 오기는 오는데 얼마 안 있고 친정에 가서 더 오래 머문다고들 합니다만. 그런데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부부는 각자 자기 친정에만 간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이냐 하면, 명절에 통상 시댁에 갔다가 친정에 가는데 그러지 않고 처음부터 아들도 자기 집에 가고 며느리도 자기 친정에 가서 명절을 지낸다는 것입니다. 신세대 부부가 그러는 것 같기도 한데, 하여튼 친정이 편하다는 것이고 편한 대로 살겠다는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친정 부모님이 편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있었고 그 힘든 산고를 겪으며 낳았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 결혼할 때까지 수많은 뒷바라지를 해주었으니 그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 관계이겠습니까! 
예수님과 성모님의 관계도 인간적으로 그렇지 않았겠는가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요한 2,1-11)을 보면 갈릴레아 카나에서 혼인잔치가 있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입니다. 잔치 집에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그 곤란한 처지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신 분이 성모님이십니다. 여기서도 여성으로서 섬세함과 어머니로서 따뜻함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 다가가 말씀하셨습니다. “이 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구나.”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다’는 말씀은 예수님 당신께서 기적을 베풀어서 당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때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씀이 청을 거절하는 것처럼 들립니다만 성모님은 예수님을 아시기 때문에 일꾼들에게 이르기를 “무엇이든지 저분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때가 되지 않았지만 성모님의 청을 듣고서 물을 술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 어머니의 청을 가장 잘 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즐겨 성모님을 통해서 하느님께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지금 나라도 어렵고 교회도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쇄신되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열심히 성모님의 전구를 빌어야 하겠습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 나라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