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교구장/보좌주교 > 보좌주교 말씀
제목 SINE 케리그마 피정을 다녀와서 (교구 사제월보 2017년 7월호, 사목논단 II)
   2017/07/31  15:55

교구 사제월보 2017년 7월호, 사목논단 II

 

1. 머리말

지난 6월 5일-9일까지 SINE 케리그마 피정에 참석하였다. SINE는 ‘새 복음화를 위한 통합 시스템’(Integral System of New Evangelization)을 일컫는 사목 시스템을 말한다.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지만 1단계는 케리그마 피정이고, 2단계는 코이노니아 피정이다. 현재 한국에는 인천 교구가 1, 2단계 피정을 마쳤고, 2017년 올해 5월~6월에 걸쳐 1주간씩 전주, 광주, 안동, 대구 대교구가 차례로 케리그마 피정을 마쳤다.

 

2. SINE 프로그램과 한국 교회

SINE 프로그램은 멕시코의 알폰소 나바로 신부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본당에서 실천적으로 구현하려고 공의회 문헌에서 계시헌장, 교회헌장, 전례헌장, 사목헌장 등의 문헌 연구를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후속 문헌 연구로 <교회의 선교 사명>, <복음의 기쁨> 등도 포함하고 있다.

SINE는 발상지인 멕시코를 벗어나 오히려 콜롬비아에서 꽃을 피우는데, 15년 전부터 콜롬비아 몇몇 본당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하여 현재 콜롬비아 80개 교구 가운데 47개 교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처음의 SINE 교구 위원회는 나중에 콜롬비아 주교회의 산하 국가 위원회로 개편되었으며, 현재는 다른 나라에서 요청하는 도움에 응하기 위한 SINE 국제 네트워킹도 조직했다.

한국에 도입하게 된 계기는, 인천 교구 차동엽 신부, 아르헨티나 문한림 주교의 소개로 2014년 7월 인천교구 정신철 주교가 콜롬비아를 방문하고 마르코 신부와 마르타 자매로부터 강의를 듣고서 페레이라 교구와 메델린 교구 주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6개 본당을 견학한 것이 출발점이 되었다. 인천 교구는 2015년 케리그마 피정, 2016년 코이노니아 피정을 실시하였다.

정신철 주교는 SINE피정을 2016년 주교영성모임에서 소개하였고, 2017년 5월 전주, 광주, 안동교구에 이어서, 우리 교구도 지난 6월 5일-9일 한티 피정의 집에서 케리그마 피정을 실시하였는데, 이 피정에 대주교님을 모시고 교구청과 사회복지 신부 47명이 참석하였다.

 

3. SINE 1단계 케리그마 피정 일정 소개

첫날 월요일 오후 5시에 한티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였다. 거기에서 케리그마 피정 안내문, 피정 일정표, 나눔 조별 명단을 받았다. 일정표는 매우 빡빡했다. 어떤 사제는 이토록 강도 높은 사제 피정 일정은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첫날은 저녁 기도, 식사, 피정 소개로 마무리 되었다. 계속 이어지는 둘째, 셋째, 넷째 날에는 미사와 기도와 식사와 같은 기본적인 일정에 1) 강의와 조별 나눔, 2) 예식들이 더해져 있었다.

먼저 ‘강의와 조별 나눔’으로, 여려 차례에 걸쳐 30분의 강의와 30분의 조별 나눔을 실시하였다. 강의는 하느님의 사랑, 참회, 사제의 정체성, 나의 주님, 새로운 성령 강림 등을 주제로 하였다. 강의 내용은 사제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강사 신부님과 마르타 자매는 머리로 이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으로 하느님을 느낄 수 있도록 초대하고 안내하였다. 중간에 오전 휴식, 점심 식사, 오후 휴식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늘 비슷하게 강의와 그 강의에 대한 조별 나눔이 이어졌다. 조별 나눔은, 어떤 조에서는, 다른 사제들에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는 나누기가 상당히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조에서는, 신부가 되고나서 형제들에게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무척 좋다고 하였다.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서 조별 나눔을 잘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식’으로는, 강의와 조별 나눔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피정 첫 부분을 마무리하는 ‘참회 예식’과 둘째 부분을 마무리하는 ‘봉헌 예식(축성 예식)’을 거행하였다. 참회 예식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에서 멀어진 우리의 죄를 성찰하고 필요하면 고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과의 친교를 회복하고 성수 예절을 거행하였다. 참회 예식은 사제라면 파스카 성야나 성수 예절 때마다 집전하였을 것이지만 다른 사제가 거행하고 내가 참석한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한편 봉헌 예식을 통해서 하느님을 나의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결심을 표현하는 예절과 성령의 강림을 표현하는 안수 예절을 거행하였다. 사제들은 신자들에게 안수할 기회가 많지만 내가 참석하여 안수를 받는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다. 두 예식에 모두 들어 있는 평화의 인사에서 동료 사제들과 포옹을 할 때 사제단의 일치와 형제애를 진하게 느꼈다. 하느님께 그리고 이웃 형제들에게 받아들여졌으며, 내가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은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4. SINE 케리그마 피정의 소감 소개

케리그마 피정을 마치고 받은 소감문을 이 자리에서 소개하여, 많은 신부님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2017년 교구 사제 피정 소감문

 

1) SINE 프로그램 관련 소감

- SINE 피정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찾고, 성령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예수님께서 저에게 바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참회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새로운 성령강림으로 쇄신된 사제, 본질에 충실한 사제로 살아갈 용기를 내게 된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 사제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하느님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된 피정이었습니다.

- 하느님을 잊고 살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내가 아닌 하느님이 중심이 되는 삶을 새롭게 다짐해본다. 부족하지만 늘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고 계심을 믿고 늘 새로워지는 삶을 다시 시작한다.

- 이번 기회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 교구에도 적용되길 희망합니다. 사제와 평신도가 친교와 선교의 교회로 변화되고, 성소의 씨앗이 늘어날 수 있음을 보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 처음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해 어렵게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의 형식도 성찰에 맞지 않아 너무 어려웠지만 조금씩 적응되어 갔고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하느님께 멀리 벗어나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새롭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 그리고 복음선포의 사목이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 지금까지의 피정과는 달리 일정이 빡빡하였지만, 사제로서 일에 얽매인다는 핑계로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점검하고 확립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새로운 사목적 접근법의 소개가 아주 좋았습니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SINE 시스템이 우리나라(교구)에서 올바로 자리 잡으려면 교구적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이 필수이고, 더욱이 이것을 경험하지 못한 교구의 다른 모든 신부님들께서 이를 체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사제로서, 신앙인으로서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 1. SINE 관심 사제를 모아주세요. 2. SINE를 통해서 사제가 사제에게 기도연결고리가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3. 우보천리 걸음으로 SINE가 토착되었으면 합니다.

- 삶을 돌아보는 피정이었다. 좋은 시간이었고, SINE 프로그램이 교구에 도입되어 연구되어지면 좋겠다.

-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하느님’에게서 얻기를 희망한다면, 혹은 맛보았다면 SINE의 길을 가는 것이 옳다. 힘들어도 갑시다.

- 오랜만에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는 피정이었습니다. 비록 일정이 바쁘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어떤 피정보다 깊은 회개와 화해,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Kerigma 피정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제들끼리 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또 서로 위로해주고 기도해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SINE와는 별개로, 사제들 간에 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위로해주고 기도해줄 수 있는 감성적인 피정이 앞으로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피정 전체에 대한 소감

- 오랜만에 교구의 여러 특수사목 신부님들과 함께 피정하여 기뻤습니다. 특히, 가장 본질적인 신앙의 물음과 이를 두고 선후배 사제들이 진솔하게 나눈 시간이 의미 있었습니다. 평소에 하기 힘든 체험이었고 이 과정 자체가 훌륭한 피정이었습니다. 사목적 회심 등, 작은 씨앗을 품고 갑니다.

- 동료사제들과 좀 더 친밀한 관계로 느껴졌고, 형제 사제임을 재확인하는 피정이었습니다.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신부들끼리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으나, 일정이 너무 빡빡했다.

- 피정은 따로 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 다음 피정 때는 일정과 내용을 조금 조절해서 오후에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제연중피정을 통해 SINE연수를 한 것이 아쉽다. 충전의 시간을 연수를 하느라 진을 다 뺀 기분이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잘 될 것이며 또 다른 소공동체 운동의 전개가 되지 않길 희망하고 기도한다.

- 아쉬운 점은 훌륭한 통역 덕분에 많이 덮였지만, 강사들의 정리되지 않은 강의 내용이 조금 아쉬웠다.

 

5. 나가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떠오르는 것은 마르코 신부님이 강의 중에 들려준 브라질 주교님의 일화이다. ‘어떤 브라질 주교님이 가난한 사람들(아마도 신자들)을 보고 너무 힘들고 어렵게 집도 없이 사는 것이 안쓰러운 나머지 집을 200채나 지어 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살펴보니 이들이 모두 개신교 신자가 되어 있었다. (2016년 신문 기사를 보니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 2년 새 신자 900만 명이 감소하였고 그곳의 개신교 신자는 반대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주교님은 나중에 자신이 집은 나누어주었지만 예수님을 전해주지 못한 것을 반성하였다.’ SINE 케리그마 피정에 참석한 우리들도 우리가 전할 복음의 핵심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이어야 함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이번 SINE 케리그마 피정을 마치고, 많은 사제들이 참회와 성찰을 통해 사목적 회심을 하고 사제적 정체성을 회복하며 하느님을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고 성령을 모신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목격하였다. 내년 2018년에 마르코 신부와 마르타 자매가 대구를 방문하도록 요청한 상태이다. 방문이 확정되어 우리 교구의 더 많은 신부님들이 케리그마 피정을 통하여 예수님을 모시고 사는 사제적 기쁨과 행복을 누리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