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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머리에 재를 얹고 (교구청 재의 수요일 미사 강론)
   2018/02/14  15:57

교구청 재의 수요일 미사


2018년 2월 14일 교구청 꾸르실료 교육관 경당

 

찬미예수님.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을 맞아,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기 위해 우리는 모였습니다.

 

오늘 축복하는 재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하여, 일 년 동안 십자고상 뒤에 두었던 성지 가지를 태워서 만듭니다. 주례사제는 재를 얹으며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고 말합니다. 성지 주일의 예루살렘 입성을 그려보며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예수님을 환호하였을까 생각해 봅시다. 어쩌면 제 나름의 계산으로 로마 제국의 통치에서 정치적 해방을 가져올 분으로 맞이하였을 것입니다. 그런 욕심에서 나의 왕, 나의 해방자라고 마음대로 단정하고 ‘호산나, 다웟의 자손,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이스라엘 임금님, 높은데서 호산나’하고 외쳤던 것입니다. 그런데 욕심이 좌절되자 ‘죽이시오.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시오.’ 돌변한 군중의 고함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집단적 이기적 욕심들을 ‘호산나’를 외치며 흔들었던 가지와 함께 불태워 머리에 얹을 재를 만든 것입니다. 이 재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온갖 욕심들, 우상들, 미움들, 거짓된 것들을 함께 태워 없애야 할 것입니다.

 

재를 얹으면서 주례사제는 또한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왜관 분도회에서 제가 사제 서품과 부제 서품을 주고 나서 새 신부님과 새 부제님께 “성인이 되어달라.”고 청했습니다. 네. 힘들어하셨습니다. 제가 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그러면 하늘나라에서 기뻐하는 사람이 되어주십시오.”하고 청했습니다. 자. 질문하겠습니다, 여러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가톨릭 성가 518번 함께 불러보겠습니다. “선한 사람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하늘나라에서는 더 기뻐할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하늘나라에서 기뻐하는 사람은 회개하는 죄인입니다. 여기에서 ‘회개’는 ‘하느님 아닌 것을 향하던 자신을 깨닫고 이제 하느님을 향하도록 방향을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회개에 함께해야 하는 것이 자기성찰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듣는 말이 “열심히”일 것입니다. 성실성을 말합니다. 그러나 성실성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대로” 곧 방향성입니다. 성실성과 방향성 가운데 방향성이 더 중요한 이유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로 열심히 하기만 하면, 예를 들어서 대구에서 서울을 가야 하는 데 부산으로 방향을 잘못 잡고도 열심히만 가면, 원래 목표로부터 점점 멀어질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길에서는 방향성 없는 성실성은 하느님 반대쪽으로 열심히 멀어질 뿐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자기성찰입니다. 성찰은 주님 가르침에 따라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살피고, “하느님 아버지, 제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습니까?”하고 여쭙는 과정입니다. 예수님도 기도와 성찰을 위해 한적한 곳에 물러나셨지요.

 

오늘 재의 수요일을 맞아, 이제 곧 재를 머리에 얹을 것입니다. 이 예식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바로 재와 같이 흩어지는 존재, 먼지로 돌아가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사순 시기 동안 회개와 참회와 속죄를 통하여 내 마음을 깨끗하게 정돈하여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소명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성찰을 통하여 혹시라도 하느님 아닌 것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면 이제 방향을 바꾸고 제대로 하느님을 향하여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부활의 기쁨 속에서 하느님을 충만히 만나 뵈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이 사순 시기 동안 함께 노력하고 성원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