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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위령의 날 둘째미사 강론)
   2018/11/02  15:12

위령의 날 둘째미사

 

2018년 11월 2일 교구청 성직자 묘지

 

찬미예수님. 오늘 교회는 위령의 날을 맞아 연옥 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위령 미사를 봉헌합니다. 교회가 이렇게 연령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은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에 근거합니다. 천상 교회와 지상 교회와 연옥 교회의 신자들 곧 성도들이, 모두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서 한 몸을 이루기 때문에, 각자의 선행과 공로가 모두에게 전달되고 교류된다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947항 참조). 그래서 이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는 신비를 통하여, 각 교회에 속한 신자들은 다른 신자들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고, 또 전례에 의한 하느님의 은총을 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옥에 있는 연령들은 수동적인 상태에 있기 때문에, 신자들의 기도와 전례에 의한 은총을 받기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옥 영혼들이 정화의 시기를 마치고 천상 교회로 올라가면, 자신들을 위하여 기도해준 신자들을 위해서 그들이 기도할 것입니다.

 

고해 성사를 받은 영혼은 죄를 모두 용서 받지만, 잠벌이 남기 때문에 지상에서 잠벌을 치러야 하고, 필요한 경우 연옥에서도 잠벌을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잠벌을 사면해 주는 것이 대사입니다. 그런데 위령의 날에 성당이나 경당을 방문하여 주님의 기도와 신경을 바치거나,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어느 날이든 묘지에 참배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자는 연옥 영혼에게만 양보할 수 있는 전대사를 얻습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이 죽은 이들을 위하여 대리 기도의 방식으로 대사를 넘겨주는 것은 탁월한 방법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교황령 ‘대사 교리’, 8항 참조). 전대사를 얻으려면 정해진 선행, 예컨대 묘지 방문을 실천하면서 세 가지 조건, 곧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를 실행해야 합니다(대사 규범 제7조). 이 세 가지 조건 중에, 고해 성사는 며칠 전이나 후에 받으시면 되지만, 영성체와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는 선행을 실천하는 당일에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규범 제8조).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로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바치는 데(규범 제10조),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영광송을 덧붙여 주모경을 바칩니다. 전대사는 하루에 한 번만 얻을 수 있지만, 부분 대사는 여러 번 얻을 수 있습니다(규범 제6조).

 

대구 성직자 묘지 문 양쪽 기둥에 라틴어로 HODIE MIHI, CRAS TIBI가 새겨져 있습니다. ‘오늘 나에게 내일 너에게’입니다. 마치 이곳의 영혼들이 우리에게, ‘죽음이 오늘은 나에게 왔지만, 내일은 너에게 올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자. 내일 죽음이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와. 내가 내일 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마치 우리는 죽음을 잊어버리고 내가 겪을 일은 아니라는 듯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찾아옵니다. 죽음을 모르고 혹은 잊어버리고 사는 것보다 죽음을 인식하고 사는 것이 분명 더 의미 있게 살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은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죽음도 준비하며 살고 있습니다. 식사 마침 기도에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도록’ 기도하고, 구원을 비는 기도에서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시기를’ 청하며, 성모송에서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시기를’ 기도하고, 성무일도 끝기도에서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하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먼저 떠난 연령들을 기억하며, 우리도 거기서 함께 만날 것을 압니다. 하느님이 매일 새 아침을 선물하실 때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회개와 애덕 실천의 기회를 주시는 것임을 깨닫고, 자비로이 주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연령들을 위해 우리가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