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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내신 분의 영광을 찾는 사람 (제85대 말씀의 봉사자 파견미사 강론)
   2019/02/27  9:45

제85대 말씀의 봉사자 파견미사

 

2019년 2월 23일 대안성당

 

찬미예수님, 제85대 말씀의 봉사자 파견미사에 참석하신 파스카 청년 성서 가족 여러분, 그리고 교우 여러분 반갑습니다. 파견될 말씀의 봉사자 여러분, 준비하느라고 고생했습니다.

 

오늘 복음 요한 7장14-18절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중심주의를 밝히십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내 가르침은 내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것이다.” 하시고서는, 스스로 나서서 말하는 자는 자신의 영광을 찾지만 자신을 파견한 분의 영광을 찾는 이는 참되고 또 그에게는 불의가 없다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파견될 말씀의 봉사자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말씀을 전하고 여러분의 영광을 찾을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파견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의 영광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가 창설한 예수회가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Ad Majorem Dei Gloriam)를 표어로 채택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입니다.

 

저는, 우리 ‘말씀의 봉사자들이 말씀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기념하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모습(마태 21,1-11, 마르 11,1-10, 루카 19,28-40, 요한 12,12-16)이 떠오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까이 이르렀을 때, 제자들을 보내 어린 나귀를 끌고 오라고 하시죠. 누가 ‘왜 그러는 거요?’하거든 ‘주님께서 필요하시답니다.’ 혹은 ‘주님께서 쓰시겠답니다.’하고 답하라 하시구요.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입성을 하시는데, 군중들은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 깔고, 또 나뭇가지들을 꺾어다가 길에 깔았죠. 그리고 군중은 ‘호산나, 다윗의 자손,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하고 외칩니다. 그런데 만일 이 어린 나귀가 군중들의 환호와 외침이 예수님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서 환호에 응답이라도 할 것이면, 예수님을 저 구석으로 내동댕이치고 말 것입니다. 말씀의 봉사자로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영광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추구할 때, 우리는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올바르게 모시고 가는 온순한 나귀처럼 말씀에 제대로 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사명 수행에 힘든 점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시면서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하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제2장 6-8절에서,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고,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더욱이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라고 순명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말씀의 봉사자는 말씀을 섬기고 말씀에 봉사하는 사람이기에, 내 생각에 따라 말씀을 이용하고 지배하거나, 말씀을 내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성령께서 성경 저자들에게 영감을 주어 성경을 집필하도록 이끌어주셨듯이, 같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을 깨닫고 알아들고 선포하며 말씀에 봉사해야 할 것입니다.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겠지만 끊임없이 아버지의 말씀과 그분의 영광을 위하여 순명할 때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말씀을 전할 때 우리를 도구로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실 것입니다. 분명 우리의 능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데, 놀랍게도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결실을 맺었다면, 그것이 하느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졌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더욱 풍성하게 활동하시도록 우리는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맡겨드려야 하겠습니다. 말씀 봉사자로서 복음 말씀에 순명하고 널리 전하도록 힘껏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