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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감사와 말씀과 봉사의 성가정 (평리본당 40주년 기념 미사 강론)
   2019/06/18  11:29

평리본당 40주년 기념 미사

 

2019년 6월 16일

 

찬미예수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이하여, 또 본당 40주년을 맞이하여 성가정 7가정을 축복하기로 하였으므로, 삼위일체 대축일 강론에 덧붙여 성가정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성가정의 모범은 나사렛 성가정입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성가정’하면 신자 부모님 아래 신자 자녀들이 있는 경우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래도 좀 더 깊이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나자렛 성가정처럼 신자 부모 신자 자녀와 함께 하느님의 현존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삼위일체 내적 사랑의 신비’는 성부 성자 성령께서 아주 긴밀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외적 사랑의 신비’는 하느님 사람들 사이가 각기 성령으로 연결되어, 어떤 사람과 다른 사람이 주고받는 사랑이 최종적으로 하느님에게서 비롯하고 하느님을 향해 흘러가게 되어 사랑의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신자 부부가 혼인을 하게 되면 남편에게 성령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전달되고 아내에게도 성령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전달되므로, 남편은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직접 돌려드려도 되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아내를 진정 사랑함으로써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갚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부 하느님 – 성령 – 남편(또는 아내) - 아내(또는 남편) - 성령 – 성부 하느님, 이렇게 사랑의 연결고리가 생기는데 이를 ‘삼위일체 외적 사랑의 신비’라고 할 것입니다.

 

일찍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새 계명을 주셨는데,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이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하시며 당신을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이와 동일시하시면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하나로 묶어주셨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며(1요한 4,20 참조), 이웃 가운데 가장 가까운 이웃인 배우자 부모 자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신자도 모두 거짓말쟁이입니다. 성가정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연결고리에 참여한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성가정의 특징은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여 복음화된 가정을 말합니다. 거룩해진 가정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가정입니다. 성령의 세례를 받은 신자를 성도라고 하듯이 성령의 현존에 따라 하느님을 그 가정의 주인으로 가장으로 그집의 참된 주님으로 모시고 사는 집을 우리는 성가정이라 해야 하겠습니다. 그 실천사항으로,

 

1. 기도하는 성가정이 됩시다. 나자렛 성가정의 첫째 모범은 기도입니다. 성모님은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셨습니다. 요셉은,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할 때, 이집트로 피신하라고 할 때, 주님께 도움을 창하는 의탁의 기도를 바치면서 불안과 위험을 극복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수시로 외딴 곳에 물러가셔서 하느님께 기도하셨지요. 성가정에서 바칠 우리의 기도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우선적으로 감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그 크고 놀라운 사랑을 기억하고 드리는 감사의 기도입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 각자가 아침 저녁 삼종 기도를 바치며 감사하고, 또 가족이 함께 모여 감사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도 감사드리고, 배우자 부모 자녀에게 감사한 내용도 함께 공동으로 바치면 좋겠습니다. 부모 자녀가 집을 나설 때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를 남아 있는 가족이 바치면 좋겠고, 돌아오는 사람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하신 예수님 말씀따라 인사하면 좋겠습니다. 자녀의 학과나 배우자를 정해주는 것은 자칫 평생 원망을 들을 수 있는 일이라서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그 가정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것은 무엇인지, 원하시는 뜻은 무엇인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2. 말씀의 양식을 얻는 성가정이 됩시다. 제가 견진 성사를 집전하러 가게 되면, 미리 견진 교리 기간 중에, 사제 서품 성구를 뽑는 것처럼, 자신의 견진 성구를 정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가훈을 정할 때에도 예전의 ‘가화만사성’도 좋지만 가족이 함께 성경 말씀 가운데 가훈을 정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성경 말씀을 많이 읽고 묵상하여 우리의 가정 생활을 풍성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3. 제 십자가를 지고 봉사하는 성가정이 됩시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는 제자는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십자가는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명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를 위하여 죽기까지 더욱이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시며 우리를 사랑해주셨습니다. 일상에서 각자의 십자가는,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을 용서하고, 사랑하고, 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약하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성가정은 신자 가정에서 각자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말씀의 양식을 얻는 성가정은 신자 가정에서 각자 예언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봉사하는 성가정은 신자 가정에서 각자 왕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임금이셨지만 십자가에서 목숨 바치는 사랑으로 백성들을 섬겼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우리 가정의 진짜 주인이신 하느님의 뜻을 일상의 십자가 속에서 찾고, 그 사랑에 감사하고, 그 말씀으로 자라나, 우리 가족과 여러 이웃들을 섬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평리 본당 4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