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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 (1대리구 사제피정 파견미사 강론)
   2019/06/25  16:9

1대리구 사제피정 파견미사

 

2019년 6월 21일 한티 피정의 집

 

찬미예수님, 제1대리구 사제피정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묵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마태 6,19-23)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고,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고 하십니다.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기에, 하늘에 보물을 쌓아, 우리 마음을 하늘에 두라.’고 하시죠. 다른 자리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으니,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제자들을 데려다가 당신과 함께 있게 하겠다.’(요한 14,2-3) 하십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늘의 아버지 집을 향해 살고 있기에, 지상의 삶은 천상고향을 그리워하며 순례하는 삶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보물도 하늘에 쌓아야 한다는 뜻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몸담고 살고 있는 지상에 자꾸 관심을 갖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모두들 이웃 사랑을 실천하면서 하늘에 보물을 쌓으면 좋겠습니다.

 

코린토 2서(11,18.21-30)에서 사도 바오로는 ‘많은 사람이 속된 기준으로 자랑하니 나도 자랑해 보렵니다.’하고 자기 자랑을 시작합니다. 바오로는 자신이 히브리 사람, 이스라엘 사람, 아브라함의 후손, 더욱 더 그리스도의 일꾼이라고 합니다. 수고도 더 많이, 옥살이도 더 많이, 매질도 더 지독하게,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다고 합니다. 서른아홉 대 매질을 다섯 차례, 채찍 세 번, 돌질 한 번, 파선 세 번 당했으며, 밤낮 하루 꼬박 깊은 바다에서 표류한 적도 있다 합니다. 여러 차례의 선교 여행 동안 온갖 위험과 수고와 고생을 했다고 하죠. 교회의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느냐고, 누가 교회의 사람 때문에 죄를 지으면 나도 분개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바오로는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날마다 짓누른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쭉 살펴보니 ‘바오로가 선교를 다니면서 참 고생했구나. 자랑할 만하구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바오로는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하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하듯이 나도 자랑해 보렵니다.’하던 바오로가 마지막에 와서는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하죠. 어쩌면 바오로는 스스로를 살펴보다가, 자신의 업적들이 사실 예수님께서 이루어주신 것임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갈라티아 6장 14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하고, 에페소서 2장 9절에서는 ‘하느님의 선물은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바오로처럼 우리의 약함을 고백해야 마땅하겠습니다.

 

사도들처럼 우리들도 미사를 봉헌하고 성사를 집전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과 축복을 신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도 우리 자신의 권리에 따라 성무를 거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의 유일하고 영원한 대사제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불러 주시고,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맡겨주셨기 때문에, 당신의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능력에 따라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성령의 힘으로, 하강 차원에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을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상승차원에서는 교회의 공적 예배를 통하여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께서 특별히 불러주셔서 맡겨주시는 사제직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우리의 연약한 인간 존재를 통하여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을 전달하시는 크신 은혜에, 그저 황송하고 감사드릴 뿐입니다.

 

존경하는 신부님들께서는 이제 피정을 마치시고 사목 현장으로 가십니다. 신부님들께서는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신자들에게 잘 전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시는 신부님들께서, 사목 활동을 통하여, 신자들로부터 사랑 받으시고 존경 받으시며, 또 사제로서 행복하시기를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