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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잘 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강론)
   2020/11/17  17:20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2020년 11월 14일, 대구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찬미예수님. 오늘은 연중 33주일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정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오늘 교회는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셨음을 모범으로 삼아, 모든 신자들이 이웃의 가난한 이들을 향해 자비와 연민과 형제애를 실천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당시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마태 11,19)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힘없고 약한 이들을 보살피셨습니다. 또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시고 실제로 벗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목숨 바쳐 사랑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다섯 탈렌트, 두 탈렌트, 한 탈렌트를 맡긴 주인이 등장합니다. 오랜 뒤에 주인이 셈과 하게 되었는데, 다섯 탈렌트, 두 탈렌트를 받고 그만큼 더 벌어들인 종들은 칭찬을 받습니다. 그런데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은 주인의 뜻을 알지 못하고 땅에 숨겨 놓았었죠. 어떻게 됐습니까? 네, 한 탈렌트마저 빼앗기고 바깥 어둠속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비유이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탈렌트는 개인의 천부적 재능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데, 당시의 화폐 단위입니다. 20년치 연봉이라고 하니, 현금 7억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탈렌트는 각자가 받은 생명, 목숨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은 벗을 위한 사랑’이라 하셨으니, 각자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것은 원래부터 종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탈렌트가 재능이든, 재산이든, 목숨이든, 사랑이든, 은총이든 종에게 잠시 맡겨 주신 것입니다.

 

나중에 셈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너는 얼마나 받았느냐?’고 질문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미 각자에게 딱 맡게 주셨기에 그러할 것입니다. 또는 얼마 만큼인지 주인도 종도 서로 알고 있기에 그러할 것입니다. 오히려 주인의 관심은 ‘너는 네가 받은 탈렌트로 무엇을 하였느냐?’입니다. 종들은 각자 주인에게 셈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도 주님을 만나 셈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였는지’로 셈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웃사랑을 잘 하려면, 내 맘대로가 아니라 탈렌트를 주신 뜻대로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끊임없이 뜻을 물으시고 기도하셨습니다. 우리도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날마다 찾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탈렌트를 맡겨 주시고, 오늘이라는 새로운 하루를 주신 뜻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하느님 순명과 이웃 사랑을 내가 구체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다들 많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입니다. 나의 삶의 자리에서 날마다 구체적으로 주시는 여러 가지 탈렌트에 감사드리며, 이렇게 어려운 상황일수도록, 나와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삶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도 한 탈렌트를 숨긴 종처럼 꾸중 듣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오히려 은혜로이 내려주신 수많은 탈렌트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또 나에게도 이웃에게도 그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각자는 하느님께서 이웃에게 나를 통해 사랑과 은총을 전하는 통로의 역할, 하느님 손길의 역할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탈렌트를 맡겨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나중에 하늘에서 주님의 칭찬 많이 받도록 합시다. ‘잘 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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