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보좌주교 말씀
제목 표징을 보고 주님을 경배하도록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강론)
   2021/01/04  10:41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2020년 1월 3일 계산 주교좌 대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인류의 빛으로 탄생하신 예수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나타나신 공현, 곧 공적현시를 기념합니다. 올해 2021년에도 아기 예수님을 보내주신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풍성히 받으시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2세기에 동방의 영지주의자들은, 예수님의 잉태 때가 아니라 세례 때 인간 예수님 안에 말씀이 내려왔을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신적 공현은 세례 때부터라고 하며 1월 6일 공현에 세례를 기념했습니다. 이런 이단에 대항하여 동방 교회는 1월 6일 공현에 아기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였으며, 예수님의 신성이 더욱 드러나도록 성탄과 세례와 카나의 첫 기적을 함께 기념했습니다. 동방의 1월 6일 축일은 4세기에 서방 교회에 전해졌습니다. 기존의 성탄과 혼동을 피하도록 1월 6일은 공현 축일로서 아기 예수님이 동방 박사 앞에 인류의 빛으로 공적 현시됨에 집중하고, 12월 25일은 성탄 축일로서 말씀이 사람이 되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1,1)하고 말합니다. ‘예루살렘의 빛이요, 인류의 빛이신 주님께서 오시고 그분의 영광이 떠오르면, 민족들이 그 빛을 향하여 올 것이다.’(이사 1,1-2 참조)고 합니다. 화답송 시편도 ‘세상 모든 민족들이 주님을 경배하리라.’(시편 72,11 참조)고 하며, 주님께서 공적 현시로 경배 받으시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과거의 세대에선 감추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성령을 통하여 계시된’(에페 3,3ㄴ 참조) 놀라운 신비를 밝혀줍니다. 그것은 ‘유다 민족만이 아니라,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하늘나라의) 공동 상속자가 되고, (그리스도 신비체)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영원한 생명, 영원한 행복이라는)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에페 3,6 참조)는 신비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놀랍게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동방 박사 이야기(마태 2,1-12)를 들려줍니다. 복음을 묵상해 봅시다. 내가 별이라면, 어둠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고 오늘날의 여러 동방 박사들을 인류의 빛이신 예수님께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내가 구유라면, 동물의 먹이를 유순히 받아주었듯 오늘날의 연약한 아기 예수님을 모셔 들여야 합니다. 내가 동방 박사라면, 작고 연약한 예수님께 인도하는 별을 알아차리고 잘 찾아 가야 하며, 할 수 있는 만큼,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 기도와 응원을 전해야 합니다. 끝으로 내가 황금 유향 몰약이라면, 하느님 순명과 이웃 사랑의 그리스도 신자 생활을 통하여, 왕이요 사제이신 주님의 수난 신비에 쓰이도록 봉헌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당신 사랑을 전하기 위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살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인류의 빛이시고, 십자가에 목숨 바쳐 우리를 사랑하신 구원자이십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구원자 예수님께 인도해야 합니다. 동방 박사는 헤로데에게 가지 말고 다른 길로 가라는 새로운 소명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인류의 빛 예수님을 전하는 소명 길을, 새해를 맞아 새롭게 출발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2021년 올해도 코로나로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변이 코로나는 어린이들도 감염시킨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집안에서 마스크 착용과 침묵 식사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우리가 가족과 이웃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며 더 크게 힘내야 하겠습니다. 별이 동방 박사들을 주님께 인도하였듯이, 우리가 가족을 돕고 희망을 주며, 서로를 일으켜주고 주님을 향해 이끌어주는 표징이 되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를 이루시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주님 곁에 모입시다. 주님의 사랑과 은총 속에,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모든 어려움을 힘차게 극복해 나갑시다. 임마누엘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힘들수록 더 가까이 계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