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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 위령미사 강론)
   2021/03/22  16:35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 위령미사

 

2021년 3월 16일 19시 30분 계산주교좌성당

 

찬미예수님, 우리는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을 추모하며 위령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100년사 <은총과 사랑의 자취>(1911-2011)에서는 이 대주교님 재임기간을 마무리하여, “이문희 대주교는 1972년 37세의 젊은 나이에 보좌주교 서품을 받았으며, 1986년에는 한국 천주교 최연소 교구장이 되었다. 21년의 재임기간 동안 교구 신자수 43만명, 본당 수 147개로 교세가 확장되었고 사회복지, 의료, 교육, 신학생 양성, 세계 교회와의 교류, 해외 선교와 지원 등에 힘썼다. 제1차 교구 시노드 개최, 소공동체 활성화와 복음 나누기를 비롯해 교구 편제를 5개 대리구 체제로 전환해 주교대리를 임명했다. 또한 교구 설정 1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2001년 사회복지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각 분야별로 준비를 위한 대회를 개최했다. 이문희 대주교는 재임기간 동안 67개 본당을 설립했다.”고 기술합니다.

 

이 대주교님은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갖고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됩니다.”하셨으며, “성직자가 되려면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하신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과,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라는 주보성인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상통합니다.

 

모든 분들께서 이 대주교님과의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는 제가 93년 신학교 2년 마치고 로마 유학을 간 성탄 프랑스 루르드 성지 필두로 매 2년마다 열린 재유럽 대구교구 사제 신학생 모임에서, 먼 이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시며, 라면에 소주 한잔 하면서 소탈하게 대화를 나누시던 그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런 소탈한 모습과 함께 떠오르는 것은 소박한 모습입니다. 제가 주일학교 복사단 때 기억하는 이 대주교님 차량은 현대 스텔라였습니다. 그리고는 아반떼를 타셨고, 교구장 때 주변의 신부님들이 제발 차를 좋은 것으로 바꾸라고 강권하여서 상향한 것이 소나타였고, 은퇴하시고는 다시 아반떼로 바꾸셨습니다. 이 대주교님께서 이렇게 소박하게 사신 것은 ‘남을 위하여 사랑하며 살고, 나아가 희생하는’ 삶을 직접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유럽 모임에서도 ‘가난’의 영성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소박하고 가난하게 사시려고 했던 이 대주교님은, 이웃 사랑을 더욱 잘 실천하시려고 그렇게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교황청 국제카리타스 정회원인 인성회는 1975년 한국에 도입되었습니다. 대구에서는 이 대주교님이 직접 조직하기 시작하셨으며, 이후 1979년 8개 본당으로 교구 인성회가 출발하였다가, 1982년부터는 모든 본당이 대구교구인성회연합회에 가입합니다. 각 본당 인성회는 생활비 보조, 치료비 수술비 장례비 보조, 집세 대납, 교도소 요양원 방문, 자립 기반 마련을 하였고, 본당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는 교구 인성회가 지원했습니다. 1989년부터는 무료 급식소 ‘인성회의 집’을 마련하여, 본당에서 돌아가며 직접 봉사도 하였습니다. 기억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후 주교회의 인성회가 주교회의 사회복지회로 이름이 바뀌게 되자, 교구 인성회는 1992년 대구대교구 사회복지회(영어표기로 대구 카리타스)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산하의 본당사회복지협의회와 사회복지시설협의회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카리타스 정신으로 이웃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이웃사랑 실천은 마스크입니다. <한입 먹고 마스크, 한 모금 마스크> 노래도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 잘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면서, 이웃사랑을 실천합시다. 그리고 이 대주교님을 추모하며 이 대주교님의 뜻에 동참하시기를 바라시는 분은 대구 카리타스 밀알후원회에 후원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밀알회 후원 등을 실천하면서 사랑과 희생을 살아오신 이 대주교님을 기리면 좋겠습니다.

 

주님, 주님의 종 이 바오로 대주교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