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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희도 발을 씻어 주어라. (주님 만찬 미사 강론)
   2022/04/19  9:34

주님 만찬 미사

 

2022년 4월 13일 침산성당

 

찬미예수님, 성목요일 주님만찬미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본기도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의 신비를 요약하여 “성자께서 죽음을 앞두시고 이 거룩한 만찬으로 새롭고 영원한 제사와 사랑의 잔치를 마련하셨으니, 이 놀라운 신비에 참여하는 저희에게 넘치는 사랑과 생명을 주소서.”하고 기도했습니다. 주님의 잔치에서 영성체로 성체성사의 놀라운 신비에 참여하면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을 받게 됨을 설명합니다.

 

제1독서 탈출기는 구약의 파스카를 설명하는데, 죽임을 당한 어린양의 피로 구약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해방되는 구원을 얻었듯이, 신약의 파스카에서는 죽임을 당하신 하느님의 어린양 그리스도의 피를 통하여 우리가 죄에서 해방되고 구원된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제2독서 코린토 전서는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은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또 동시에 성찬의 희생 제사를 거행할 신약의 사제직을 위한 성품성사도 제정하셨음을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셨는데, 여기서 ‘이’는 첫째, 성체성사를 받아 모시라는 뜻과, 둘째 복음에서 발을 씻겨 주셨던 것처럼 이웃을 위하여 사랑을 베풀라는 뜻과, 셋째, 만찬 후 십자가의 길을 가실 것인데, ‘벗을 위하여 목숨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이웃을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하라는 뜻일 것입니다.

 

발씻김 예식과 관련하여 최근 가톨릭교회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발씻김 대상자는 남성 12명이었지만, 이제는 하느님 백성 남녀노소 누구라도 됩니다. 변화의 출발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셨습니다. 교황으로 선출된 2013년 처음 맞이한 성목요일에 로마 교외의 소년원을 방문하셔서 소녀2명을 포함한 12명의 발을 씻겨주셨던 것입니다. 강론에서 교황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것은 사랑과 섬김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히며, ‘자신이 아무리 높더라도 남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또 교황님께서 이렇게 발씻김을 통해 모범을 보여주시는 것은, 우리 모두 하느님의 사랑 받은 자녀로서, 더욱이 우리 죄를 대신하여 외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음을 겪으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셨음을 느끼고서, 이웃 형제들을 섬기고 사랑함으로써,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요, 하느님의 자녀로, 하늘나라의 영원한 행복을 향해 지상에서 순례중임을 드러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형제를 당신과 동일시하시고 그에게 해준 것은 바로 당신에게 해준 것이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아마도 오늘날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들은 몇 년째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고생하는 이들, 아직도 화재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산불 이재민들, 국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일 것입니다. 최근 외신을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성지 주일 미사를 거행하시면서, “폭력에 의지하면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잊어버리고, 무의미한 잔혹행위까지 하게 됨을 보기에. ... 진정한 협상으로 ...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무기를 내려놓고 부활절 휴전에 들어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또한 전세계 신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한사람씩 씻겨 주셨고, 또 십자가의 피로 우리의 죄를 씻어 주셨으며, 죄에서 벗어나 해방과 구원을 누리게 해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도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발을 씻어 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며, 그들이 죄에서 해방되고 구원될 수 있도록, 애덕과 섬김과 기도로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발을 씻어 주어라.”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을 것을 실천하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