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보좌주교 말씀
제목 주님께 동의하고 맡겨드리고 기다리는 향심기도 (제5차 사제피정 파견미사 강론)
   2022/07/04  16:31

제5차 사제피정 파견미사

 

2022년 7월 1일, 한티피정의집

 

찬미예수님, 향심기도를 주제로 하는 이번 피정에 함께하신 신부님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피정지도에 수고해주신 이청준 신부님(마산교구)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알렐루야에서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악식을 주겠다.” 하십니다. 그리고 복음에선 예수님이 세리를 당신의 제자로 삼고 ‘나를 따라라.’고 부르십니다. 그러자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이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하신다.’고 비난합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꿋꿋하게 “병든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하시고, 또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를 깨달으라고 하시고, ‘사실 당신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죄인을 ‘당신의 제자’로 ‘당신의 사도’로 부르신 것입니다. 이렇게 안식을 주고, 위안을 주고, 용기를 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인디언들은 숲속에 마음의 고향이 될 만한 자신의 비밀장소를 가져서,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가서 용기를 낸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도 돌이켜보니 유학시절에 그런 장소가 둘 있었습니다. 한 곳은 신학교 2학년 마치고 갑자기 유학을 명받아서 낯선 곳에서 낯선 외국말로 많이 힘들었을 때 찾아가서 실컷 울곤 했던 로마 ‘성모마리아대성당’(산타 마리아 마죠레) 흔히 ‘설지전’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서품 받고 다시 유학 갔을 때는, 로마 한인신학원에서 차로 갈 수 있는 ‘디비노 아모레’(Divono Amore)라는 성모성지에서 실컷 울고 고해성사도 받곤 했었습니다. ‘디비노 아모레’ 성모성지는 1740년 한 순례자의 생명을 들짐승으로부터 기적적으로 구해냈었고,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중에 로마시가 위험에 처했을 때 신자들이 대전차경기장 치르코 막시모(Circo Maximo)로부터 밤샘 횃불 순례행렬로 기도하여 로마시를 구했던 역사적 사건을 기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전쟁 때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또 다부동에서 전투할 때 대구 성모당에 많은 신자와 피란민들이 모여 기도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이번에 저에게는 설지전 성모성당과 디비노 아모레 성모성지에 이어서 새롭게, 그리고 어쩌면 저에게만이 아니라 피정에 함께하신 많은 신부님들께도 이번의 향심기도가 위로와 안식과 치유와 용기를 주는 새로운 장소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향심기도는 하느님께 의탁하여 맡겨드리고 동의하고 기다리는 기도이기에, 힘겹게 악착같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의실 뒤편의 책 가운데 이청준 신부님 번역, 인보성체수도회 가정교리연구소 발행 <어린이를 위한 향심기도> 그림책이 보였습니다. 지금의 주일학교 학생들이 향심기도를 통한 영적여정의 기쁨을 누린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내용을 보니, 어린이는 6분씩, 2번, 아침에 또 저녁에 기도하고 평안히 하느님 품속에서 휴식을 하도록 안내하면 좋겠습니다.

 

미래의 교회에 대해 걱정해주시는 말씀 잘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예비 신학생들을 모으기 위해서도’ 또 ‘애덕실천으로 신자들의 삶이 변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신부님들이 먼저 사제생활의 기쁨과 신앙의 행복을 신자들에게 잘 보여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먼저 이번에 향심기도로 뚜렷한 변화를 느끼신 신부님들께서 지역이나 동기 신부님들과 함께 좀 지속적으로 기도해보셔도 좋겠고, 복음나누기 혹은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ona)와 연결해 보셔도 좋겠다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네, 이제 신부님들께서 피정을 마치시고 사목일선으로 다시 가시게 됩니다. 신부님께서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사제단 안에서도, 또 신자들과 함께 하실 때도, 기쁘고 행복한 사제생활 하시면서, 신자들을 많이 사랑하시고 신자들로부터 많이 존경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또 착한 목자 예수님 닮은 사제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고, 서로 격려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