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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씀으로 열매 맺는 영적 농사 (월성성당 농민주일 미사 강론)
   2022/07/22  16:32

농민주일 미사

 

2022. 7. 17. 월성성당

 

찬미예수님, 연중 제16주일 농민주일입니다. 농민주일은 한국천주교회에서 1995년 추계정기총회 결정에 따라 매년 7월 셋째주일에 지내고 있으며, 농민들의 노력과 수고를 기억하며,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으로 창조질서에 맞갖게 살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말씀 전례에서는 하느님을 만난 사례 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아브라함의 경우이고, 둘째는 예수님을 모신 마리아와 마르타의 경우입니다.

 

먼저 제1독서 창세기에서는, 아브라함이 한창 더운 대낮에 천막에 앉아 있다가, 참나무들 곁의 세 사람을 발견하고, 얼른 달려가 엎드리며, ‘부디 그냥 지나치지 말고 물로 발을 씻고, 나무 아래에서 쉬고, 빵을 먹고 원기를 회복한 다음에 길을 떠나시라.’고 청합니다. 이후 아브라함은 아내와 하인과 함께 빵과 엉긴 젖과 우유와 송아지 요리를 차리고 시중도 들었습니다. 길손은 ‘내년 이맘때 내가 너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고 말합니다. 주님이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잘 대접하여 보내드렸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님을 대접해 드린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대접을 잘 받으시고 아내 사라를 통해 아들이 생길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은 ‘주님 당신의 천막에 누가 머무리이까?’라고 묻는데요. 시편 15편은, 흠 없이 걸아가고, 의로운 일을 하며, 마음속 진실을 말하는 사람, 함부로 혀를 놀리지 않는 사람, 친구를 해치지 않으며 이웃을 모욕하지 않는 사람, 악인을 업신여기지만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존중하는 사람, 이자를 받으려고 돈놀이 않으며, 죄 없는 이를 해치는 뇌물 받지 않는 사람이 주님의 천막에 머물 사람이라고 선포합니다. 덧붙여 아브라함처럼 자기 천막에 주님을 모셔, 자신의 천막을 주님의 천막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이웃을 사랑하면서, 주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마르타의 집에 가십니다.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지만, 동생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고 있었다고 전합니다. 마르타가 분주한 나머지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하고 청했지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하세요. 예수님의 말씀에 미루어 볼 때, 염려하고 걱정하는 많은 일에 앞서는 것, 단 한가지뿐인 필요한 것, 마리아가 선택한 좋은 몫이며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은 다름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폭넓게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예수님의 뜻에 따라 생활을 가꾸는 것입니다. 오늘 알렐루야도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이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하고 말합니다. 결국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따라 생활 속에 열매를 맺는 사람들의 행복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네, 하느님을 만난 아브라함과 예수님을 모신 마리아와 마르타의 사례를 보았습니다. 화답송과 알렐루야도 들었습니다. 특히 알렐루야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이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를 들으니, 영성생활이 어쩌면 농사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 마음의 밭을 갈고, 말씀의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시련이나 고난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내로이 열매를 맺는 영적 경작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오늘 농민주일을 맞이하여, 농민들의 수고에 감사드리면서 도농간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농민들과 함께, 각자 마음의 밭갈이도 열심히 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좋은 열매를, 하느님 뜻에 맞갖은 열매를, 풍성히 맺을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