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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의 밭 (한티순교성지 봉사자의 날 미사 강론)
   2017/07/21  11:25

한티순교성지 봉사자의 날

 

2017. 07. 15. 한티 피정의 집

 

오늘 ‘한티순교성지 봉사자의 날’을 맞이하여 봉사자 여러분들의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한티순교성지가 잘 가꾸어지고 누구나 오고 싶어 하고 누구나 와서 은혜를 많이 받아가는 성지가 되고 있습니다. 
 
한티의 순교자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산골짜기에 뭘 먹을 것이 있다고 이곳에 모여 살았을까? ‘하느님 안 믿겠다.’ 하고 신앙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편안히 살 수도 있었는데, 왜 그 고생을 하고 목숨까지 바치는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나 순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당시 순교자들보다 배교자들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들은 모두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았고, 또 견진까지 받은 신자들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같은 수준, 혹은 높은 수준의 신앙을 가졌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신앙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최고의 신앙의 경지는 순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기 위해서 성지순례를 하고 성지봉사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천주교회에서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지내는데 이번 주일이 바로 그날입니다. 사람이 먹어야 사는데 그 먹거리를 우리들에게 최초로 제공해주는 사람이 농민입니다. 그 중간에 여러 유통단계가 있고 가공 단계, 요리 단계가 있지만 최초로 먹을 것을 생산하고 제공해주는 사람은 농민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우리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며 더욱 건강한 먹거리가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이 땅이 생태적으로, 환경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요한복음 15,1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고 하셨는데, 저의 아버지도 농부였습니다. 농사일로 팔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내셨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13,1-23)은 마침 농사일과 관련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는데 어떤 씨는 길에 떨어져서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고, 어떤 씨는 돌밭에 떨어져서 싹이 나오긴 하였지만 햇빛에 말라버렸으며, 또 어떤 씨는 가시덤불 속에 떨어져 숨이 막혀 죽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씨는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9)하셨습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고 하셨는데, 여러분은 다 알아들으셨습니까?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그 비유말씀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길에 떨어진 씨는 길이 딱딱하여 씨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악한 자가 와서 빼앗아 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돌밭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받아들이긴 하였지만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여 환난이나 박해가 오면 곧 넘어지고 마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가시덤불에 떨어졌다는 것은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많아 말씀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기꺼이 듣고 깨달을 뿐만 아니라 그 말씀대로 실천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마음의 밭을 가지고 있습니까? 다들 좋은 밭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니면 딱딱한 길바닥입니까? 뜨거운 자갈밭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숨 막히는 가시덤불입니까? 
우선 자신의 마음의 밭이 어떠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밭을 좋은 밭으로 가꾸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여서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 녹녹하지 않습니다. 오늘 제2독서인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이 위로가 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만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제 여러분,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우리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로마 8,18.22-23)
우리 현실의 삶이 쉽지 않지만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그리 하셨듯이 우리가 구원될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기도하고 또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종 서태순 베드로와 이 알로이시오 공사가와 한티의 순교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