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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리 크리스마스!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강론)
   2017/12/26  17:24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2017. 12. 24. 주교좌 계산성당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이사야 9,5)
오늘 들은 제1독서의 말씀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Merry Christmas!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 밤 탄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성모 마리아의 몸을 통하여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오늘 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과 이 나라에 충만하기를 빕니다. 
 
오늘 복음(루카 2,1-14)말씀은 요셉과 마리아가 호적등록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갔다가 거기서 예수님을 낳으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밤새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12)
한 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우리가 알아볼 표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표징을 원합니까? 대부분 사람들은 화려하고 대단한 표징을 원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생각과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구유는 가축의 여물통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시는데 누우실 자리가 없어 그런 곳에 누우신 것입니다. 대단한 가문의 이름 있는 아들로 태어나신 것이 아니라 가장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신 것입니다. 이것보다 더 자신을 낮추시고 이것보다 더한 겸손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이 진정한 강생이요 진정한 육화인 것입니다. 이 강생의 신비, 육화의 신비를 우리가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어떤 종교입니까? 한 마디로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기 비움(Kenosis)의 종교’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셨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사람을 참으로 귀하게 여기시고 귀하게 사랑하신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목적이 요한복음 3,16-17에 나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의 성탄이 기쁜 것입니다. 이 기쁜 성탄을 맞이하여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은총이 가득 내리시기를 빕니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한 사람들, 지진으로 집을 잃거나 불안에 떠는 사람들, 그리고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지금 우리 천주교에서는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음 달까지 진행될 것인데 아직 안 하신 분들은 오늘 미사 후에 다 하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성경에 하느님께서 분명히 “살인하지 말라.”(탈출 20,13)고 하셨고, 교황권고 ‘생명의 복음’ 60항에 “인간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고 했습니다. 모든 인간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새로운 한 사람의 생명으로 보호돼야 하고 그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태아도 엄연한 인간생명인데 사람들의 다수결로 태아의 생사를 결정하려는 그 시도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고, 진리를 거역하는 일이며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는 일입니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천주교에서 낙태를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느냐?” 라고 했습니다. 그 대안이라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 미혼모 문제나 성폭력에 의한 임신 등에 대한 대안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 매일신문에 가톨릭푸름터 주관으로 대구2.28기념중앙공원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사가 난 것을 보았습니다. 가톨릭푸름터는 미혼모 보호시설입니다. 지금도 30여명의 미혼모와 그 자녀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임신하여 출산할 때까지 보호를 받고, 그리고 출산 후 1년이 될 때까지 지낼 수 있으며, 친권을 행사하여 자신이 키우든지, 아니면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이나 아동시설에 맡기든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영유아 때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보호해 줍니다. 이런 것이 어떻게 해서든 낙태를 방지하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아도 엄연한 독립적인 생명체입니다. 낙태 여부는 그 누구도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하여 타인의 의사로 생명을 빼앗아서는 결코 안 되는 일인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아기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던 헤로데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성모님과 요셉성인은 어린 아기 예수님을 안고 그 먼 이집트까지 피난을 가야만 했던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이 축복된 날에 무거운 이야기를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우리 모두가 생명 지킴이가 되도록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10,10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