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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2018/01/03  11:38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2018. 01. 01. 주교좌범어대성당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 제1독서인 민수기 6,22-27을 보면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아론과 그의 아들들로 하여금 이런 말로 백성들에게 복을 빌어주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24-26)
‘축복한다.’는 말은 ‘복을 빌어준다.’는 말입니다. 복은 혼자 갖는 것이 아닙니다. 복은 서로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해가 되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복 많이 받아라.’고 인사를 나눌 때 대부분 ‘재물 복’이나 ‘건강 복’ 같은 세상 복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인 우리들에게 있어서 참된 복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잊지 않고 하느님 은혜 속에서 사는 것, 그리하여 장차 하느님 안에서 영생을 누리며 사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성경말씀대로 지금 옆 사람한테 이렇게 복을 빌어주십시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오늘 새해 첫날은 예수성탄 8부 축일의 마지막 날이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가리켜 ‘우리가 생명의 근원이신 성자를 맞아들이게 해주신 거룩한 어머니께 드리는 특별한 존엄성을 찬미하는 날’이라고 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묵묵히 구원의 협력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셨던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루카 2,16-21)을 보면, 밤새 들판에서 양을 지키던 목동들이 천사의 말을 듣고 베들레헴에 찾아와서 새로 태어난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고 경배를 드린 다음 자기들이 들은 것을 아기의 부모에게 전해줍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는 그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합니다.
계산성당 앞마당에 큰 십자가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 아래에 구유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떤 신자분이 성탄밤미사를 마치고 나와서 그 구유 앞에서 잠시 서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성모님요~ 이 추븐날 해산하신다꼬 욕봤심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그 할머니께서 절을 하시는데 한두 번이 아니고 열 번 이상을 하시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눈물겨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 말씀처럼, 이 추운 날 태어나셔서 말구유에 누우신 예수님이 눈물겹고,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곳에서 해산하신 성모님이 눈물겹고, 그 모든 일들을 묵묵히 받아 안으신 요셉성인이 눈물겨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한테서 그토록 인정이 철철 넘치는 경배를 처음 보았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께 ‘경배합니다, 찬송합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합니다만, 사람으로 오신 하느님을 진정으로 마음 깊이,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경배하고 사랑하느냐고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께서 정하신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바오로 6세께서는 “이 날은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준 기쁜 소식을 다시 한 번 들으며 평화의 모후를 통해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평화야말로 오늘날 이 시대에 가장 간절히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져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으니 평화가 더욱 간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얼마 전에 ‘강철비(Steel Rain)’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강철비는 미군이 가지고 있는 무기 이름인데, 강철로 된 총알이 소낙비처럼 마구 쏟아진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하여튼 북한의 어느 장군이 이 무기를 탈취하여 쿠데타를 일으킴으로써 우리나라가 순식간에 전쟁에 휩싸일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위험천만한 이 한반도의 정세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세계의 정세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참으로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이 땅에 하루빨리 진정한 평화를 주시도록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을 통하여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 바쳐야 하겠습니다. 
‘강철비’라는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더 고통 받는다.” 
의미심장한 말인데, 그렇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이 더 어려워져왔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정치인이든 그 누구든 우리 모두가 이 나라의 평화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인류사회는 많은 문제와 과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민과 난민 문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발표하셨는데, 주제가 ‘이민과 난민-평화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이민과 난민들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견디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들은 받아들이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평화를 찾을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는데 교황님께서서는 네 가지 행동, 즉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그리고 통합하기를 제안하셨습니다. 그렇게 할 때 인류는 모든 이의 가정이 되고, 이 지구는 참으로 ‘공동의 집’이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되었습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다문화 가정이나 이주노동자나 북한 이탈주민들을 편견이나 차별 없이 따뜻이 대해주고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자기표현도 자기방어도 전혀 할 수 없는, 가장 나약한 인간이 태아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태아에게 생명의 위협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낙태가 유난히도 많이 자행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낙태죄까지 폐지되면 얼마나 많은 낙태가 일어나겠습니까! 그래서 한국천주교회에서는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태아에게 평화를! 
 
지난 한 해,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2017년을 여러분들이 사신다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우리 교구도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우리는 견뎌내었고 새로운 해에는 새로운 희망을 가져봅니다. 
올해 우리 교구는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서약, 새로운 희망’을 살고자 합니다.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서약을 다짐하며 교구 초창기의 그 순수함과 절실한 마음으로 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기본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할 것을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