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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목숨을 내 놓아도 후회 없을 만큼 (성 이윤일 요한 축일미사 강론)
   2018/01/24  17:34

성 이윤일 요한 축일미사

 

2018. 01. 21. 관덕정순교기념관

 

오늘은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151년 전에 순교하신 날입니다. 지난 해 이 날은 성인의 순교 150주년을 맞아 주교좌계산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문경 여우목 성지를 재정비하였고 여우목 성지에 성인의 동상을 만들어서 세우는 일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들에 관덕정 후원회원 여러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과 기도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의 행적에 대해서 지금까지 많이 들어서 아시겠습니다만, 오늘은 성인의 아들 이의서 마티아와  성인의 자부 박 아네스의 증언을 통해 성인의 행적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 내용은 ‘병인치명사적’에 실려 있습니다. 
“치명하신 이요한 회장은 을축년 공주에서 치명한 시몬의 부친이며 본시 성품이 순양함으로 친소 원근에 꾸짖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사옵고, 순경역경에 항상 화평한 모양만 보았습니다. 내포 고향을 떠나 상주 갈골 살 때에 그 부친에게 효성이 극진함을 동네 외인들의 말이 그 양반은 효자문을 세워야 마땅하다 일컬었습니다. 그 부친이 그곳에서 선종한 후에 또 문경 여우목 외교촌에 이사하여 외교인 삼십 호를 다 귀화시켜 거느리고 열심히 봉행하다가 병인 시월 본읍 포교에게 집안식구와 삼십 호 동네 교우 모두가 잡혀 본읍에 갇혔다가 상주로 이송하여 달포를 같이 있는 동안에 그 자부 아네스의 딸 두 살 난 영해는 옥중에서 죽었고 또 삼십여 명의 교우 중에 마음이 혹 변한 자 있어서 죄인의 부친 요한과 김수산나가 열심히 권면하여 마음을 돌려 만과 통경 크게 하며 옥중 간고를 감수하다가 삼십 여 명의 교우는 상주서 치명하고 부친과 한실에 살던 김회장 형제 세 사람은 괴수로 지목되어 대구 감영에 이송되었다가 죽는 날을 당하여 감사가 음식 세 상을 차려 세 사람에게 한 상씩 주니 김회장 형제 두 사람이 먹지 않고 울어서 부친의 말씀이 ‘천주께서 먹어라 하신 음식을 먹지 않고 울기는 무슨 이유냐’ 권면하고 사형터로 나아가 나졸에게 말목 넷을 박으라 훈수하여 사지를 잡혀주며 친히 엎드려 토막을 목에 괴이고 사지를 각각 잡아 매라하고, 또 주머니에 엽전 닷돈을 나졸에게 주며 말하기를 첫 칼에 목숨을 없애 달라 하고 참수치명하니 나이는 오십이세, 때는 병인 십이월 십육일이라.”

병인년 12월 16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867년 1월 21일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1월 21일에 성 이윤일 요한제를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1923년도 병인 순교자 시복 교황청 재판 기록’에 의하면 이의서 마티아는 “우리 아버지는 나를 보시고 따라 오지 말라고 하시더니 치명하실 때에도 바라보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벌써 상주에서 풀려났으나 아버님 사정이 어떻게 되나 보려고 끝까지 따라가 참석하였습니다.” 하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인의 아들 이의서 마티아는 성인께서 상주에서 대구로 이송될 때도 그렇고 치명하실 때에도 지켜보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는 아버님을 그렇게 보냈으니 자신을 ‘죄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만, 그의 증언에 나타난 이윤일 요한 성인의 행적은 참으로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늘 순교를 준비했던 사람처럼 의젓하고 당당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박해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순교를 언급할 때 별로 실감을 못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순교현장의 실감을 느끼기 위해서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되돌아 갈 수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어서 옛날의 증언들과 자료를 보고 느낄 뿐인 것입니다. 
사실 많은 순교자분들이 그렇게 쉽게 순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당당한 모습을 보였을지라도 내면으로는 정말 피땀이 흐르는 깊은 고뇌와 갈등과 번민 속에서, 그리고 온 몸이 떨리는 전율과 공포느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굳은 신앙으로 그 모든 것을 이기고 순교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순교자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순교하신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살기를, 언제든 목숨을 내놓아도 후회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순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즉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는 말씀을 따라 철저히 자신을 버리며 열심히 살았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교의 때가 오면 당당하게 순교를 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 수 있는 은총을 주시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과 대구의 순교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