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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에 대한 열정으로 단호하고 철저하게! (2018년 사제피정 파견미사 강론)
   2018/06/18  11:9

사제피정 파견미사

 

2018. 06. 15. 연중 제 10주간 금요일. 한티피정의 집

 

한 10여 년 전에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위대한 침묵’이었습니다. 상영시간이 두 시간 가까운 영화였는데 대사 한 마디 없었습니다. 단지 오늘 제1독서로 봉독한 열왕기 상권 19장 11-12절 말씀이 잠깐 자막에 나왔을 뿐이었습니다. 
“그때에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는 하느님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 예언자였습니다. “저는 주 만군의 하느님을 위하여 열정을 다해 일해 왔습니다.”(1열왕 19,14) 하고 오늘 독서에서 스스로 이야기할 만큼 하느님 신앙에 불타오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독서의 바로 앞장인 열왕기 상권 18장을 보면 엘리야는 가르멜 산에서 바알의 예언자 450명과 대결하고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이에 화가 난 이제벨 왕비가 엘리얄를 죽이려고 하자 엘리야는 도망을 가는데 밤낮으로 사십 일을 걸어서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게 됩니다. 그 호렙 산에 이르러 하느님을 만나는 이야기가 오늘 독서 말씀입니다.
그 산에서 엘리야는 바위가 부서지고 지진이 일어나고 불이 일어나는 가운데에서 하느님을 만난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가운데 만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엘리야는 그렇게 만난 주님께 “이제 제 혼자 남았습니다.”(14절)하며 자기 처지를 말씀드리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길을 돌려 다마스쿠스 광야로 가거라.”(1열왕 19,15)하시며 엘리야를 다시 세상 속으로 보내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그동안 세상에서 나름으로 치열한 삶을 살다가 이곳 한티에 와서 조용한 침묵 가운데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온갖 유혹과 시련과 다툼이 있는 세상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은 우리의 존재와 삶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화요일부터 복음말씀으로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산상수훈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5장에서 7장까지 나오는 이 산상수훈 말씀은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이 들어있는 말씀이고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 산상수훈은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 특히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실천에 있어서는 소홀히 하였던 말씀이 아니었는가 하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마태 5,27-29)
예수님께서는 육신의 정결함뿐만 아니라 마음의 순수함까지 요구하십니다. 우리는 행동으로 죄를 짓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음으로, 혹은 말로 죄를 짓는 일들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인 우리들은 자기 자신을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자 하는 단호함과 결단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옛날에 저도 한동안 담배를 많이 피웠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친형님한테 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이 되어서 담배 하나도 못 끊습니까!” 그 얘기를 듣고 자존심이 상해서 바로 끊은 것은 아니지만 그 후 많은 노력을 하였고 어느 날부터 불현 듯 끊을 수 있었습니다. 
제 경험 상 담배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였습니다. 아예 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었습니다. 알콜릭(alcoholic)에 빠진 사람은 술을 줄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아예 끊어버려야 알콜릭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예수님처럼 직설적이며 솔직한 화법을 사용하십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사람들에게 충격과 함께 감동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 1월 9일에 있었던 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이중생활입니다. 이중생활을 하는 사목자들을 보는 것은 추합니다. 이중생활을 하는 목자들은 교회 안에 있는 상처입니다. 예수님은 율법학자들에게 ‘회칠한 무덤’ 같다고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그것은 기도로 하느님을 가까지 하지 않고, 연민으로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는 목자의 최후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그 자체가 이중생활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제직은 참으로 고결하고 거룩한 직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제직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자기 스스로 강인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늘 드려야 할 것입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와 성 이윤일 요한과 한티의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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