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복음서 아래에 서서 (장신호 요한보스코 보좌주교 서품미사 강론)
   2016/07/13  10:5

장신호(요한 보스코) 보좌주교 서품미사


2016. 07. 12. 주교좌 범어대성당

 

최근 몇 년 동안 제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보좌주교님 언제 나세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질문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도해 주세요.’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사실 이번 새 주교님의 탄생은 교회를 사랑하는 온 교구민의 기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신 것입니다. 
저는 신부 때나 주교가 된 후나 일복이 많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었습니다. 그 일복을 나누어 가지게 해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모든 일들이 하느님의 은총이요 섭리라 생각합니다.
 
요한복음 20,21-22을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이렇게 부활하신 예수님으로부터 세상에 파견된 사도들은 각 나라, 각 지방을 다니며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 지방교회의 책임자를 임명하고 안수를 통하여 성령의 은사가 내리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이렇게 초대교회 때 사도들에게서 시작된 주교직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끊임없이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주교직은 지난 2000년 동안 가톨릭교회를 지키며 성장시켜온 버팀목이 되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교직은 어떤 직분인가, 주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잠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 20항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주교는 공동체의 봉사 직무를 협조자인 신부들과 부제들과 함께 받아들여 하느님의 대리로서 양떼를 다스리는 목자가 되고 교리의 스승, 거룩한 예배의 사제, 통치의 봉사자가 되는 것이다.”
주교는 사제들과 부제들의 협조를 받아 하느님께서 맡기신 양떼를 다스리는 목자가 되고 가르침의 스승이 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교회헌장 32항은 “하느님께서 세우신 거룩한 교회는 놀라운 다양성으로 이루어지고 다스려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교회의 교역자들을 세우셨고 그들을 일반 백성과 구별하셨지만 그 구별은 동시에 결합을 가져오는 것이며, 이것은 목자와 양들이 공통의 필연 관계로 서로 묶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목자는 주님의 모범을 따라 신자들에게 봉사하여야 하고 신자들은 목자에게 기꺼이 협력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었던 성경 말씀들도 주교의 임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61,1-3)대로 주교는 우리 주님께서 그리 하셨듯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2독서(1베드 5,1-4)에서 베드로 사도께서는 하느님의 양떼를 잘 치라고 하시면서 억지로 하지 말고 자진해서 해야 하며, 그들을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들의 모범이 되라고 합니다. 
 
곧 있을 주교서품 예식에서 특이한 것 중에 하나는 주례 주교가 서품기도를 바치는 동안에 부제 두 사람이 수품자의 머리 위에 복음서를 펼치고 서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복음서만이 주교의 유일한 보호자이며 복음서 아래에서 주교의 모든 행동이 자리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주교는 온전히, 그리고 전적으로 복음 아래 서 있어야 하고 복음에 봉사해야 하는 신분의 사람이라는 뜻인 것입니다.
그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6-28)
이 복음말씀은 사제서품이나 부제서품 때도 자주 봉독되는 말씀입니다만, 대체로 잘 지켜지지 않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사람은 대개가 남을 섬기기보다 섬김을 받으려고 하고 남에게 인사하기보다는 인사를 받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마태 20,26)고 하시면서 당신께서 몸소 본을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하여튼 조금 전에 인용한 공의회 문헌이나 성경말씀들은, 교회의 교역자는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자신의 주교서품기념일의 미사 강론에서 말씀하시기를, “여러분을 위하여 내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하는 바로 그 자리에 내가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하여 준다.”고 했습니다. 주교든 사제든 모름지기 성직자는 신자들과 함께 있는 데서 용기와 위로를 얻고 자신의 책무를 알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새롭게 일으켜 세울 수가 있는 것입니다.  
 
장신호 요한 보스코 신부님이 대구대교구 보좌주교로 발표된 날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축일(5월 31일)이었습니다. 장주교님의 친구 신부님이 어느 인터뷰 기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말씀을 태중에 모시고서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유다 산골까지 찾아가셨던 성모님의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제가 교구장으로서 그동안 잘 하지 못했고 부족했던 면들을 장주교님이 잘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특히 신부님들과 신자들을 자주 만나시고 그분들의 애환을 함께 나누는 목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신자분들은 오늘 주교로서 첫발을 내딛는 장신호 요한 보스코 주교님을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님, 저희와 저희 교구와 우리나라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