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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과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는 삶 (김종선 즈카르야 신부님 첫 미사 강론)
   2018/08/14  9:40

김종선 즈카르야 신부님 첫 미사

 

2018. 08. 11. 베들레헴 공동체

 

오늘 김종선 예수의 즈카르야 신부님의 첫 미사를 베들레헴 공동체에서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김 신부님은 지난 6일 서울에 있는 갈멜 관구 수도원에서 정순택 주교님의 주례로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서품 받은 지 5일째 되니까 그야말로 새 신부님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사제수품을 축하드리며 사제로서, 또 수도자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서 듬뿍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귀한 아들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김 신부님의 부모님이신 요셉 씨와 헬레나 씨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김종선 즈카르야 신부님은 고려대학교를 다니다가 군대를 갔다 와서 복학을 미루고 강원도 용소막에서 그 당시 문 세실리아 자매님이 이끌던 일명 ‘호미부대’에서 1년가량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2008년 3월부터 11월까지 이곳 베들레헴 공동체에서 봉사하며 살았습니다. 그 당시 제가 가끔 이곳에 들리면 그 더운 여름날에 모자 하나와 수건 한 장을 둘러쓰고는 쉬지도 않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젊은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달 29일이 문세실리아 씨가 하느님 나라에 가신 지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만, 그 당시 같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던 모든 분들이 그렇게 말없이 일하고 기도하는, 정말 수도자처럼 사셨던 분들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오늘 즈카르야 신부님과 같이 오신 갈멜의 사도 요한 신부님도 수개월 동안 그 공동체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종선 즈카르야 신부님은 그렇게 베들레헴 공동체에서의 생활을 하고 난 뒤 그 다음 해인 2009년 2월에 갈멜 수도원에 입회를 하였고 그 해 3월에 광주가톨릭대학에 입학하여 9년 6개월 만에 사제 서품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2년 반 전에 마산 갈멜 수도원에서 종신서원을 하였는데 그때는 제가 가서 주례를 하였습니다.

마산 갈멜 수도원은 2007년 4월에 제가 대구교구의 보좌주교로 임명을 받고 주교서품을 받기 전에 8일 동안 피정을 하였던 곳입니다. 그 후로도 가끔 들렸었는데, 2010년 11월에 제가 교구장 대주교로 임명을 받고 피정을 하였던 곳도 마산 갈멜 수도원이었습니다.

갈멜 수도회와 제가 이런 인연이 있는데 김종선 즈카르야 신부님이 갈멜 수도 사제로서 첫발을 내딛는 첫 미사를 베들레헴 공동체에서 함께 봉헌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할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요한 6,41-51)을 보면 예수님께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고 하자 유다인들이 수군대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적으로 말씀하시는데 사람들은 육적으로 알아듣고 있습니다.

제가 1981년 3월 19일에 계산성당에서 서정길 대주교님으로부터 사제서품을 받고 그 다음 주일날 첫 미사를 출신본당인 화원성당에서 봉헌하였습니다. 그 때 당시에 어머니 친구 되시는 분이 “너, 환길이 아니가! 너 어릴 때부터 내가 다 안다.” 하시기에 잠시 당황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김종선 즈카르야 수사님도 며칠 전에 사제가 되었습니다만, 수도자든 성직자든 누구나 사람들 속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여타 다른 사람들과 겉보기에는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되었다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사제는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히 축성된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성별된 사람들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기름을 받아 축성되고 성별된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 하느님의 일이라는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자신을 하느님과 사람들을 위하여 제물로 내어놓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내가 너의 빵이다. 나를 먹어라. 그러면 영원히 살 것이다.’ 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사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빵을 나누어 먹는 것입니다.

성 토마스의 성체찬미가를 보면 “사랑 깊은 펠리칸, 주 예수님.”이란 말이 나옵니다. 펠리칸이라는 새는 부리가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그 큰 부리에 물고기를 넣어뒀다가 새끼 펠리칸에게 먹이로 준다고 합니다.

‘펠리칸의 전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해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강바닥이 드러나고 고기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미 펠리칸이 부리로 자기 가슴을 쪼아서 피를 내어 새끼들로 하여금 그 피를 먹게 하여 자신은 죽고 대신 새끼들을 살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리라 생각합니다만, 예수님께서 어미 펠리칸처럼 당신의 몸을 바치고 당신의 피를 흘려 우리 모두를 영원히 살리신 것입니다.

빵이나 밥은 사람들에게 먹히는 것입니다. ‘너는 내 밥이야.’하면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서로 밥이 안 되려고 하고, 오히려 상대의 밥을 뺏으려는 이 험악한 세상에 사람들의 밥이 되려는 삶은 정말 쉽지 않은 삶입니다. 사제의 삶이 바로 그런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그리고 기도가 없으면 불가능한 삶입니다.

 

즈카르야 신부님의 서품 성구가 요한복음 21,17에 나오는 말씀,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입니다.

요한복음 마지막 장인 21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아침을 드신 다음에 대뜸 시몬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질문하십니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는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하고 대답합니다. 그랬더니 예수님께서는 “내 양들을 돌보아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똑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하시고 베드로는 그때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하고 세 번이나 똑같은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예수님께서는 “내 양들을 돌보아라.”하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김종선 예수의 즈카르야 신부님, 주님을 참으로 사랑하고 주님의 양들을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신자 분들은 즈카르야 신부님이 그런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