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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 속의 교회, 죄인들의 공동체 (주교 영성 모임 미사 강론)
   2018/09/13  17:7

주교 영성 모임

 

2018. 09. 11..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원 영성관

 

“여러분이 서로 고소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그릇된 일입니다. 왜 차라리 불의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왜 차라리 그냥 속아 주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도리어 스스로 불의를 저지르고 또 속입니다. 그것도 형제들을 말입니다.”(1코린 6,1-11)
오늘 제1독서의 말씀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교우끼리 세상 사람들 앞에서 서로 송사를 하며 욕심을 부리는 모습에 대하여 강하게 질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루카 6,12-19)은 예수님께서 산에 가셔서 밤새워 기도하시고 난 후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고 그들 가운데에서 열두 사도를 뽑으시는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열두 사도 명단에는 시몬이 두 사람이고, 야고보도 두 사람이며, 유다도 두 사람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제 눈에 띄는 것은 유다입니다. 한 사람은 타대오 유다이고 또 한 사람은 이스카리옷 유다입니다. 그런데 이스카리옷 유다는 초대교회 때부터 오늘날까지 배신자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유다가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죄로 빠지는 것은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성경말씀들을 들으면서 교회가 ‘세상 속의 교회’라는 것, ‘죄인들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러지 않아도 저는 최근 2년간 이러한 체험을 실감나게 하고 있습니다. 어제 말씀나누기 시간에 이병호 주교님께서 ‘예수님을 따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것임을 예전에 알았더라면 따랐겠는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공감이 갔습니다. 
하여튼 세상이 참 험악해졌습니다. 지나가는 낯선 사람과 눈 마주치는 것도 겁이 나는 세상입니다. 문명은 지난 한 두 세기 동안에 엄청나게 발달하였지만 실제 삶은 오히려 더 엄청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 구별하기도 힘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참이냐, 거짓이냐’보다는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사람들에게 더 관심거리이고 다툼거리입니다. 2000년 전에 있었던 유다의 배신도, 본시오 빌라도의 불의한 재판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기대했던 메시아가 아니라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상대를 죽음으로 내몹니다. 참이냐 거짓이냐보다는 대중이 뭘 원하느냐, 자신이 어느 쪽에 서는 것이 유리하냐를 가지고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안에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편견과 선입견이라 합니다.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혹은 사사로운 욕심이나 섭섭함 때문에 교회 안에서도 종종 불화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러한 교회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8월에는 요한복음 6장 말씀을 가지고 주일마다 묵상하였습니다. 빵의 기적과 치유 때문에 찾아왔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라고 하면서 ‘먹으라.’고 하니까 ‘듣기 거북하다.’ 하면서 떠나갔습니다. 필요할 때는 찾아왔다가 필요 없다든가 거북하고 힘들다 싶으면 떠나고 배신하는 것이 인간세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와 대조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가졌지만 자기 입맛에 맞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을 제대로 된 신앙으로 이끌어주는 일이 참으로 중요한 관건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밤새 기도하시고 열두 사도들을 선발하신 후 산에서 내려오시자마자 또 많은 군중을 만나십니다. 그들에게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으시고 복음을 전하시며 병자들을 낫게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희망이시오 구원이시며 평화이십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으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요한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