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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감하고 소통하며 사랑의 길로 갑시다. (제5대리구장 조성택 신부 취임미사 강론)
   2018/09/22  15:37

제5대리구장 조성택 신부 취임미사


2018. 09. 19. 원평성당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난달에 있었던 교구 사제인사에서 조성택 사도요한 신부님께서 제5대리구장을 맡아서 봉사하시게 되어 오늘 취임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이 미사 중에 우리 모두 조 신부님께서 제5대리구를 잘 이끌어 가시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구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실시했던 제1차 교구 시노드를 마무리한 후 지난 2003년 2월에 교구에 다섯 개의 대리구를 설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대리구에 교구장 대리를 임명하여 임명받은 대리구장 신부님이 대리구를 사목하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교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복잡다단한 선교 현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며 지역 복음화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올해로 대리구제를 시행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리구제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함께 비판적인 이야기들도 있습니다만, 미흡한 점들을 최소화하면서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지혜를 모우고 보완한다면 대리구제가 더욱 정착되리라 생각합니다. 
대리구장은 위임받은 한 대리구의 교구장 대리로서 대리구 내 사제들과 본당에 대하여 교구장의 통상적인 사목권과 감독권을 대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교구장을 대신하여 대리구 내 본당들을 사목방문하고 사무감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리구장 신부님은 이에 앞서 먼저 대리구 내 신부님들과 인격적인 신뢰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할 것이며, 일선 본당의 사목적인 요구와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교구장과 소통하면서 적절한 지원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조성택 신부님은 사제생활 동안 세 번이나 구미지역에서 사목하였습니다. 선산, 신평, 원평 주임을 했습니다. 이번에 네 번째로 오셨는데 본당신부로 오신 것이 아니라 구미, 김천, 칠곡을 아우르는 제5대리구장으로 오셨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5대리구를 잘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날 교회든 사회든 나라든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있습니다만, 지도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적절히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한 공동체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지도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위의 협조자들이 잘 협조해야 합니다. 협력자들은 지도자가 마음에 덜 차다 하더라도 대의를 위해서 협력하고 순명하는 자세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요즘 소통이라는 말을 참으로 많이 듣습니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소통이 참으로 중요한데 그 소통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옛날보다 소통할 수 있는 도구나 매체가 훨씬 많은데도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말씀(루카 7,31-35)도 서로 공감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는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는다.”(32) 아이들이 편을 갈라서 노래하는 것을 예수님께서 예로 들으신 것입니다. 내편이 아니라 반대편이니까 동조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 구별하기도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참이냐, 거짓이냐’보다는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 누가 내편이냐’가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거리이고 다툼거리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도 마시지 않자 사람들이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와서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니까 ‘봐라. 저 사람은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고 말합니다. 
옛날에도 예수님께서 이런 악성 루머에 시달렸습니다만, 지금은 훨씬 더 하다고 생각됩니다. 오늘날 인터넷이나 언론매체나 SNS를 통해서 악성댓글이나 가짜뉴스가 얼마나 많이 생성되는지 모릅니다. 엄청난 사회악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무고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마지막에는 죽음으로까지 내몰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안에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편견’과 ‘선입견’이라 합니다.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혹은 사사로운 욕심이나 섭섭함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불화가 일어납니까!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래서 그러한 교회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참으로 아쉽고 슬픈 일이지만 이것이 오늘날 현실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우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취할 길은 ‘사랑의 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우리들에게 ‘뛰어난 길을 보여주겠다.’고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코린 13,1-2.6-7)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