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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육신을 넘어 영혼을 돌보는 순교자들의 신앙 (성미카엘성당 15주년 감사미사 강론)
   2018/10/02  10:46

성미카엘성당 15주년 감사미사

 

2018. 09. 30. 성미카엘성당

 

찬미예수님. 
제가 우리 교구에 안 가본 성당이 거의 없는데 성미카엘성당에는 와보지 않아서 류승기 신부님한테 옆구리 찔러서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미카엘본당이 올해로 설립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본당 15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들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성미카엘 성당은 성서지역의 인구증가로 인하여 이곡성당과 성서성당이 들어섰지만 이곳 지역에도 성당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2000년에 작은 부지를 매입하고 2003년에 본당으로 설립된 성당입니다. 지난 15년간 본당발전과 지역 복음화를 위해 수고하신 역대 신부님들과 교우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그리고 본당의 주보이신 성 미카엘 대천사께서 성미카엘본당과 여러분들을 늘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특별히 오늘 혼인 갱신을 하시는 19분의 부부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마르 9,43.47)
오늘 복음말씀입니다. 참으로 무서운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 했다면 우리 중에는 불구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이 말씀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죄를 짓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결단력과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우리의 육신을 살피기보다는 자신의 영혼을 더 살피라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의 육신을 얼마나 많이 돌봅니까? 언론매체 광고를 보면 먹고 바르고 입는 광고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영신 사정을 돌보는 데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인간의 목숨이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 육신이라는 것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파리 목숨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인들만 돌아가시는 것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4,50대의 한창의 사람이 돌연사하기도 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도 하고 몸에 좋다는 것을 찾아서 먹던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하직하기도 합니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우리의 육신이란 것은 이렇게 부질없기도 합니다. 숨이 끊어진 우리의 육신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땅에 묻힐 것이며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형태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그런 육신을 위하여 우리가 목숨을 걸 필요가 있습니까? 사람을 영혼과 육신으로 나누는 이분법으로 판단하고 육신은 나쁜 것이고 영혼은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영혼 사정은 잘 돌보지 않고 육신 사정만 돌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어제는 교구 도보성지순례가 있었습니다. 순교자성월이 되면 해마다 하는 행사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한티성지에서 하였는데 올해는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이하여 대구 시내 일원에서 시작하여 성모당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는 행사로 하였습니다. 저는 비산성당에서 한 40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오전 10시 반에 출발하여 달성공원과 계산성당과 관덕정 순교기념관을 거처서 성모당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보좌주교님 일행은 복자성당에서 출발하여 관덕정을 거처 성모당에 집결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본당에서 출발하여 성모당에 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비산성당에서 출발하기 전에 비산성당 뒤에 조그만 공터가 있는데 거기에 정원을 꾸미고 세운 이윤일 성인상을 축복하는 행사를 먼저 가졌습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은 대구 관덕정에서 돌아가신 분 중에 유일하게 성인이 되신 분이십니다. 1867년 1월 21일에 순교하셨는데 후손들이 비산동 날뫼 뒷산에 모셨습니다. 그러다가 1912년에 후손들이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를 가면서 성인의 유해를 모셔가셨고 다시 수원교구에서 성인을 1976년에 미리내 성지로 모셨고 이문희 대주교님께서 1986년 12월에 우리 교구로 모시고 왔습니다. 그리고 1987년 1월 21일에 이윤일 요한 성인 순교 120주년을 맞이하여 성김대건기념관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 교구 제2주보로 선포하시고 성모당 제대 밑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1년 1월 20일에 관덕정순교기념관을 완공하고 기념관 지하성당 제대 밑에도 성인의 유해 일부를 모셨던 것입니다.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가 하면, 우리 선조 순교자들의 신앙을 잘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분들이 신앙 때문에 그 고생을 하고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하느님 안 믿겠다.’는 말 한 마디만 하면 사는데, 왜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죽어야 했던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신천동 복자성당 마당에는 세 명의 순교복자 분들이 누워계십니다. 허인백 야고보, 김종륜 루카, 이양등 베드로입니다. 이분들은 경남 언양에서 만나서 박해를 피해 숨어 든 곳이 경주 산내 단석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들어 닥친 포졸들에게 붙잡혀 경주 진영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관찰사가 있는 울산으로 압송되어 태화강 옆의 장대에서 순교하셨습니다. 이분들이 산에서 일하던 중에 갑자기 포졸들이 들어 닥쳤는데, 허인백 야고보는 그 급박한 때에 태연하게 손에 든 연장을 땅에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마쳤구나, 마쳤구나. 이제야 세상일을 마쳤구나.”
이 말은 비록 나라가 금하고 있는 천주교를 믿으며 이렇게 숨어 살았지만 언제라도 신앙 때문에, 하느님 때문에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는 그런 믿음으로 살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순교자들처럼 육신보다는 우리 영혼의 사정을 더 살피고 돌보는 신앙, 바르고 곧은 신앙을 가져야 하겠다는 굳은 결심과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성미카엘 대천사와 우리 순교자들의 도움을 청하도록 합시다. 

 

“대천사 성 미카엘과 우리 순교 성인과 복자들이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