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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낮은 자리에서 든든한 버팀목처럼 (최옥식 바오로 회장 장례미사 강론)
   2018/12/24  11:34

최옥식 바오로 회장 장례미사


2018. 12. 22. 만촌1동 본당

 

먼저 그저께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신 최옥식 바오로 회장님께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빕니다.
누구보다도 이문희 대주교님께서 최옥식 회장님을 잘 아시고 계시는데 제가 강론을 하게 되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지난 주 목요일에 있었던 가톨릭학술원 정기총회 및 송년회에서 만나 뵈었고 저녁식사도 같이 하였는데 갑작스런 비보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밤에 빈소에 들려 연도를 바쳤고, 많은 문상객들을 만났습니다. 특히 20여 년 전에 교구에서 같이 활동을 했던 분들과 함께 최옥식 회장님과 관련된 일화들을 나누었습니다. 
 
20여 년 전에 저는 교구청에 들어와 사목국장을 했었고 그때 최옥식 바오로 회장님께서 교구 평신도 회장직을 맡으셨습니다. 그 때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제1차 교구 시노드’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고, 여러 행사와 일들이 많았지만 보람과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최옥식 회장님께서 늘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계셨기 때문에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최회장님께서는 한 번도 화를 내시는 것을 보지 못 했습니다. 한 번 우시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만. 제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교구 평신도 회장직을 맡으라는 이대주교님의 명이 떨어졌다는 것을 아시고 회의장을 벗어나 성당에 올라가 한 동안 기도하시고 내려오셔서 수락 인사를 하시는데 회장님께서 우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3년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시면서 늘 웃으시고 농담도 잘 하시고 격려하시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회개’를 잘 못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냐 하면 ‘회’하고 ‘개’를 못 드신다는 말입니다. 천주교에서 여러 중책을 맡아서 활동을 하려면 회개를 잘 하셔야 불편함이 없는데, 회장님은 회개도 못하시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끝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회개를 못 하셔도 너무나 신앙이 좋고 겸손하시고 후덕하셨기 때문에 바로 하느님 품안에 가셨으리라 믿습니다.  
 
최회장님께서 언제 영세를 하셨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만, 당신이 쓰신 글을 보면 1966년 성모승천대축일에 오스트리아의 어느 베네딕도 수도원에 갔다가 어느 수사님이 주신 책을 통하여 알게 된 ‘오상의 성 비오 신부님’을 통하여 당신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큰 전환점을 맞이하였던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비오 신부를 알기 전의 나는 이른바 세상의 윤리도덕과 상식선에 따라 살았으나 비오 신부를 통해 절대적인 신앙을 느끼고 나서부터는 신앙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어설프게나마 의식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만난 가톨릭은 비록 간접적으로나마 이렇게 비오 신부를 만나는 데서 깊어졌다.”
그리하여 최회장님을 비오 신부님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번역하셨고 비오 신부님의 삶과 영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하셨습니다. 
어제 빈소에 갔다가 어느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몇 년 전에 한국평협에서 최회장님의 이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여 한국 평신도 대상을 시상하려 하였지만 회장님께서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시상이 이루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회장님은 자신이 드러나고 영광 받으시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지식이 있고 돈이 있고 힘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 세상에 최회장님께서는 참으로 우리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이 풍진세상에 저희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가장 낮은 자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에 회장님은 그 예수님을 만나시러 먼저 떠나셨습니다. 유가족 여러분과 교우 여러분들은 너무 안타까워하지 마시고 최 바오로 회장님과 우리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최옥식 바오로 회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저희들도 머지않아 회장님 뒤를 따라 갈 것입니다. 주님 품 안에서 행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