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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수한 첫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기 (교구 사회복지회 신년교례회 미사 강론)
   2019/01/14  15:8

교구 사회복지회 신년교례회 미사

 

2019. 01. 12. 교육원 다동 대강당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교구 사회복지를 위해 헌신해 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꿈 중에서 돼지꿈이 좋다는데, 다들 돼지꿈을 꾸셨습니까? 돼지해는 12년마다 돌아오지만 올해 기해년(己亥年)은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 돼지해’라고 합니다. 
왜 사람들이 돼지꿈을 꾸기를 좋아할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황금이고 돈일 것입니다. 돼지 ‘돈(豚)’이나 화폐 ‘돈’이 발음이 같기 때문에 돼지가 재물과 복의 상징물로 여겨진 면도 있지 싶습니다. 그리고 돼지가 강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번영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여튼 기해년, 황금 돼지해를 맞이하여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복을 가득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물질적인 복만 구하지 말고 영신적인 복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2018년은 우리 한반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있었고 북미정상회담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런 관계들이 더 발전하여 우리나라에 비핵화와 함께 진정한 평화가 안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그런데 이런 진일보한 남북관계와는 달리 우리 사회 안에서는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오늘날 ‘경제위기다’, ‘고용참사다’ 하며 걱정들을 많이 합니다만,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한 것이 정신의 위기이며 마음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분노와 혐오가 있는지 모릅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이제는 젠더 갈등, 남녀 갈등, 세대 갈등까지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편이 아니면 서로 비난하고 욕하고 혐오스런 언행을 스스럼없이 합니다. 
이제 이런 갈등과 혐오를 종식하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면서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이사야 42,1.3)
이런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2년 동안 우리 교구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쏟았던 수많은 봉사와 헌신과 노력들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결코 좌절할 수 없습니다. 다시 나아가야 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되돌아보며 쇄신할 것을 쇄신하고 정리할 것을 정리하며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신 것을 기념하고 우리가 예전에 받은 세례를 기억하면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기 때문에 사람들처럼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으시지만 세례자 요한 앞에 머리를 숙이고 세례를 받으셨다는 사실은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향하여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루카 3,16)
 
그런데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 갑질 논란과 미투 문제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이나 기업체나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에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다들 자기가 잘 났고, 자기가 똑똑하고, 자기 생각이 늘 옳다는 생각 속에 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돈과 권력과 힘에 취해서 자신을 과시하고 상대를 무시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닮아야 할 것입니다. 이분들은 서로 낮추며 서로를 칭찬하고 있습니다. 
 
세례는 처음 출발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처음 세례를 받았던 때를 기억해 보십시오. 현재 뭔가 잘못 되어있다면 처음 출발했던 그 때로, 그 장소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새로 출발하는 것입니다. 처음의 그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가난하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