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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해박해의 순교자들과 그 정신 (성 이윤일 요한 축일미사 강론)
   2019/01/25  10:0

성 이윤일 요한 축일미사

 

2019. 01. 21. 관덕정순교기념관

 

오늘은 교구 제2주보성인이신 성 이윤일 요한 순교기념일입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은 103위 성인 중에서 가장 마지막, 즉 103번째로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1번과 2번은 103위 중에서 대표 성인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이고 그 다음 부터는 순교하신 날짜순으로 배치한 것 같습니다. 하여튼 오늘 이윤일 요한 성인 축일을 맞이하여 성인을 본받아 우리들도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하겠습니다.
 
올해는 ‘기해년’으로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복을 많이 받기를 소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올해 기해년을 맞이하여 자꾸만 1839년에 있었던 ‘기해박해’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해박해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기해박해는 그 당시 조선 조정에서 천주교 신자들을 아버지도 없고 임금도 없는 아주 무례하기 그지없는 사학집단으로 몰아 박해를 하였지만 속내는 정치적인 박해였던 것입니다. 당시 천주교에 호의적이었던 시파인 안동김씨의 세도를 빼앗기 위해 벽파인 풍양조씨 가문이 일으킨 박해라 할 수 있습니다. 

 

103위 성인 중에서 기해박해 순교자가 70분이나 됩니다. 주요 순교자를 보면, 최양업 신부님의 아버지 최경환 프란치스코와 김대건 신부님의 아버지 김제준 이냐시오가 있습니다. 아들을 멀리 마카오에 유학 보내놓고 체포되어 순교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1801년 신유박해 때 아버지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와 형 정철상 가롤로를 잃은 성 정하상 바오로와 그의 모친 유소사 체칠리아, 누이 정정혜 엘리사벳이 있습니다. 특히 정하상 바오로 성인께서는 성직자 영입을 위해서, 그리고 조선교회의 사정을 보편교회에 알리기 위해서 북경을 아홉 차례나 왕래했습니다. 그리하여 1831년 9월 9일에 조선교구가 설정되었으며 브르기엘 주교님이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되었으나 입국 도중에 중국에서 병사를 하시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후 2대 교구장 앵베르 범 주교님과, 모방 신부님, 사스탕 신부님이 입국하게 됩니다.
그런데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 많은 신자들이 체포되고 순교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앵베를 범 주교님은 신자들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하여 자수를 하시고, 모방 신부님과 샤스탕 신부님에게도 자수를 권하여 결국 이 세 분의 선교사들은 9월 21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 형을 받고 순교하셨습니다. 당시 교황청에 올린 보고서에 의하면, 신자수가 1만 명에 달하였고, 그 해 영세자가 1200명, 견진자가 2500명이나 되었습니다.

 

대구에서도 기해박해 순교자들이 계십니다. 이재행 안드레아, 박사의 안드레아, 김사건 안드레아가 그분들입니다. 1827년 정해박해 때 박경화 바오로, 김세박 암브로시오, 안군심 리카르도와 함께 체포되었는데 이 세 사람은 경상감영 옥에서 옥사하시고, 나머지 안드레아 세례명을 가진 위 세 사람은 12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하시다가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그 해  5월 26일 참수형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분들이 형장으로 나아갈 때 그동안 오랜 기간 옥에서 같이 지냈던 죄수와 옥졸들이 슬픔을 감추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분들이 옥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위 여섯 분은 지난 2014년 8월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서 복자로 선언되었습니다. 
 
1839년 4월 12일자 승정원일기를 보면 당시 경상감사가 임금님께 상소한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김사건은 천주를 공경하여 받들었고 ‘그 묘미를 깊이 깨달아 비록 죽을지라도 여한이 없다’고 하였으니, 법에 따라 처단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조선교구 제5대 교구장이셨던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님께서 1858년에 남기신 기록에 의하면, 이재행 안드레아는 심문하는 관장 앞에서 이렇게 증언하였다고 합니다. “천주님은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요 모든 사람을 기르시는 가장 높은 아버지이십니다. 착한 일에는 상을 주고 악한 것을 벌하시는 이도 그분이십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분을 흠숭해야 할 본분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저도 그분을 흠숭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분명한 자기 증언입니까! 우리도 오늘날 믿음 없는 세상에 살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자신 있고 분명하게 증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순교 성인 복자들이여, 우리와 우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