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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저 주는 정신, 내어주는 삶 (교구 제1주보 축일 및 성모당 수호자 대축일 미사 강론)
   2019/02/12  9:46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

 

2019. 02. 11.(월) 성모당

 

오늘은 우리 교구 주보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입니다. 지금까지 그러하셨듯이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저희 교구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 27차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성모님께서 1858년 2월 11일부터 프랑스의 피레네 산맥 아래 조그만 시골 마을인 루르드에서 14세 소녀인 베르나데트에게 여러 차례 나타나셨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성모님께서 베르나데트에게 동굴 앞에 샘을 파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였더니 물이 솟아났던 것입니다. 그 후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시고 또 몸을 씻었더니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성모님의 루르드 발현 첫날인 2월 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정하여 이날 특별히 모든 병자들의 쾌유를 위하여 기도하고, 병자들을 간호하고 치료하는 의료인들을 위하여 기도하도록 하셨습니다. 
오늘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강론 후에 ‘병자 도유예식’을 가질 것입니다. 오늘 도유예식을 받으시는 분들과 우리 주위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치유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교구 주보축일을 맞이하여 해외 선교를 떠나시는 신부님들의 파견예식이 있습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교구 사제인사에 의해서 배재근 하비에르 신부님과 남원재 바오로 신부님께서 프랑스로 선교하러 떠나십니다. 그리고 배영인 바오로 신부님과 송준민 안토니오 신부님이 남미 볼리비아로 선교를 위해 떠나십니다. 그곳에서 일정기간 동안 언어를 익히고 현지인 내지 원주민 사목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파견을 받고 장도에 오르시는 이 신부님들을 위해 신자 여러분들이 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녀 소화 데레사께서 선교의 수호성인이 되셨는데 선교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리 되신 것이 아닙니다. 어린 소녀의 나이로 특별히 교황님의 허락을 얻어 갈멜 수녀원에 들어가셨다가 25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선교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습니다. 단지 수녀님은 수녀원 안에서만 살면서 세계 선교지역에서 선교하시는 선교사제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셨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라는 제목으로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복음 전파를 위해 제자들을 각 고을로 파견하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오늘날 너무나 이기적이고 자기 이득만 챙기는 세상에 살면서 거저 주는 정신, 내어주는 정신, 자기 증여의 영성이 참으로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세상 사람들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실천해야할 정신인 것입니다. 이것은 환자들에게,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몸과 정신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베풀어야 하는 정신인 것입니다.
거저 줌의 정신, 내어 줌의 정신이 잘 표현된 한 가지가 ‘선교’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선교를 떠나는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선교를 하는 데 있어서 무슨 보상을 바라고 선교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것을 다 내어놓고 어떤 경우에는 목숨까지 바치면서 선교를 하는 것입니다. 그 옛날 서양의 선교사들이 자기 고향을 떠나고 자기 부모형제를 떠나서 알지도 못하는 조선이라는 이 나라에 들어와서 온갖 불편함을 무릅쓰고 선교를 하였고 마지막에는 목숨까지 바쳤던 것입니다. 
 
올해 2019년이 기해년입니다. 지금부터 180년 전인 1839년도 기해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시파와 벽파의 당파싸움 때문에 그 불똥으로 천주교 박해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것이 기해박해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체포되고 순교를 하게 되자 그 당시 조선교구 2대 교구장이신 앵베르 범 주교님과, 모방 신부님, 사스탕 신부님이 신자들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하여 자수를 하시고 체포되어 그해 9월 21일 서울 한강 변 새남터에서 군문효수 형을 받고 순교하셨던 것입니다. 
이분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거저 주고 가셨습니다. 오늘 해외 선교를 위해 파견을 받으시는 우리 신부님들도 하느님의 복음을 거저 주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파견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 나라는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올해 우리 교구는 사목방향을 ‘용서와 화해의 해’로 정하고 쉬는 교우 회두와 선교에 힘쓰기로 하였습니다. 루르드의 성모님께서 우리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주시고 용서와 화해를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 수 있는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쉬는 교우들이 다시 하느님과 교회로 돌아오도록 우리 모두가 초대하며 기도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불신자들과 외교인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께 가까이 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써 노력하며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주에 설 명절 잘 지내셨습니까? 명절이 되면 며느리들이 수고가 많지요? 제사상 준비하고 음식 준비하느라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댁에는 제사만 지내고 잠깐 있다가 친정에 가서 더 오래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친정이 편하다는 이야깁니다. 친정 부모님이 편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있었고 그 힘든 산고를 겪으며 낳았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 결혼할 때까지 수많은 뒷바라지를 해주었으니 그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 관계이겠습니까! 그래서 친정어머니는 출가한 딸이지만 무엇이든 다 내어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성모님도 예수님을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계셨고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실 때까지 나자렛에서 같이 사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관계는 인간적으로 볼 때도 엄청 친밀한 관계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2,1-11)을 보면 갈릴레아 카나에서 혼인잔치가 있었는데 그 혼인잔치에 예수님과 성모님이 같이 초대받아 가셨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입니다. 잔치 집에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그 곤란한 처지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신 분이 성모님이십니다. 그래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 다가가 말씀하셨습니다. “이 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구나.”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다’는 말씀은 예수님 당신께서 기적을 베풀어서 당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때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이 성모님의 청을 거절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만 성모님은 예수님을 너무나 잘 아시기 때문에 일꾼들에게 이르기를, “무엇이든지 저분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때가 되지 않았지만 성모님의 청을 듣고서 물을 술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이나 성모님은 당신 자신을 생각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먼저 남을 생각하고 남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하여 자신의 것을 내어주셨습니다. 
우리도 이처럼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의 전구로 우리와 우리 교회가 내어주는 삶을 삶으로써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