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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의 반석 위에 세워진 주님의 집 (흥해성당 및 성모당 봉헌미사 강론)
   2019/10/01  10:10

흥해성당 및 성모당 봉헌미사

 

2019. 09. 28.(토) 10:00

 

올해 흥해본당 설립 25주년을 맞이하여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 흥해성당’ 및 ‘성모당’ 봉헌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수고하신 이기환 사무엘 신부님을 비롯한 모든 교우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이 본당과 여러분들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오늘 제1독서로 봉독한 느헤미아서 8장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처럼 드디어 새 성전을 건립하고 이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되니 얼마나 감격스럽겠습니까!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포항 북부지역에 천주교 공동체가 처음 생긴 것은 1955년 청하공소였습니다. 그 후 1964년에 초곡공소가 설립되었고 그 다음으로 1981년에 흥해공소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1988년 포항 덕수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하였을 때 공소가 그렇게 세 개 있었습니다.

청하공소는 그 당시에는 지금의 자리가 아니라 마을 안의 향교 바로 옆에 있었는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폐허로 변해있었고, 그나마 공소 땅도 옆의 향교 앞으로 여전히 등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청하공소 설립의 공로자이신 김호현 라파엘 회장님의 부인인 안나 할머니의 제보로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법원에 소송까지 하여 그 땅을 되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초곡공소는 1964년에 설립되었는데 매월 한 번씩 미사를 드리러 갔었습니다. 지금은 그 마을에 사시던 분들이 다 떠나시고 공소 건물만 남아있으며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흥해공소는 1981년에 설립되었는데 동네 안에 어떤 문중 재실처럼 잘 지어진 한옥 기와집이었습니다. 그 당시 흥해 신자들은 주일미사는 덕수성당으로 차를 타고 왔었고 반모임과 레지오만 공소에서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1992년 2월에 새로운 부지를 매입하여 1994년 8월에 흥해공소가 흥해본당으로 승격되었고, 그 새 부지에 조립식으로 성전을 지어 최근까지 20년 이상을 성당으로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성당이 조립식 건물이었기 때문에 역대 신부님들이 언젠가 누군가는 성당을 다시 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졌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2015년에 이기환 신부님이 본당신부님으로 부임하시고 그 이듬해부터 이 지역에 도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새 성당 건립을 위한 기도를 바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새 성당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번 주 가톨릭신문 11면 ‘주님 계신 곳,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코너에 흥해성당 건립관련 기사가 한 면 가득히 났습니다. 제목이 무엇이냐 하면, ‘지진도 갈라놓지 못한 믿음으로 주님의 집 쌓아올리다.’입니다.

그렇습니다. 지진도 우리의 믿음을 갈라놓지 못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2년 전(2017년 11월 15일) 이곳 흥해 지역에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고 힘들어 하였습니다. 지진이 일어났던 그 시간에 저는 한일주교교류모임 참가로 일본 가고시마에 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귀국한 후 곧 이어 장성성당, 장량성당, 흥해성당, 들꽃마을 등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후 2년이 다 되어 갑니다만, 그 상처와 후유증은 쉽게 아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리적이고 재정적인 문제들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우리 교우들은 거기에 굴하지 않고 묵주기도와 성경필사를 하면서 더욱 한 마음이 되어 성전 건립에 힘을 합치는 것을 볼 때 그 믿음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흥해본당 주보이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도우심이요 우리 주 하느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기환 신부님이 너무 열심한 것 같습니다. ‘열심한 사람 밑에 순교자가 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신부님이 너무 열심히 해서 신자 분들의 고생이 많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기환 신부님은 특히 성모신심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흥해성당에 처음 왔을 때 성당 주보가 성모님이라서 기뻤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그래서 새 성당 건립을 기획할 때 저에게 찾아와서는 교구청에 있는 성모당 모양을 그대로 본 따서 축소판으로 지을 수 있도록 허락을 얻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조금 전 미사 전에 루르드의 성모님을 모시는 성모당을 축복하였던 것입니다.

작년이 우리 교구에 루르드의 성모당을 봉헌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1911년에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루르드의 성모님을 우리 교구 주보로 모시면서 우리 교구에 필요한 것들을 도와주시기를 청하였고 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을 때 감사의 마음으로 교구청의 제일 높고 좋은 자리에 성모당을 지어 봉헌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 흥해성당과 성모당을 봉헌하면서 이 성당과 성모당이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이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신부님께서는 이곳이 성모 순례지로 선포되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선포하기 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성당이 되어야 하며 좀 더 지켜보다가 교구에서 논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또 특별한 것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유해를 이 성당에 모셨다는 것입니다. 이 유해는 1971년에 돌아가신 우리 교구 장순도 바르나바 신부님께서 가지고 계시던 것을 엠마 프라이징거 여사가 받아서 가지고 계셨는데 몇 년 전에 관덕정순교기념관에 기증을 하였던 것입니다. 관덕정에는 이미 또 다른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흥해성당을 새로 지으면서 모시고 싶다고 하여 엠마 여사가 기증한 것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유해를 모시게 됨으로써 우리 천주교 신자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성체신심과 성모신심과 더불어 순교자신심이 더욱 두드러지는 흥해본당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16, 13-19)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하는 질문을 하시고, 뒤이어서 “그러면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며 축복하십니다.

“시몬 바르요나, 너는 참 복이 있다. 그것을 너에게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한 사람의 올바른 신앙 고백이 이렇게 엄청난 하느님의 축복을 낳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매 주일, 혹은 매일 이 성전에 와서 하느님께 올바른 신앙고백을 하시고 베드로 사도처럼 축복받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베드로 사도께서 교회를 받치고 있는 반석이 되었듯이 우리들도 이 세상에 믿음의 반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올바른 믿음과 사랑의 삶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느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 성전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그동안 저희들을 지켜주시고 수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 복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